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카메라는 의식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라는 PD의 말을 듣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인데 대중들이 반응했다. 힙합그룹 M.I.B의 일본인 멤버 강남(나메카와 야스오·27)은 그렇게 ‘예능 샛별’이 됐다. 그는 현재 MBC ‘나 혼자 산다’ ‘헬로 이방인’ 종합편성채널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속사정쌀롱’ 등 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 4개에 이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소속사인 정글엔터테인먼트 근처에서 강남을 만났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금발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그는 이날 하루에만 3개 이상의 스케줄을 소화해냈다. 저녁 7시에 첫 끼를 해결한다는 그에게 “피곤하지 않냐”고 넌지시 묻자 “그래도 행복하다”며 금방 웃어 보인다. 지금이야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꼽히고 있지만 불과 2개월 전만 해도 강남은 이런 상황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매니저가 스케줄을 정리하느라 바빠졌어요. 상상도 못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어요. 요새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너무나도 많은 분들께서 알아봐 주세요. 정말 행복해요. 얼마 전에 뉴욕에서 열린 한인 축제에 갔다가 공항으로 돌아왔는데 팬들이 나와 있더라고요. 그때가 새벽 4시였거든요? 놀랐어요. 저를 응원해 주는 팬들을 보니까 힘이 나더라고요.”

강남 역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이런 인기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자신의 어떤 매력이 통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은 정말 한방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나 혼자 산다’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대본도 없고 어떤 상황을 주는 것도 아니죠. 편집을 잘해 주시는 것 같아요. 만약 제 인기에 지분이 있다면 제가 20% 역할을 했고 편집이 80%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아! 머리가 검었다면 안 떴을 수도 있었을 것 같네요. (웃음)”

일본인 아버지와 재일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남은 하와이서 생활하던 중 가수 박진영의 무대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0년 음악을 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 “발음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밝힌 그는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면서 발음 교정에 매진했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은 아직도 그에게는 어렵다.

‘만낫숨’(만났음) ‘교론헷숨’(결혼했음) ‘수원셍’(수험생) 등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기상천외한 한글 맞춤법은 ‘일부로 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일부러 틀리는 것 아니냐는 댓글도 봤어요. 제가 말은 잘하니까 그런 의혹도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절대 아니에요. 전에는 하루에 30분씩 맞춤법 공부를 했는데 요새는 못하고 있어요. 오해를 많이 받고 있어서 그걸 없애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지하철 옆자리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고, 통장 잔고에 남아 있는 3,400원에 좌절하다가도 금세 힘을 내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허탕을 친 A/S 기사에게 냉장고에 있는 음료를 모두 건네는 등 시청자들은 그가 보여준 4차원적인 기질과 긍정적인 마인드 여기에 어른들에게는 공손한 모습을 보이는 모습에 주목했다.

“부모님이 엄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어른 공경에 대한 교육을 해주셨죠.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은실이’ ‘올인’ 등 유명했던 건 다 봤던 것 같아요. 한국 드라마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어른에 대한 예의가 바르잖아요. 애들이 보고 배우는 것처럼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도 한국 예절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현재 강남은 M.I.B 앨범 발매에도 적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M.I.B는 지난 2011년 싱글앨범 ‘Say My Name(세이 마이 네임)으로 데뷔한 4년차 4인조 그룹이다. 데뷔 후 여러 싱글과 앨범을 발매했지만 쉽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잊혀져가는 그룹이 되나 했지만 강남이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얻었고 이에 힘입어 다음 앨범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강남의 인기에 업힐 생각은 추호도 없단다.

“사람들이 언제 음원을 내냐고 많이들 물어봐요. 그런데 아무렇게나 내면 무의미하다는 걸 알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더 좋게 제대로 준비해서 세상에 내보이고 싶어요. 음악으로 꼭 1위를 하고 싶어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준비하고 있어요. 서두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욕심이 많다. 그의 롤모델은 임창정과 제이미 폭스다. 이 둘의 공통점은 연기, MC,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만능 엔터테인먼트라는 점.

“연기도 하고 싶어요. 진짜로 연습을 많이 해서 살인마나 변태 역할을 한번 맡아보고 싶어요. 2015년에는 예능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이 활약하고, 음악적인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언제 다 하냐고요? 안 자고 열심히 일해야죠!”



조현주 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