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SNS 시청자 사로잡아10분안팎 시간·공간 제약없이 봐… 로맨스·미스터리 등 소재도 다양제작비 줄고 확산성 매우 높아 기업·정부도 홍보효과 적극 활용

#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해지 않아 연애세포가 말라버린 마대충이 고양이 네비로부터 연애 과외를 받는다. 그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톱스타 서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일 공개된 웹 드라마 ‘연애세포’ 본편 조회 수는 하루 만에 44만 건을 돌파했다.

# 허균이 썼다고 알려진 언문소설이 살인 현장에서 사라졌다. 이에 책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인 장수한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결백한 수한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고 그 책을 읽기 위해 책찾기에 나선다. 홍길동전 탄생비화를 그린 웹 드라마 ‘간서치열전’이 지난 4일 기준으로 누적 조회 수 130만 건을 넘어섰다.

웹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웹 드라마 열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기업과 지상파 방송사, 정부기관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으로 스마트폰 사용자 4,0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모바일 서비스 이용량이 급증했고, 시청자들의 드라마 시청 패턴 역시 변화했다.

왜 웹 드라마인가

‘모바일 드라마’ ‘SNS 드라마’ 등으로 불리는 웹 드라마는 네이버 TV캐스트, 다음 tv팟 등 포털사이트와 유튜브, SNS 등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방송되는 드라마다. 짧은 시간 내에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 트렌드인 ‘스낵컬처’(Snack Culture)의 영향을 받은 웹 드라마는 10분 안팎의 짧은 러닝 타임과 로맨스 미스터리 직장생활 등 다양한 소재,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후유증’ ‘어떤 안녕’ ‘취업전쟁’ ‘출중한 여자’ ‘모모살롱’ ‘꿈꾸는 대표님’ ‘최고의 미래’ ‘썸남썸녀’ 등 상당한 양의 웹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TV로 정규방송을 보는 사람과 모바일 기기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의 비율이 거의 같아진 상황에서 웹 드라마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더욱 매력적인 것은 제작비 부분. 지상파 드라마 1회 평균 제작비로 웹 드라마 한 시즌을 만들 수 있고 여기에 SNS나 블로그 등을 통한 확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

KBS 2TV ‘드라마 스페셜-간서치 열전’(이하 간서치열전)은 지상파 최초의 웹 드라마다. KBS는 한 편의 드라마를 5편으로 쪼개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공개됐다.

‘간서치열전’의 연출을 맡은 박진석 PD는 제작발표회 당시 “드라마 시장에서 단막극이 발을 디딜 틈이 없다. 조금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우리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며 “웹 드라마로 나가는 것이 본방송에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모르겠지만 고생해서 만든 만큼 한 번이라도 더 시청자들에게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간서치열전’의 성공에 고무된 KBS는 내년 3월을 겨냥해 두 번째 웹 드라마를 추진 중이다.

웹 드라마 적극 활용하는 기업과 정부

최근 기업들이 자사의 이미지 제고, 홍보 등의 이유로 웹 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한동력’에 이은 두 번째 웹 드라마 ‘최고의 미래’를 공개했다. 그룹 걸스데이 민아와 배우 서강준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최고의 미래’는 여주인공 미래가 삼성의 글로벌 인재 양성제도인 지역전문가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삼성이 바라는 인재상을 보여준다.

감성을 자극하기도 한다. 교보생명은 정웅인을 주연으로 죽음을 앞둔 아빠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러브인메모리2-아빠의 노트’를 선보였다. 교보생명은 웹 드라마를 통해 보험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실제로 보험 상품은 드라마를 이끄는 주된 요소다.

이 외에도 죠스떡볶이는 ‘매콤한 인생’ G마켓은 ‘모모살롱’, 커핀 그룬나무 제작지원으로 만들어진 ‘아직 헤어지지 못한 때’ 등 수많은 기업들이 웹 드라마를 선보였다.

기업들이 웹 드라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방송법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자사 브랜드와 로고, 공간 등을 보여줄 수 있고,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스토리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기존의 광고보다 높은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 때문에 정부부처에도서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웹 드라마를 제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군산시는 군산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된 ‘낯선 하루’를 공개했고, 중소기업청은 창업지원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꿈꾸는 대표님’을 제작해 배포했다.

‘연애세포’의 제작사 IHQ 김선화 팀장은 “시청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TV나 영화를 IPTV나 다운로드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대다. 또 바쁜 현대인들이 긴 호흡의 드라마보다 이동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결국 그런 생각들이 웹 드라마라는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우후죽순으로 만들어지는 웹 드라마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웹 드라마가 시작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 정확한 수익모델이 없다. 그저 인기에 편승해 웹 드라마를 만들다보면 결국에는 퀄리티가 떨어지는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대중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홍보에만 기대지 않고 다음에도 찾을 수 있는 킬러콘텐츠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