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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나를 찾아줘’ 벤 애플렉 인터뷰

아내의 실종으로 유력한 용의자 된 남편 역
데이비드 핀처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출연결정
실생활은 영화와 달리 아내 제니퍼 가너 덕분 행복해
23일에 국내 개봉되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나를 찾아줘’(Gone Girl)의 주인공 벤 애플렉(42)과의 인터뷰가 최근 미국 뉴욕의 리츠 칼튼 호텔에서 있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에서 아내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가 실종되자 이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몰리는 남편 닉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감기가 걸려 쉰 목소리로 질문에 대답하던 애플렉은 잇단 인터뷰에 지친 듯이 처음엔 하품을 하면서 피곤한 표정을 지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활기를 되찾아 욕설을 섞어가면서 마치 신이 난 아이처럼 떠들어댔다.

―영화 출연에 응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존경할 수 있는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일하는 것이었다.”

―배우이자 감독인 당신이 다른 감독에게 연기 지시를 받는 기분이 어땠는가. “믿는 사람으로부터 연기 지시를 받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좋은 영화만 만든다. 그래서 난 장인의 휘하에 있음을 느꼈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감독을 골라서 함께 일한다.”

―아내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닉은 매스컴의 초점이 되는데 역시 매스컴의 눈길을 받는 당신은 이를 어떻게 보는가. “요즘의 케이블 TV들은 비극이나 끔찍한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고 시청자들은 이런 뉴스를 포식하며 즐긴다. 보도라는 명목 하에 사건의 주인공들은 추악한 인물들로 낙인이 찍히고 마는데 핀처도 영화 속에서 미디어의 이런 위선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결혼에 관한 분석이기도 한 영화를 찍으면서 당신의 결혼에 대해 생각했는가. “난 영화와 달리 사랑스런 아내(배우인 제니퍼 가너)가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내 결혼에 대해 별로 생각 안 했다. 그러나 영화가 너무 어두워 촬영 후 귀가해도 그 흔적이 몸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핀처는 유머가 많고 따스한 사람이어서 세트에서 웃으며 재미있게 보냈다.”

―영화는 상당히 무서운 얘기인데 당신이 살면서 가장 무서웠던 경험은 무엇인가. “내 아이들에게 어떤 나쁜 일이 벌어질 것을 생각하는 일이 가장 두렵다. 지금 나의 아이들이 아픈데 아내가 현재 여기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금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도 아이들의 건강이다.”

―미디어의 끈질긴 추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가 있는가. “태블로이드 잡지나 신문을 팔아먹기 위해 굶주린 야수처럼 달려드는 미디어에 걸리면 상처 받기가 십상이다. 그들은 식인종이자 잔인하다. 다행히 난 견고한 환경에서 자라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서 미디어의 허위와 과장보도를 ‘시간이 약이다’라는 심정으로 견딜 수가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유명해지려고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 악명과 유명의 구분이 애매모호한 것이 요즘 미국의 현실이다.”

―한국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한 남자의 아내가 죽으면 그 남자는 사람들 앞에서는 울지만 화장실에 혼자 있으면 웃는다.’ 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그것 참 재미있는 농담인데 내가 말했다고는 쓰지 말라. 이 영화는 당신의 농담이 지적하듯이 부부 간의 긴장을 다루고 있다. 남녀가 연애를 할 때는 서로 자신들의 좋은 점만 보여주지만 일단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당신이 잘 몰랐던 면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이건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다. 닉도 아내가 실종되면서 어느 순간에는 아주 행복하다고 느낀다.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용기가 없어서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핀처도 당신의 농담에 담겨 있는 혹독한 진실을 얘기하려고 한 것이다. 관계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난 다행히 제니퍼가 있어 복이 많다. 관계나 직업이나 친구를 돌보고자 한다면 그것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사라지고 만다. 나와 아내는 우리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아주 복잡한 성격을 지닌 닉 역을 하기가 쉬웠는가. “사실은 아주 자유로웠다. 보통 주역은 늘 옳고 똑똑하고 매사에 답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은 참 지루한 노릇이다. 핀처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관객이 좋아하지 않을 사실적이요 결함이 있는 닉을 원했다. 핀처는 내게 한 치의 꾸밈도 없는 결함이 있는 닉을 원했다. 내 장점과 함께 가장 추한 단점을 보여줘야 했다. 닉을 연기하는데는 어떤 규칙도 없어 자유로웠다.”

―당신은 나이 42세에 남들이 다 부러워할 성취를 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과거 10년간 나는 상당히 순조로운 길을 걸어 왔다. 난 이제 이야기꾼으로서의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나는 연기보다 감독에 더 힘쓰려고 한다. 작은 영화와 대하 서사적인 영화를 고루 만들려고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물론 그러다 보면 실패도 할 수 있고 그 책임을 내가 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할리우드다. 야구선수도 삼진을 먹을 때가 있지 않은가. 실수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 가지 나의 세 아이가 성격 형성기인 8세와 5세와 2세이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 주변에서 멀리 있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 다음에 아이들이 커서 자서전을 쓸 때 ‘우리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우리 곁에 있지 않았다’고 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닉은 어린 어린 여대생의 유혹에 넘어 가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빗나가는 결혼이다. 따라서 여자나 남자나 다른 데서 인간관계를 통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부부가 서로 상대방을 경멸한다면 그 결혼은 끝장이 난 것이라고. 닉도 에이미가 더 이상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자기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 그 결정은 비도덕적인 것이다. 그러나 온갖 유혹을 제외하고 어떻게 결혼을 얘기할 수가 있는가.”

―당신과 로자먼드가 나체로 나온 샤워장면에 대해서 말해 달라. “영화를 보고 나서야 내 나체를 인식했다. 그래서 핀처에게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핀처는 부부가 실제로 침대에 있을 때 여자가 이불보로 가슴을 가리지 않듯이 노골적이요 솔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머리 손질도 화장도 못하게 했다. 우리 자신을 숨기지 말라는 것이다.”박흥진의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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