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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속으로 들어온 직장인의 삶과 애환… 키워드는 '공감'

대중문화가 직장인들의 삶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월요병’을 노래하는 가요부터 직접 직장 생활을 체험하는 스타들, 그리고 회사가 주된 배경인 드라마 등 직장인과 직장 생활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들이 ‘공감’을 토대로 현대인들의 아픔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개그맨 송필근이 비틀스의 ‘렛잇비’(Let it be)에 맞춰 “저도 지금 회사에서 썸을 타고 있어요.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월급”이라고 노래를 부른다. 이어 “요즘 따라 내 거인 듯, 내 거 아닌, 내 거 같은 내 월급은 카드 회사 건가요?”라고 덧붙여 관객들의 격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코너 ‘렛잇비’에는 네 명의 직장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잘 빠진 오피스 룩과 사원증을 목에 건 네 명의 개그맨들은 각각 신입사원, 대리, 부장 등으로 분해 자신들의 애환과 고충을 노래로 부른다. 출근은 정시에 하지만 퇴근은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상사의 불합리한 요구에도 고개를 숙여야 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그려낸다. 빵빵 터지는 개그 소재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은 “내 얘기 같아”라며 공감하고 또 고개를 끄덕인다.



그룹 써니힐은 지난 8월 말 ‘월요병’을 앓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곡 ‘먼데이 블루스’(monday blues)를 발표했다. ‘혼자 해야 되는 일거리도 늘어 가는데 이것만 마무리 하지, 하나만 더 하고 가지. 나 말고도 많은데 나만 찾는 것 같아’라는 가사가 퇴근을 앞두고 자꾸만 일이 쌓여가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케이블채널 tvN ‘오늘부터 출근’은 아예 녹화장을 직장으로 옮겼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연예인들이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에 입사했다. 방송은 이들이 실제 직장인들과 똑같이 5일 동안 출퇴근을 하며 생활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그린다.

자유로운 행동으로 자신보다 어린 팀장에게 꾸중을 듣는 박준형과 첫 출근부터 짧은 치마 때문에 복장 지적을 당한 김예원, 대리점에 보낼 택배를 싸는 단순 노동에 지친 은지원과 로이킴 등의 모습은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들에게는 공감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직장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오늘부터 출근’의 고민구 PD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이 직장이다.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해 현대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라며 “시청자는 9번째 출연자로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극본 강은경·연출 전창근)에서도 직장인의 비애가 나온다. 까칠한 상사 때문에 항상 노심초사하는 비서 차강심으로 나오는 김현주가 그 주인공. 차강심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탁월한 업무 능력으로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상사 문태주(김상경)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보기 드문 직원이다. 그러나 강심은 태주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고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회사 직원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눈물을 삼키다가도 마구잡이로 다그치는 상사 때문에 울컥하는 모습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샐러리맨이 전면으로 나선 드라마 역시 방영된다. 오는 17일 첫 방송되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은 만화작가 윤태호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미생’은 사회 초년병의 눈으로 직장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 ‘미생’ 역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생’ 제작진은 전쟁터와 같은 직장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위해 실제 모회사의 대형 사무실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에서 촬영을 진행 중이다. 배우들이 직접 종합무역상사에서 일을 배우고 자문위원을 초청하는 등 현실감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눈에 띄는 것은 직장이 로맨스가 펼쳐지는 곳이 아니라 치열한 생존의 장소로 그려진다는 점. 신입사원 안영이 역을 맡은 강소라는 "드라마 구성이 기승전'연애'가 아니라 출연을 결심했다. 신입사원과 상사, 동료들간의 미묘한 관계가 재미있었고 그것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을 주 대상으로 내세운 콘텐츠의 증가에 대해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과거 직장에 대한 관심은 주로 40~50대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20대부터 직장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을 한다. 직장이 20대부터 50대까지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소재가 됐기 때문에 드라마나 예능 등 콘텐츠 제작자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가 불안하고 전체적으로 혼란할 때는 판타지적 소재보다 일상적인 소재들이 더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보다 직장인들의 생존경쟁이나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더 세졌다. 그런 현실을 반영하는 취지로 직장이나 직장인들의 우울한 단면을 반영하는 콘텐츠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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