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공백기 연기에 갈증'비트' 이후 격렬한 액션 간절… 팔꿈치 뼈 깨질 정도 온몸 불살라개봉 나흘만에 100만 관객 돌파… 차기작은 염문 뿌리는 대학교수

배우 정우성(41)이 거친 땀 냄새가 나는 액션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정우성이 영화 '신의 한 수'(감독 조범구)를 통해 유약한 남자에서 복수를 꿈꾸는 반전 있는 캐릭터로 또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3일 개봉한 '신의 한 수'는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감독 마이클 베이)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개봉 나흘 만에 100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최단 기간이다.

'신의 한 수'가 '트랜스포머4'를 눌렀다는 소식이 전해진 4일 정우성을 만났다. "야호"라는 짧은 말로 기쁨을 표현한 그는 "내기바둑이라는 소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바둑을 모르는 내가 시나리오를 읽어도 어렵지 않았다. 일반 관객들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액션이 많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오락영화로서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신의 한 수'는 내기바둑판에 사활을 건 꾼들의 전쟁을 그린 액션 영화다. 정우성은 내기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팀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은 프로 바둑기사 태석 역을 맡았다.

정우성은 2008년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이후 4~5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몇몇 글로벌 프로젝트가 무산돼 공백기가 길어졌다. "연기에 대한 욕구로 목이 탔다"던 그는 '놈놈놈'이후 첫 국내 상업영화로 '신의 한 수'를 택했다.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은 '신의 한 수' 출연을 확정한 뒤 선택한 작품이다.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공백기간이 꽤 길어졌어요. 그 틈을 빨리 메워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택한 작품이 바로 '신의 한 수'였죠. 제가 잘할 수 있으면서도 관객들에게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분명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태석은 변화의 폭이 넓은 캐릭터다. 첫 장면의 태석과 마지막 장면의 태석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덥수룩한 수염과 어딘가 의기소침해 보이는 태석은 형의 죽음을 계기로 180도 달라진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프롤로그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초반 태석은 형의 죽음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약한 캐릭터예요. 프롤로그는 관객들에게 태석의 복수를 이해시키는 장면이기 때문에 목소리부터 걸음걸이까지, 가장 많은 신경을 쓴 부분이었습니다."

영화 속 정우성은 186cm의 길쭉한 다리와 화려한 몸놀림으로 액션신을 선보인다. 영화 '비트'(감독 김성수, 1997) 이후 "땀 냄새 나는 액션이 간절했다"는 말처럼 그는 영화에서 민첩하고 날렵한 자태로 강렬한 액션을 펼쳐냈다.

"기교를 많이 부리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액션장면의 커트를 많이 나누려 하지도 않았고요. 현장의 긴장감과 땀이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졌으면 했거든요. '감시자들'에서 조금 세련된 액션을 선보였다면 '신의 한 수'에서는 투박함이 느껴지는 거친 액션을 담아냈죠. 남성미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습니다."

"몸을 아끼지 않으면 액션 연기가 잘 나온다"는 그는 냉동창고에서 펼치는 액션을 찍다가 팔꿈치 뼈가 조각나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아직도 살 안에서 뼈가 돌아다니는 느낌"이라던 그는 "나중에 병원에게 가서 뽑을 것이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넘겼다.

그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 동안이나 한결같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잘생긴 외모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트' 이후 청춘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많은 이들이 인정하는 배우가 되기까지, 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그는 "안주하려고 하지도, 만들어진 캐릭터에 연연하지도 않았다.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도전하는 편"이라며 "어떤 시나리오든 흥미가 있고 내가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겁 없이 뛰어든다"고 답했다.

그의 201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에 이어 '나를 잊지 말아요'(감독 이윤정) 촬영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마담 뺑덕'에서는 학생들과 염문을 뿌리는 대학교수 역을 맡았다. '나를 잊지 말아요'를 통해서는 제작까지 활동범위를 넓혔다.

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지만 오히려 힘이 난다고 했다. 배우로서 의도치 않은 공백은 그의 갈증을 불러왔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는 배우 감독 제작자까지, 1인 3역을 도맡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한정 짓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잘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제 인생의 신의 한 수예요. 오늘 어떻게 마음을 먹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삶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앞으로도 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