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100억… 월급은 50만원?

B.A.P
■ 아티스트
'표준전속 계약서' 허점 많아
수익금대신 현물받는 경우 허다
월급도 제대로 못받고 '노예활동'

■ 소속사측
무명시절 아무말 하지 않다가
스타반열 오르면 '이기적 판단'
톱스타 육성 노력·비용 엄청나

아이돌 그룹 수익 배분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국내 대중음악계 고질병이었던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진 것. 수익 배분을 놓고 양측이 벌이는 갈등은 K-POP의 해묵은 고름이다. 누구도 섣불리 메스를 갖다 대지 못하는 가운데 부작용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당사자인 업계에서조차 우려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11월 26일 그룹 (방용국 힘찬 영재 대현 종업 젤로)는 TS엔터테인먼트 측을 상대로 불공정 계약과 정산의 문제를 들며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전속계약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으로는 2011년 데뷔한 이후 100억여 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소속사로부터 받은 돈은 40개월 만에 받은 1800만 원이 전부다. 월급으로 치면 50만원에 불과하다. 소속사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불공정 계약, 일방적인 부당한 처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란은 TS엔터테인먼트 소속 다른 아티스트인 시크릿, 언터처블 등에도 퍼지며 확산 중이다. 시크릿 멤버 전효성이 "상상 가득한 이야기"라고 부인했으나 지켜보는 팬 입장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엑소 크리스
현재 대부분의 연예 기획사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대중문화 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권고안을 따르고 있다. 그룹 동방신기가 수익 배분을 놓고 소속사와 다툰 것을 시발점으로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위대한 탄생' 출신의 메건리 역시 소속사 소울샵엔터테인먼트에 불만을 가지며 날을 겨누고 있다. 엑소의 중국인 멤버 크리스와 루한은 그룹 탈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수익배분을 놓고 아티스트와 소속사의 입장이 갈리는 것은 매출액과 순수익의 격차에서 오는 다른 입장, 투명하지 못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정산 과정, 단기간 급성장하는 것에서 오는 진통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공정위의 표준전속계약서 권고안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것. 실제로 모 인기 아이돌 그룹은 수익금 대신 현물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으며 제대로 된 정산서를 받지도 못했다. 무대 위에서는 화려한 스타이지만 현실은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입장이었던 셈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스타가 되고 싶은 열정을 이용해 공정위의 권고안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톱스타의 위치에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말에 스스로 노예 활동을 선택하게 되고 이것이 갈등의 원인이 되는 구조다. 또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기 마련인 낙후된 엔터테인먼트 업계 환경도 문제점이다.

반대로 소속사 입장에서도 분통 터질 일이다. 무명일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다가 매니지먼트의 힘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후에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개구리 올챙잇 적 기억 못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소속사와 분쟁 중인 몇몇 스타들에 대해 "이기적인 판단이다"는 대중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그룹 내 멤버간 소득격차도 분열의 원인이 된다. 제국의 아이들 멤버 문준영은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을 공정하게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속사 스타제국과의 갈등으로 보이지만 활발하게 음악 외 활동을 벌이고 있는 임시완, 박형식, 황광희 등과 비교해 개인수익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소속사 측 역시 공평하게 기회를 배분하려 하지만 대중의 선택에 좌우되는 것이라 불균형은 피할 수 없다. 이후 문준영과 스타제국은 타협을 이끌어 내며 팀 분열을 막았다.

제국의 아이들 문준영
한국 대중음악, 특히 아이돌은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어린나이에 데뷔하는 아이돌 가수들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소속사 측 역시 많은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한다. 10년 넘게 업계에 몸담았다는 한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를 톱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연습생 기간도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 계약시스템으로는 모든 사항을 담기 어렵다. 분쟁의 씨앗은 여기서 뿌려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지적했다.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