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영화'가 확 달라졌어요무섭고 놀라게 하는 범주서 탈피… '소녀괴담' 청춘 멜로 더해 눈길'터널3D' 입체 공포 신선함 도전… '공포=여름' 공식도 이미 깨져

영화 '소녀괴담'
충무로에 불기 시작한 퓨전 바람이 공포에도 불고 있다. 최근 들어 제작 편수가 줄어들며 위기론이 불거졌던 공포영화는 크로스오버를 통한 장르 퓨전을 통해 해답을 찾았다.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고, 무서움에 떨게 하는 범주를 넘어 다양한 변주를 통한 매력발산에 나섰다. 또 공포는 여름에 개봉해야 성공한다는 명제도 뒤집어지는 추세다.

▲ 공포와 멜로의 색다른 동거

3일 개봉한 (감독 오인천ㆍ제작 고스트픽처스)은 공포 요소에 청춘 멜로를 더했다. 귀신을 보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어린 시절 죽은 친구를 본 기억으로 고향을 떠난 외톨이 소년 인수(강하늘)와 그의 곁을 맴도는 소녀귀신(김소은)이 학교 친구들을 위협하는 마스크 귀신의 등장에 맞서며 겪는 고군분투를 담은 이 작품은 호러 요소 뿐만 아니라 강하늘과 김소은이 벌이는 로맨스가 눈길을 끈다.

메가폰을 잡은 오인천 감독은 "'소녀괴담'의 차별점이란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공포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공포 요소 뿐만 아니라 강하늘과 김소은의 멜로 장면도 관객의 흥미를 끌 것"이라 자신했다. 이 작품을 통해 주연으로 올라선 김소은 역시 "기존 공포영화는 귀신이 등장해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우리 영화는 로맨스가 같이 녹아있다"고 소개했다.

하이틴 멜로를 앞세운 만큼 주연배우끼리의 호흡이 1순위다. 실제 강하늘과 김소은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동기 동창일 정도로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두 사람은 <주간한국>과 만난 자리에서 "예전부터 친한 사이였기에 극 중 호흡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영화 '터널'
▲ 3D와 공포 만났다, 영역 파괴도 활발

장르 뿐만 아니라 형식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8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터널 3D'(감독 박규택ㆍ제작 필마픽쳐스)는 국내 공포영화로서는 최초로 3D를 내세웠다. 폐탄광 지역에 조성된 고급 리조트로 여행을 간 20대 남녀들이 겪는 미스터리를 담은 이 작품은 국내 최초 3D 입체 공포라는 신선한 도전에 임했다.

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도희 손병호 등 대세 배우들과 연기파 배우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3D로 구현된 공포 요소가 눈에 띈다. '터널3D' 측은 "국내 최초 3D 공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입체적인 시각 효과를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액션영화 등에서 주로 활용됐던 기술이지만 공포영화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개봉을 한달 여 앞둔 가운데 '터널3D'는 부천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될 예정이다. 영화제를 찾은 영화 팬들에게 작품을 먼저 선보이며 입소문을 잡겠다는 계획. 제작사 필마픽처스의 한만택 대표는 "지금껏 다양한 공포와 스릴러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이번 '터널 3D'에서는 무서운 장면도 중요시했지만 공포를 효과적이고 극대화 할 수 있는 풀 3D기술로 제작돼 공포ㆍ스릴러 마니아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 여름시장만 공략? 공식은 깨졌다

'공포=여름'이라는 오래된 공식은 이미 깨졌다. 이는 과거사례에서 이미 증명됐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외화 '컨저링'(감독 제임스완)은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흥행에 성공했다. 공포 특수 시장인 여름 대신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을 개봉 시점으로 정한 이 영화는 고정관념을 깨고 전국관객 226만여 명을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식스센스'(160만 명)를 누르고 14년 만에 역대 공포 외화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공포영화를 원하는 고정 수요층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을 간파한 마케팅 전략이 완성도와 어우러지며 관객 호응을 이끌었다. 한 중견 영화 마케터는 <주간한국>에 "여름 시장은 공포 영화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비슷한 시기 한국 대작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공포 영화 제작사 뿐만 아니라 영화 수입사들 역시 레드오션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겼다"며 "작품 완성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거나 색다른 시도를 벌이는 등, 차별화에 성공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관객층을 목표로 하되 전체 관객층을 아울러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주요 타겟인 10~20대 어린 관객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전 관객층이 즐길 만한 작품 제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장르 영화의 특성은 명확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공통 지적이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