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속 JYJ 도쿄콘서트 대성황동방신기ㆍ 소녀시대ㆍ 빅뱅 등도 철저한 현지화 전략 '무한 신뢰'비투비ㆍ 엑소 등 새얼굴 반등 시도 'K-POP' 하나의 고정 장르로 정착

JYJ 도쿄돔 공연.
"일본 한류는 끝났다." 지난 1월과 2월,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이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0%는 이같이 답했다. K-POP 팬으로 가득했던 신오쿠보 한인 거리는 한산해지고 한류 백화점은 문을 닫았다. 위기 신호는 계속됐고 새롭게 중국시장이 뜨면서 활동 무게추가 급격히 기울었다. 하지만 일본 시장은 여전히 한류의 본거지이자 뿌리다. 또 위기를 기회 삼아 반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위기설 속 도쿄돔 가득 채운 원조 한류스타 JYJ

11월 19일 그룹 JYJ의 일본 돔투어 '이치고이치에' 도쿄 콘서트가 일본 도쿄도 분쿄구 도쿄돔에서 열렸다. 한류 불황에 최근 중국 활동으로 일본 활동이 뜸했음에도 JYJ의 인기는 여전했다. 콘서트 티켓은 불티나게 팔렸고 진행 측은 시야제한석까지 열며 팬들을 맞았다. 그럼에도 일부 골든 좌석은 10만여엔(약 100만원)을 호가하며 암거래되기도 했다.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깜짝 놀랄 정도의 격한 반응이었다.

콘서트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JYJ 멤버 김재중은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한류라는 흐름을 타고 일본에 진출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일본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외국 그룹이지만 일본어 음반을 발매하고 팬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팬덤을 다져왔다는 것. 실제로 JYJ는 , 소녀시대, 빅뱅과 더불어 현재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티스트로 손꼽힌다. K-POP이 아닌 일본 아티스트와 경쟁해도 우위에 있다는 현지 관계자 설명이다.

한류 전문가들은 JYJ와 , 그리고 빅뱅 등 K-POP 톱 아티스트들의 호성적이 이어지는 것은 충성도 높은 일본 팬문화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번 애정을 준 아티스트에 대해서는 여간해서는 마음을 돌리지 않는 독특한 문화다. 또 같은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후배 아티스트로 애정이 이어지고 가족과 지인들에게 확장되는 등 연쇄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다져온 K-POP 팬덤은 혐한류라는 역풍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동방신기
한류 저점 확인, 새 얼굴로 반등?

위기론 속에서 JYJ가 도쿄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는 상당한 의미가 담겼다. 일본 최대 공연장인 이곳은 현지 최고의 톱스타들만 오를 수 있는 곳이며 많은 아티스트들이 동경하는 공간이다. 이틀간 치러진 도쿄돔 콘서트를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팬덤이 단단하고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반한류 속에서도 K-POP 팬심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새로운 얼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11일 비투비는 도쿄 시부야 타워레코드 내 위치한 CUTUP 스튜디오에서 데뷔 기자회견을 열고 현지 언론, 방송 관계자들과 만났다. 중국 등 글로벌 인기를 바탕으로 일본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엑소와 빅뱅 팬덤을 그대로 이어받은 위너는 데뷔 전부터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경우다. 갓 일본에서 데뷔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쇼케이스와 소규모 투어, 악수회 등을 통해 팬들을 직접 만나는 열혈 팬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그룹 빅스타는 한 주에 4회씩 열리는 소규모 라이브 공연을 100회를 펼치며 3만4,000여 명의 현지 팬을 직접 만났다. 아직 인지도는 낮을지언정 밑바닥부터 팬덤을 단단히 쌓아올리는 작업에 한창이다.

저점 확인이다.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던 일본 한류가 팬덤으로 지지선을 지켜냈다. 도쿄돔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JYJ뿐만 아니라 , 소녀시대, 빅뱅 등 주요 아티스트들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막강하다. 여기에 신인의 힘으로 반등 기회를 모색 중이다. 핵심 키는 역시 아티스트와 주요 엔터테인먼트사의 활동 전략이 쥐고 있다. 숨 고르기를 하는 동안 일본 내 K-POP 팬덤을 지킬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

K-POP, 초심으로 돌아가자

엑소 일본 공연.
일본 한류의 위기 원인으로 많은 이들이 우경화로 인한 혐한류 발생 그리고 엔저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꼽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POP의 미래를 어둡게만 보지 않는다. 현재 일본 내 K-POP의 인기가 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나 일시적 유행을 지나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것은 확실하다. 마니아들만 찾는 음악에서 큰 유행으로 번졌고 다소 위축되기는 했으나 미국 POP음악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고정 장르로 일본 대중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10년 전엔 상상도 못 했던 풍경이다. 이를 통해 일본 내 K-POP 재부흥도 감히 전망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K-POP 한류가 새싹을 틔웠던 2004년부터 2007년 까지 원엔환율은 700원대까지 폭락할 정도로 유례없는 엔저를 겪었다. K-POP이라는 단어조차 어색했던 당시,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한류 원조 등은 새로운 음악 시장 개척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일본행을 선택했다. 바닥부터 터를 닦은 이들은 이후 현지화에 성공하며 K-POP 부흥을 이끌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본 현지에서 만난 한 음반관계자의 전언이다. 거품이 사라지고 결국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밑바닥부터 인기를 다져온 아티스트다. 관계자는 일본 한류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화려함을 좇기보다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눈 앞의 수익만 좇다간 영영 일본 시장을 놓칠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지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도쿄 타워레코드 방문한 그룹 비투비.

도쿄(일본)=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