> 문화·라이프

'시트콤'지고 '예능 드라마' 뜬다

개성있는 캐릭터·맛깔스런 대사
'고교처세왕' '꽃할배 수사대' 등 예능형 드라마 시청자 사로잡아
트렌드 변화 빠르고 시청자 교류
사례1. 지난 16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고교처세왕'(극본 양승희 연출 유제원). 개성 뚜렷한 캐릭터와 맛깔스러운 대사, 경쾌한 리듬감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같은 채널 금토미니시리즈 '꽃할배 수사대'(극본 문선희 연출 김진영) 또한 비슷한 특징을 지녔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시트콤과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작가들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사례2. 지난달 15일 케이블채널 tvN 일일시트콤 '감자별 2013QR3'가 종영했다. SBS 'LA아리랑'(1995) '순풍산부인과'(1998)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2000) MBC '하이킥' 시리즈의 성공으로 '시트콤의 대가'로 불리는 김병욱PD가 연출로 나선 작품이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 아쉬운 점은 '감자별' 이후 지상파 3사와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을 통틀어 시트콤 제작 계획이 당분간 없다는 점이다.

▲잘 나가던 시트콤, 이젠 없다

지상파 3사에서 시트콤이 사라진 지 오래다. MBC의 마지막 시트콤은 '엄마가 뭐길래'(2012). 120회로 기획된 작품이 27회로 갑자기 조기종영하는 굴욕을 당했다. MBC '세친구'(2000) '안녕, 프란체스카'(2005) 등이 큰 인기를 누리던 과거와 비교하면 안타까운 오늘이다. MBC는 올해 봄 '사자동 사무소'라는 시트콤을 준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코이카의 꿈'을 연출한 이응주 PD가 연출을, 개그맨 서승만이 대본을 맡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불발됐다.

자취를 감춘 시트콤에 대해 방송계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데서 이유를 찾는다. 시트콤이 더 이상 재미있지 않다는 것이다. 근래 관찰예능부터 각종 리얼리티 프로그램까지 예능프로그램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시트콤이 영향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시트콤이 드라마와 경쟁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제작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된 것. 익명을 요구한 방송계 관계자는 <주간한국>에 "시트콤은 여전히 매력적인 장르이지만,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의 경계에서 성격이 애매해졌다. 예전 같은 경쟁력은 잃었다"고 진단했다.

▲예능형 드라마의 탄생

시트콤은 대표적인 드라마타이즈 형식의 예능프로그램이다. 드라마타이즈란 스토리가 있는 영상기법을 칭한다. 시트콤이 종말을 고하며 드라마타이즈에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인력들은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를 달군 SBS '별에서 온 그대'와 지난해 히트작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두 작품 모두 예능프로그램 출신 작가인 박지은 작가와 박혜련 작가가 각각 극본을 집필했다. 두 사람 외에도 SBS '주군의 태양'(2013)의 홍미란 홍정은 작가와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의 송재정 작가 등도 예능프로그램을 거쳤다.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 출신인 신원호PD와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한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두며 선례를 남겼다. 신원호PD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연출하고,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2004) 등을 공동연출했다. 이우정 작가는 '해피선데이-1박2일'의 메인작가였다.

이처럼 예능 인력들이 드라마 제작에 흡수되는 것에 대해 이덕재 tvN 총괄 상무는 <주간한국>에 "예능PD와 작가들은 기존 드라마 제작 방식에서 자유롭다. 또 시청자과의 교류에 능하며, 트렌드에 대한 빠른 속도감을 지녔다. 이런 강점들이 채널 차별화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시트콤 부활 가능할까

이제 작가뿐만 아니라 예능PD들 또한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 성역이 사라지는 셈. 특히 tvN이 가장 적극적이다. 관례적인 제작 시스템을 따르는 지상파와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제작 분위기 덕분이다. 신작인 새 목요드라마 '잉여공주'(극본 박란)는 'SNL코리아'를 만들었던 백승룡PD가, 새 월화미니시리즈'아홉 수 소년'(극본 박유미)은 '더 로맨틱' '세얼간이'를 연출했던 유학찬PD가 연출을 맡는다.

이처럼 시트콤을 만들 수 있는 인력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트콤은 부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는 <주간한국>과 전화통화에서 "드라마가 다양한 복합 장르로 진화하며 시트콤의 요소를 포함한 드라마도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시트콤이 일일극에서 벗어나 주말극으로 변화를 시도하거나, 기존 한정된 포맷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부활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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