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타이틀곡 '헤픈엔딩' '본헤이터' 등국내 최대 멜론차트 정상 싹쓸이… 개코 '화장지웠어'도 상위권 포진강렬한 정통 랩뮤직 전성기 부흥

개코
힙합. 더 이상 마니아들의 음악이 아니다. 꾸준히 마니아 층을 쌓아 올리던 랩뮤직이 드디어 전성기를 맞았다. K-POP을 호령했던 아이돌 음악도, 한때 대중음악을 흔들었던 대형 아티스트들도 힙합퍼들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바야흐로 대힙합퍼시대가 열렸다.

서태지, 김동률, 비스트, 걸스데이 등 특급 아티스트와 대형 아이돌 그룹의 각축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 음원시장이 힙합에 흔들렸다. 10월 16일 솔로앨범 '레딘그레이'를 공개한 다이나믹듀오 와 10월 21일 앨범 '신발장'을 발매한 그룹 가 주인공이다. 소프트한 힙합이 아니라 강렬한 정통 랩뮤직 임에도 불구하고 차트 상위권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의 타이틀곡 '헤픈엔딩'과 '본 헤이터'(Born hater), 그리고 '스포일러'는 공개되자마자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차트 정상을 독식했다. 역시 자이언티와 함께한 타이틀곡 '화장지웠어'로 상위권에 포진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힙합계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인 만큼 만만찮은 영향력을 기대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는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랩 음악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기존 아이돌 음악, 그리고 서태지 등 대형 아티스트들의 곡은 열세를 보였다. 비스트의 발라드곡 '12시 30분'은 차트 정상등극에 실패 했으며 올 초 '썸'으로 맹위를 떨쳤던 소유가 어반 자카파와 부른 '틈'은 힙합퍼들의 등장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걸스데이와 로이킴 등도 순위가 많이 내려간 상태다. 서태지의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 역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사랑받던 리얼 랩뮤직이 드디어 메인스트림에 올라왔다는 평가다. 90년대 랩 음악이 국내에 소개된 이후 힙합은 조금씩 성장해오며 이제 국내 음악계 한축을 담당하는 장르로 인정받았으나 다소 생소한 장르라 뿌리내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몇몇 곡들이 주목받기도 했으나 이를 '리얼 힙합'이라 부르기엔 다소 부족했다. 최근에 와서야 진짜를 듣기 원하는 대중의 요구가 커지면서 오랜시간 언더그라운드 힙합신을 지켜온 아티스트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

에픽하이
타블로는 <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음악이 사랑받는 것에 대해 "우리의 음악 색깔이 달라지진 않았다. 비대중적이라 평가받았던 1집과 비교해 차이점은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듣는 분들의 취향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성공적으로 솔로 컴백한 는 힙합신의 부흥에 대해 "가사주제선정의 유연함에서 오는 참신한 표현, 언어유희, 공감대 스토리텔링, 패션과 연결된 트렌디함, 아티스트들과의 광범위한 협업, 장르의 경계선을 허무는데 유연함"을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레이블단위로 각자의 아이덴티티 형성하며 발전한 것이 랩스타들의 출현으로 꽃을 피웠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인기리에 종영된 Mnet '쇼미더머니' 시즌3 역시 랩 음악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력 있는 래퍼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된 가운데 이를 통해 수 많은 래퍼들이 발굴됐다. 힙합에 대한 대중 인지도를 한계단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유행처럼 번지도 있는 타장르간 콜라보레이션 및 피처링에서도 빈지노, 자이언티, 버벌진트, 도끼 등 래퍼들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모시기 전쟁'이라는 표현조차 나온다.

힙합공연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근 이러한 분위기에 대해 "어떤 계기가 있어서 힙합신이 주목받게 된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힙합계를 지키며 묵묵히 실력을 갈고 닦아온 아티스트들이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다이나믹듀오, 도끼, 빈지노 모두 10년 넘게 힙합 한우물만 파온 아티스트"라 말한 그는 "오랜 시간을 버티며 갈고 닦아온 리얼 힙합에 대해 대중 역시 눈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통 힙합이 인기를 끌자 이를 전면에 내세운 아이돌도 늘어나는 추세다. 힙합에 기반을 둔 엑소의 '으르렁'의 메가히트뿐만 아니라 그룹 B.A.P, 방탄소년단 등 힙합 아이돌이 주목받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신인 힙합 아이돌 이 데뷔해 팬들 앞에 나서는 등 '힙합' 장르에 대한 대중음악계의 관심은 커지는 추세다. 또 힙합 관련 공연도 확대일로에 나섰다. 마니아적인 색깔을 버리고 대중을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얼 힙합'이 주목받는 것은 환영했지만 "과열 양상은 피해야 한다"고 일침 했다. 그는 "어렵게 진짜 아티스트들이 사랑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힙합을 하면 뜬다' 등 과열양상으로 번지게 된다면 이를 이용하는 이도 등장하게 되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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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