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 암혹 해독 기계 발명한 실존 인물의 삶 담은 전기 영화 지적이면서 오락적이며 흥미 넘치는 작품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의 도저히 해독할 수 없는 군사용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기계를 발명해 종전을 앞당기는데 지대한 공로를 남긴 영국의 천재 앨런 튜링(베네딕 컴버배치)의 삶을 다룬 전기 드라마다.

오만한 천재 튜링은 동성애자였는데 (그리고 장거리 달리기 선수였다) 나치 패망의 원동력이 된 ‘에니그마’ 해독기를 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 기호 때문에 경찰에 체포됐고 그 후 자살했다. 2009년 당시 영국 수상이던 고든 브라운은 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해에 튜링을 사면했다.

영화는 튜링이 극비로 구성된 동료들과 함께 암호를 풀 기계를 고안하는 과정과 그의 개인적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매우 짜임새가 좋고 내용도 재미있고 연기도 좋으며 모양새도 반듯하다. 그러나 영화가 일종의 전쟁영화 치고는 너무 말끔하다. 또한 영화가 너무 현대적인 것도 결점이긴 하지만 매우 지적이며 오락적이며 흥미 있는 작품이다.

오만불손하고 천상천하 유아독존 스타일의 튜링은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줄 아는 탁월한 두뇌를 지닌 천재. 그는 나치가 매일 새로 바꿔 자국 해군에 보낸 암호에 따라 공격을 받고 영국과 연합군의 선박들이 무참하게 수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극비리에 조직된 암호 해독 팀에 합류한다. 6명으로 구성된 팀은 모두 수학과 체스의 천재들.

고전 스타일의 지휘관 데니스턴(찰스 댄스)이 총괄하고 체스 챔피언 휴 알렉잰더(매투 굿)가 리드하는 팀은 처음부터 무례하고 자기들을 무시하는 튜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런 튜링이 지나치게 독단적인 행동을 하자 데니스턴은 그를 해고하나 튜링은 처칠에게 편지를 써 물질적 재정적 지원의 약속을 받아낸다.


팀의 리더가 된 튜링은 통상적인 수단으로 해독하려면 수십년이 걸리는 ‘에니그마’를 해독하기 위해 여러 개의 디스크와 손잡이들이 있는 기계를 조립하는데 이것이 컴퓨터의 원조다.

이 팀에 유일한 여자인 조운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가 참여하면서 영화에 감정적 깊이를 주는데 튜링은 유독 조운과만 다정하게 지낸다. 그리고 튜링은 자신의 성적 기호를 아는 조운의 종용에 따라 이 여자와 형식적인 결혼을 한다.

영화는 많은 시간을 보통 사람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전문용어들을 사용하면서 팀이 암호 해독기를 고안하는 과정에 할애하는데 일반 관객이 좀 이해하기 쉽게 이 부분을 다뤘어야 했다. 여하튼 팀은 2년이 훨씬 지나서야 마침내 해독기를 완성하는데 런던의 정보부 MI6의 국장 스튜어트 멘지시(마크 스트롱)의 지시에 따라 이를 극비에 부친다.

그리고 나치가 눈치 못 채도록 독일 함정에 대한 공격도 선발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 튜링이 고안한 인공두뇌인 기계는 나치의 공격을 받는 연합국 선박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신적인 구실을 하게 된다.

영화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카리스마 있는 컴버배치의 연기다. 그는 BBC의 TV 시리즈 ‘셜록 홈즈’에서도 천재적인 현대판 탐정 역을 멋있게 해내는데 여기서도 지성과 감정을 겸비한 사람의 내적o외적 면모를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그가 동성애자로서 고뇌하고 갈등하며 또 아파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오스카상 후보감이다. 감독은 노르웨이 태생의 모르텐 틸둠. 박흥진 미주 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스포츠한국미디어 최재욱 기자 jwch6@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