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섹스 오르가슴 소재 작품목이 쉴 정도로 열정적 연기클라라와 섹시미 대결도 긴장감계속된 노출작 떳떳하고 즐거워

"여배우의 노출에 대중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노출만이 아니라 연기에 대한 진정성만 확인된다면 저는 괜찮아요. 한 분만이라도 제가 출연한 영화 속에 진심을 알아주신다면 만족해요. 편견이라는 건 조금씩 바꿔 가야 하는 것이에요. 노출작이 이어졌다지만 떳떳해요. 저는 '연기'를 한 것이거든요."

여배우는 강하다. 스포트라이트 속에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들이지만 때론 편견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겉으로 보수적이면서도 살색만을 보려는 색안경은 그래서 부담스럽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해 배우의 길로 접어든 조여정은 선입견과 싸워 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방자전'과 '후궁 : 제왕의 첩'(2012), '인간중독'(2014) 등 노출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연으로 인상적인 활동을 벌인 그는 쉬쉬하며 뒤로 감췄던 여성의 섹스를 전면에 다룬 작품 '워킹걸'을 통해 새로운 비상을 꿈꾼다.

1월 8일 개봉하는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ㆍ제작 홍필름, 수필름)은 남편과의 섹스보다 업무성과가 좋을 때 쾌감을 느끼는 워커홀릭 보희(조여정)와 섹스숍 오너에 오르가슴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정작 진짜 사람과는 관계를 맺지 못하는 여자 난희(클라라)의 발칙한 동업을 담은 작품. 금기시되어 있던 여성의 '섹스'를 소재로 가족의 소중함과 우정, 그리고 진정한 사랑과 이해를 풀어냈다. 조여정은 음지에 감춰진 오르가슴과 섹스를 양지로 끌어 올린 건강함에 매료됐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소재가 독특해서 어떻게 영화로 나올지 궁금했었어요. 머뭇거리기도 했었지만, 정범식 감독과 미팅 후 안심이 되면서 욕심이 났죠. 치밀하게 준비된 작품이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여성의 오르가슴과 섹스가 소재이지만 만화처럼 풀어냈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했어요. 리얼보다는 판타지에 가까운 작품이거든요. 톤앤매너가 귀엽다 보니 연기하는 것도 힘들지 않았어요."

조여정은 오르가슴에 눈을 뜨고 남편과 밤새워 관계(?)를 맺거나 음악에 반응하는 진동 팬티를 입은 채 딸아이 축구경기 응원에 나서는 등 다소 민망하지만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소화했다. 전작 '인간중독'에서 선보였던 코믹 베드신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번 '워킹걸' 역시 즐겁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섹시미와 귀여운 매력이 조화됐다. 조여정은 "아직 결혼은 안 했지만 부부관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미디 영화이지만 허투루 연기하진 않았어요. 기상천외한 상황 속 진지한 연기를 풀어내 웃음을 자아냈죠. 정범식 감독의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보희에게 남편과의 관계는 공부이자 비즈니스 준비이거든요.(웃음) 축구장 신은 다소 생뚱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죠. 많은 관객분들이 하이라이트로 꼽아주셨거든요. 여성성을 소모적으로 담아내지 않았어요. 그랬기에 저 역시 목이 다 쉴 정도로 열정적으로 연기했답니다."

조여정과 함께 호흡한 클라라는 새롭게 떠오르는 여성 섹시 스타다.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지 않았느냐는 말에 "그럴 시간도 없었고 클라라가 워낙 잘 따라주는 터라 사이가 좋았다"고 말했다. 치밀하게 준비한 정범식 감독의 지휘 하에 마치 어미 새를 기다리는 새끼처럼 연기에 집중했단다.

"남자보다는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한 조여정은 "여배우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기에 클라라에게도 더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며 女女케미를 자랑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미모를 자랑하는 그이지만 클라라 같은 동료 여배우를 보면 마냥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단다.

"여배우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편견이 상당해요. 저에게 직접 말해주는 분은 없겠지만 제 진짜 모습을 잘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기도 해요. 연기자 일을 하고 있다 보니 미디어를 통해 비친 모습에 자칫 선입견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팬, 관객분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은데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소재는 여성의 오르가슴과 섹스이지만 어쩌면 '워킹걸'은 편견에 관한 영화다. 조여정은 자신을 둘러싼 편견 역시 이 작품을 통해 날려버리고 싶다는 욕심을 전했다.

"연기는 저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인간 조여정'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을 뻗는 성격이 아닌지라 혼자 끙끙댈 때도 잦죠. 하지만 하고 있는 일(연기)을 즐기며 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답니다. 올해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정현기자 seiji@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