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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스티븐 연 인터뷰

악취 풍기고 예쁜 여친과 다니면 좀비들도 피해 간데요?
아시안계 배우 할리우드 진출
갈수록 '기회의 문' 넓어져 행운
선배들 지도·격려 탓 연기 좋아져
  •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왼쪽)과 스티븐 연.
인간과 좀비들의 대결을 그린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Walking Dead)에서 한국계 글렌 리역을 맡은 스티븐 연(30ㆍ한국명 연상엽)과의 인터뷰가 미국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에서 있었다.

곱상한 외모의 스티븐은 인터뷰 전 기자와 만나 두 손으로 악수를 하면서 한국말로 "반갑습니다"라고 깍듯이 인사를 했다. 스티븐은 5세때 이민와 부모가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도록 가르쳐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알려줬다. 매우 겸손한 사람으로 유머를 섞어가며 지혜롭게 대답을 했는데 내면이 무척 성숙된 젊은이라고 느꼈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호평을 받고 있다. 스스로 타고난 배우라고 생각하는가?

"칭찬에 감사한다. 내가 글렌 역을 맡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맡은 역에도 점점 확신을 갖게 됐는데 내 연기가 진전한 것은 다 시리즈에 나오는 선배들의 지도 격려 탓이다. 나는 처음부터 공연배우들에게 '질문을 무더기로 해도 되겠느냐'고 물은 뒤 그들의 자문을 받았다. 따라서 좋다는 내 연기는 다 그들 덕분이다."

―이 시리즈가 당신에게 훌륭한 영화배우가 될 수 있는 디딤돌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랬으면 좋겠다. 이 시리즈 뒤로 보다 많은 역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난 지금 내 역을 진정으로 즐기고 있다. 영화계와 연기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연기 외에도 감독과 각본 집필 등 무엇이 먼저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은 지금까지 내가 터득한 것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좀비 중 누가 더 잔인하다고 보는가.

"단연 사람이다. 그것이 이 쇼의 매력이다. 이 시리즈는 생존에 관한 것으로 때로 혼란이 오면 사람들은 선과 악의 극단적인 두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당신이 좋아하는 좀비영화는 무엇인가.

"난 그 장르 영화 팬이 아니다. 너무 끔직하다. 그러나 '션 오브 더 데드'는 재미 있게 봤다. 그리고 '28일 후'도 좋게 봤다."

―좀비를 피할 수 있는 묘책 세가지를 말해보라.

"몸에서 악취를 풍기고 가볍게 여행을 하며 예쁜 여자를 친구로 두는 것이다."

―글렌과 당신의 유사성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그와 나는 모두 아주 평범하다는 것이 같다. 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체격도 크지 않고 또 아시안 아메리칸이어서 농구와 풋볼 같은 경기가 있을 때면 늘 꼴찌로 뽑혔다. 따라서 난 많은 것들을 극복해야 했고 또 나도 평균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노력해야 했다. 그런 면에서 글렌과 나는 매우 닮았다."

―시리즈에서 당신이 겪은 가장 끔직한 장면은 무엇인가.

"우물 속에서 줄에 매달려 있는 나를 잡아 먹겠다고 밑에서 손을 뻗치는 물에 퉁퉁 불은 좀비한테 공격받는 장면이다. 나는 내 밑에 어떤 좀비가 있는 줄을 모르다가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보고 진짜로 혼비백산 했었다."

―당신이 배우가 되기로 했을 때 당신 부모의 반응은 어땠는가.

"안 좋았다. 그러나 나를 밀어주었다. 난 그런 부모를 둔 행운아다. 그러나 난 자랄 때 부모 속을 많이 썩였다. 나는 나 같은 자식 두고 싶지 않다. 부모에게 대들고 끊임 없이 따졌다. 왜 이를 닦아야 하며 왜 일찍 자야 하느냐고 대들었다. 부모가 하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나가 부모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했을 때 나의 부모는 '우리가 반대하면 또 난리법석을 떨겠지'라며 허락했다. 그리고 2년간 기회를 주겠다고 말한 뒤로 즉시 나를 후원했다. 이제 그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할리우드가 아시안계를 위해 문을 충분히 열었다고 보는가.

"우리의 전 세대보다 우리 세대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내가 그 증거다. 난 나의 전 세대 선배들 보다 덜 고생하고 이런 역을 맡을 수가 있었다. 선배들은 쓰레기 같은 역을 맡아야 했고 그나마 많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난 참 운이 좋아 다른 아시안계 배우들보다 쉽게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아시안 아메리칸 배우라는 딱지를 떼어버리는 것이다. 내 정체성과 모습을 유지하면서 온전한 미국인으로서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 역을 해내는 것이다."

―팬들이 당신을 보면 어떤 반응을 하는가.

"사람들이 내가 한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이 쇼를 보는 이유는 단순히 무섭고 놀라운 것을 보자는 것만이 아니라 이 시리즈가 전하는 메시지가 이 시대와 코드가 맞기 때문이라고 본다. 팬들의 호응에 정말로 감사한다."

―이 시리즈의 메시지는 뭔가?

"요즘 우리 사회에는 세상 종말적인 분위가 감돌고 있다. 뉴스매체의 발달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참극들이 마치 우리집 뒷마당에서 일어난 것처럼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경제붕괴를 비롯해 온갖 불길한 뉴스들이 시도 때도 없이 다량으로 우리에게 공급돼 우리는 마치 세계종말이 곧 올 것 같은 분위기에서 살고 있다. 시리즈는 이런 면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산송장이 판을 치는 세상에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존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면서 쇼에 매달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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