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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윤제균 감독 “‘국제시장’, 상업성 빼고 진정성 넣었다”

5년 만에 신작 공개한 흥행감독 윤제균
  • 사진=한국아이닷컴 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해운대’ 흥행 이후 5년, 흥행마술사라 불리는 윤제균 감독이 돌아왔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 코미디 영화에 장기를 보여왔던 그는 한국형 블록버스터가 사장되어 가던 2009년, 할리우드에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던 물CG에 도전하며 해운대를 덮친 쓰나미를 스크린에 담았고 1,000만 관객이 열광했다. 한국 재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것. 이후 제작사 JK필름의 수장이자 제작자로서 더 많은 명성을 쌓은 그는 오랜만에 ‘국제시장’ 메가폰을 잡으며 현장에 돌아왔다. 코미디는 살짝 낮췄지만 감동은 키웠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 속에 윤 감독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윤제균 감독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제시장’(감독 윤제균ㆍ제작 JK필름ㆍ개봉 12월 17일)은 한국전쟁 당시 아버지와 생이별하고 북한 흥남에서 부산까지 피난 온 덕수(황정민)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파독 광부와 베트남전 기술근로자 등을 전전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황정민, 김윤진과 더불어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라미란, 김슬기 등이 출연한다.

▲ 흥행작 ‘해운대’ 이후 5년 만이다. 그만큼 부담도 있을 것 같다.=개봉을 앞둔 지금, ‘5년 동안 뭐했냐’라는 말이 가장 두렵다. 적어도 전작 ‘해운대’와 비교해 조금이라도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나. 오랜만에 연출한 작품이기 때문에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분명히 있다. 전작이 ‘해운대’이기 때문에 흥행 여부에 관심이 높은데 사실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역시 작품 완성도다.

▲ 황정민, 김윤진 등 대부분 출연배우들이 제작자 활동 때 작업했던 이들이다.=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모르는 배우보다는 인간적으로 친밀감을 느끼는 배우들을 기용한 건 사실이다. 황정민 같은 경우 시나리오 쓸 때부터 고려했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장단점이 명확했다. 현장에서 훨씬 안정적인 것은 당연했다.

▲ 한국 현대사를 다룬 작품인데 역사ㆍ정치적 관점에 대해서는 무색무취하다.=‘국제시장’은 현대사를 다루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부족한 면이 많다. 비판의식이 없다고 무책임하다고 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거시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내용이다. 평생 고생만 했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못한 것이 안타까웠고 거기서 ‘국제시장’이 출발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하는데 이데올로기가 왜 필요한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방향이 같지 않았고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다면 논란만 일으킬 것으로 판단했다.

▲ 윤제균 감독의 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아버지가 마흔에 나를 낳으셨다. 무뚝뚝하고 잔소리가 많은 것이 ‘국제시장’ 속 덕수와 많이 닮아 ‘버럭’하시는 면도 많았다. 대학시절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다. 당시에는 자식으로서 이해 안 되는 점이 많았는데 나중에는 감사하다는 말을 못 전해드린 게 한으로 남았다. 평생 아들인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신 분이었다.

▲ 아버지를 투영한 덕수 역에 황정민을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황정민의 연기 스펙트럼 때문이다. ‘국제시장’에서는 20대부터 70대까지 연기해야 한다. 그만큼 넓은 연령층을 소화해야 하는데 황정민 같은 배우는 드물다. 30대부터 노인까지 분할 수 있는 배우는 다양하지만 ,청년의 풋풋한 로맨스로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은 황정민 밖에 없었다.

▲ ‘해운대’가 규모의 CG에 주목했다면 ‘국제시장’은 시간을 뛰어넘는 기술력이 돋보인다.=‘해운대’가 기술력을 뽐내야 하는 작품이었다면 ‘국제시장’은 반대로 숨겨야 했다.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의 젊은 시절을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기술력이 동원됐는데, 사실 처음엔 예상하지 못했다. 시간을 거스르는 에이지 리덕션(Age Reduction)은 할리우드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 때문에 전세계 CG 업체를 수소문한 끝에 일본에서 전문가들을 모셔왔다. 언론시사 후 20대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의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감독으로서 자랑스러운 점 중 하나다.

▲ 180여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구현한 한국의 과거상이 인상적이다.=로케이션 헌팅을 하며 느낀 것인데 과거 우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대부분 사라졌다. 한국 현대사는 기억하는 분들이 아직 많기에 허투루 했다가는 욕먹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고증에 최대한 신경 썼고 상당한 제작비가 들었다. 예를 들어 이산가족상봉 시퀀스에는 여의도 광장에 모인 인파가 필요한데 지금 여의도에는 광장대신 공원이 세워져 있다. 하나하나 CG로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여담이지만 ‘해운대’보다 ‘국제시장’의 CG컷이 더 많다.

▲ 젊은 관객보다는 중장년층에 더 포커스가 맞춰진 듯하다.=황정민, 김윤진의 젊을 적 모습에 젊고 핫한 스타를 캐스팅하자는 이야기는 많았다. 아마 그랬다면 지금보다 더 상업적이고 화제성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시장’이 주는 진정성이 해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상업적인 목적에서 젊은 배우를 쓴다는 것은 양심에 용납이 안 됐다.

▲ 극 중 황정민이 사진 찍을 때마다 눈을 감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사진 찍을 때 꼭 눈 감는 분들이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이 떠올라 삽입했다.(웃음) 어쩌면 현실(이데올로기)에 눈을 감고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우리 아버지 세대들을 표현하기 위한 것일지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머릿속엔 정치ㆍ이념 대립보다는 먹고 사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필사적인 세대였고 그들의 피와 땀 덕에 현재가 있다.

▲ ‘국제시장’ 마지막 장면의 여운이 꽤 길다.=누군가는 세대 간 갈등을 표현하는 것이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할아버지가 된 덕수와 가족들이 똑같다는 의미를 담았다. 할아버지도 나고, 가족의 모습도 나다. 그 장면에 ‘국제시장’에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담은 것은 사실이다. 나 역시 아버지를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며 살았고 이만하면 잘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힘들었다. 나 역시 울고 싶었고 ‘국제시장’을 통해 많은 것을 털어놓았다.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부성애다.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인 동시에 아들이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아들 역시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 ‘해운대’ 이후 JK필름은 승승장구를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의 5년은 어떨 것인가.=최근 회사에 젊은 피를 대폭 수혈했다. 회사 방침에 어떤 방향을 세워놓은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려는 것에 변함이 없을 뿐. 영화와 회사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에 역량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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