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결혼' '장미빛 연인들' 등 드라마 속 미혼모ㆍ미혼부 속출늘어나는 '한부모 가정' 사회현상 다양한 방식으로 다루기 시작

안방극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한 부모 가정을 다루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남자에게 버린 받은 싱글맘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내용을 넘어서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은' 자발적 비혼모와 미혼모 그리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부 등 다양한 형태로 싱글맘과 싱글대디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있다.

▦ 안방극장 점령한 싱글맘과 싱글대디

지난 10월 종영한 MBC 주말극 '마마'(극본 유윤경·연출 김상협)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싱글맘 한승희(송윤아)의 삶을 그렸다. 과거 승희는 사랑하는 연인 문태주(정준호)의 아이를 가지지만, 그로부터 버림 받고 홀로 아이를 낳았다. 승승장구 하던 그는 돌연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자신이 떠나면 혼자 남게 될 아이에게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싱글맘의 러브라인에 집중하지 않고 아들에게 가족을 남기기 위한 그의 노력에 초점을 맞추며 감동을 안겼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 토요드라마 '최고의 결혼'(극본 고윤희·연출 오종록)은 결혼을 거부하고 아이만 낳는 자발적 비혼모 차기영(박시영)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처럼 비혼모 소재를 로맨틱하게 풀어내지 않아 눈길을 끈다. 자발적 비혼모를 선언한 차기영이 손가락질 당하고 아이를 빼앗기는 등 온갖 수모를 겪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유명 앵커에서 한순간에 사회적 약자로 곤두박질하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MBC 주말극 (극본 김사경·연출 윤재문)은 싱글대디 박차돌(이장우)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고 있다. 평범한 커플이었던 박차돌과 백장미(한선화)는 어린 나이에 덜컥 부모가 되어버렸다. 두 사람은 함께 아이를 낳았지만 장미는 산후우울증으로 고통을 받다가 아이를 버렸다. 그러나 박차돌만은 끝까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아이를 업고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슈퍼에서 분유를 훔치는 싱글맘 못지않은 싱글대디의 고난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 밖에도 SBS 주말극 (극본 김기호·연출 오진석), KBS 2TV 일일극 (극본 김경희·연출 박만영), SBS 일일극 '사랑만 할래'(극본 최윤정·연출 안길호), MBC 주말극 '전설의 마녀'(구현숙·연출 주성우)에는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 왜 싱글맘과 싱글대디인가?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안방극장에 싱글맘과 싱글대디가 많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에 수많은 한 부모 가정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엄마와 아빠, 둘이 완전한 모습으로 있는 것을 정상으로 보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비정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했다. 한 부모 가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도 싱글맘이나 싱글대디 등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가족 구성으로 바라보고,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으로 바뀌는 과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통계청(2012년)의 인구 총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가정은 지난 2010년 16만 6,609가구로 1995년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미혼부 가정은 2010년 1만 8,118가구로 미혼모 가정보다 적지만 1995년도에 비해 6.8배나 늘어났다. 특히 2012년 이후 나온 통계 자료가 없어 미혼모·미혼부 가정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1인 가구(싱글맘·싱글대디 포함)는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 늘어났다. 더 이상 '4인 가족'만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볼 수 없는 시점에서 드라마가 발 빠르게 사회 현상을 그리며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실제 '최고의 결혼' 오종록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가부장적인 결혼제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혼모로 살아가고 있는 여자를 통해 21세기에 맞는 결혼의 모습을 되짚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윤희 작가 역시 "10년 전만 해도 결혼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특별한 일로 여겨지게 됐다"면서 "드라마를 통해 전통적인 결혼을 따를 필요 없이 자기에게 맞는 결혼 형태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 어떻게 그려야 하나?

한 부모 가정이 많이 늘어났지만 아직 이들은 사회의 소수다. 드라마에서 이들을 그릴 때 조심을 가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정 평론가는 "굳이 한 부모 가정의 모습을 특이한 사례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통의 가족을 보여주듯이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충 역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상덕 문화평론가는 "너무 과하게 연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의 시각을 그릴 때 지나치게 재미만 좇다보면 공익을 해치기도 한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모습을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던파머'
'장미빛 연인들'
'달콤한 비밀'

조현주 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