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흥행 바탕 안방서 수익 창출DVD 대체…부가판권시장 변화'인간중독' '마담 빵덕' 등 잇단 대박극장 대신 IPTV로 직행 작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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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개봉한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은 국내 관객 143만명에 그쳤다. 손익분기점 150만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스코어였지만 제작사 아이언패키지를 비롯해 배급사 NEW는 미소를 지었다. 바로 부가판권시장인 IPTV에서 대박을 치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거둔 것. 제작비는 모두 회수됐고 짭짤한 이득까지 얻었다.

# 2.

직배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최근 IPTV를 통해 영화를 개봉하는 'IPTV 국내 최초 개봉관'을 론칭했다. IPTV 가입자 1천만 시대에 맞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배급경로가 탄생한 것. 워너 측은 영화 '블렌디드'를 시작으로 국내 미개봉작을 속속 공개할 계획이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던 작품들을 만날 새로운 통로가 생겼다.

▲ IPTV, 새로운 시장의 등장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가 뜨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인 IPTV는 영화계에 새로운 수익창출모델로 떠올랐다. 극장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안방극장에서 새로운 수익을 거둬들이고, 일부 작품은 극장을 뛰어넘는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전통적 부가판권시장인 비디오(DVD) 시장을 대신해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았다.

한국디지털 미디어산업협회에 따르면 2009년 174만 가입자로 출범했던 IPTV는 2011년 2.5배 늘어난 457만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2013년에는 830만까지 늘어났다. 올 8월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입자 폭증에 따라 디지털 온라인 시장 역시 급속히 덩치를 키우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3년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전년대비 24.0%, IPTV 및 디지털케이블은 전년대비 32.6% 증가했다. 2009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매해 20% 이상 성장했으며 2009년 262억에서 2013년 1,737억 원으로 5년 만에 약 7배 가까이 커졌다.

IPTV 시장이 성장하면서 극장에서 비디오→케이블TV→공중파TV로 이어지던 전통적인 부가판권시장도 격변을 맞고 있다. 각 단계별로 '홀드백'되던 구조가 붕괴되고 판권가가 높은 순서대로 서비스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극장 개봉을 1순위로 여겼던 영화계의 시선도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다. IPTV 시장이 극장만큼 성장한 만큼 굳이 '극장개봉작'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 '인간중독' 등 대박 작품 줄이어

올 초 개봉해 IPTV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둔 '인간중독'뿐만 아니라 극장가에서 석패했던 '황제를 위하여'(감독 박상준) '해무'(감독 심성보) '우는 남자'(감독 이정범) 등 많은 작품들이 새로운 시장을 통해 패자부활전에 성공했다. 또 '해적 :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군도 :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외화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등 흥행에 성공했던 작품들 역시 추가 수익을 거뒀다. 현재 상영 중인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ㆍ제작 동물의 왕국)은 극장가에서 누적관객 50만명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주연배우 정우성, 이솜의 파격 베드신이 화제가 된 만큼 IPTV시장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거라는 것이 관계자 전언이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극장 대신 IPTV 시장으로 직행하는 작품들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미개봉작들을 IPTV를 통해 공개할 뜻을 밝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디지털 배급부문 강명구 이사는 "극장에서 개봉할 기회를 갖지 못해 만나기 어려웠던 영화들을 IPTV 서비스를 통해 빠르고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성장세를 기록 중인 한국의 IPTV가 새로운 디지털 영화 최초 개봉 유통경로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IPTV 성장을 통한 부가판권 시장 파이가 커지자 외국 영화 수입 건수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한국영화 수입 편수는 최대치를 찍었는데 이는 콘텐츠를 원하는 IPTV 업체들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때 도박성 수입까지 있을 정도로 영화 수입이 과열화됐었다. 이는 IPTV의 급성장과 연관있다. 시장이 점차 안정화되면서 정점을 찍었지만 부가판권 시장을 노린 콘텐츠 수입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말했다.

▲ 해결해야 할 숙제 산적, 머리 맞대야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문제점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특히 IPTV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 중 상당수가 노출이 심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한 청소년 관람불가 작품들이 많았다. 이는 개인 관람의 행태가 빈번한 IPTV 특성상 성인 취향 영화들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화제작의 이름을 교묘하게 바꿔 콘텐츠 구입을 유도하는 이른바 '낚시성 타이틀' 작품이 많아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환불과정도 쉽지 않아 IPTV 업체들과 고객들 간의 실랑이로 발전하기도 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고질병인 대기업 수직계열화의 마수는 IPTV에도 뻗쳤다. 현재 IPTV 사업자는 KT를 비롯해 SK브로드밴드, LG U+ 등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플랫폼을 쥐어잡고 있는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통해 콘텐츠 유통에 입김을 가한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한 외화 수입사 관계자는 "대형 통신사 위주로 IPTV 플랫폼이 구성되다 보니 극장가에 이어 또 하나의 수직계열화가 이뤄졌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콘텐츠가 움직이고 군소 업체들은 이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 분배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된다. 최근 들어 영화진흥위원회 측에서 작품별 IPTV 조회량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IPTV 업체 측에서도 정보 공개 의사를 밝히긴 했으나 극장 수입에 비해 IPTV 시장은 여전이 불투명하다. '핫'한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관련 제도를 정비해 콘텐츠 제공자와 플랫폼간의 공정한 수익분배를 서둘러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