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살짝 비틀어 '색다른 재미'로'미생' 패러디 '미생물' 폭소 유발… '삼시세끼-어촌' 고군분투 고생기'더 지니어스' 두뇌·통찰력 요구… '눈치왕' 눈치로만 승부 서바이벌'꽃보다…' 스핀 '꽃할배 수사대', 저작권 문제 없이 상상의 날개 펴

왼쪽부터 '미생' 포스터, '미생물' 포스터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시대다. 대중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콘텐츠는 영화, 소설, 드라마 등 다양한 형태로 그 얼굴을 바꿀 수 있다. 2015년 새해에는 인기 드라마와 예능 등 원작을 재치 있게 비튼 '스핀 오프'(spin off)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길 예정이다. 스핀 오프는 기존의 작품에서 파생된 작품으로 외전이라 불리기도 한다.

지난 2일 케이블채널 tvN에서는 인기 드라마 '미생'을 패러디한 '미생물'이 방송됐다. '미생물'은 방영 전부터 '로봇 연기의 달인' 장수원이 장그래(임시완) 역으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황현희, 장도연, 황제성 등이 출연했고 실제'미생'에 출연해 인기를 모은 오민석과 전석호, 최귀화 등도 깜짝 등장했다.

'미생'에서는 장그래가 바둑을 하다 프로 입단에 실패하면서 종합무역상사에 입사 했다면 '미생물'의 장그래는 아이돌 연습생이었지만 연예계 데뷔에 실패하면서 회사에 들어가게 된다. 기획의도가 폭소를 자아낸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던 '미생물'의 주인공은 회사 생활을 통해 점점 '생물'의 모습을 되찾게 된다. '미생' 속 장그래가 완생을 꿈꿨다면 '미생물' 속 장그래는 생물을 꿈꾸는 것.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예능형 드라마 '잉여공주'의 메가폰을 잡았던 백승룡PD가 연출을 맡았다.

2013년 9월 방송된 KBS 2TV '사랑과 전쟁'에서 한결같은 톤과 부정확한 발음으로 로봇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장수원은 '미생물'에서도 전매특허의 딱딱하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극 중 장수원은 품이 큰 아버지의 양복을 빌려 입고 긴장된 표정으로 첫 출근을 하는 임시완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며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더했다.

또 다른 스핀 오프 프로그램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tvN '삼시세끼'는 강원도 정선의 한 시골집을 배경으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서진과 옥택연의 모습을 담아내며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삼시세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콘셉트로 한다. 10주간의 가을 시즌을 끝내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는 프로그램이 스핀오프 성격의 '삼시세끼-어촌' 편을 내보내는 것. 스핀오프 버전에서는 어촌 만재도를 배경으로 한다. 차승원, 유해진 그리고 장근석이 출연한다.

왼쪽부터 '꽃보다 할배' 포스터, '꽃할배 수사대' 포스터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나영석PD는 공식 홈페이지에 손편지로 "강원도 정선을 떠나 머나먼 섬마을 만재도로 갑니다. 어촌에서 나는 온갖 재료로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 세 남자의 활약을 많이 기대해주세요. 생선이 몸에 좋대요. 이 프로 보시고 많이 드세요"라고 직접 홍보를 하기도 했다.

공개된 예고편에서는 비바람을 맞으며 아궁이에 불을 붙이고 강한 바람 때문에 집안에 걸려 있는 살림살이들이 모두 떨어지는 등 강원도 정선보다 한층 더 심화된 고생기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16일 오후 9시 45분에 방송된다.

'덜 지니어스'한 프로그램이 왔다. tvN '더 지니어스'의 스핀 오프 프로그램 '눈치왕'이 지난 3일 첫 선을 보였다. '눈치왕'은 프로그램명 그대로 눈치로만 승부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머리 아픈 두뇌게임이나 복잡한 심리전은 없다. '덜 지니어스'해도 되는 방송답게 게임 룰도 단순하다. 우유 적당히 마시기, 눈 가리고 중간만 달리기, 어려운 요가 자세 적당히 버티기 등 머리를 굴릴 필요 없이 육신과 힘, 눈치만으로 승부하는 게임들이 있을 뿐이다.

'더 지니어스'가 빠른 두뇌 회전과 통찰력을 요구했다면 '눈치왕'은 중간만 가는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한다. 김준호가 MC를 보고 유상무, 양세형 등 '눈치왕' 캐릭터로 꼽히는 개그맨들과 '눈치 제로' 김종민, 장수원,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 등이 출연해 치열한 눈치 경쟁을 벌였다. 3일 방송을 시작으로 총 4회가 방송된다.

왼쪽부터 '더 지니어스' 포스터, '눈치왕' 포스터
지난 7월 종영한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는 평균연령 77세 '할배'들의 여행기를 담은 '꽃보다 할배'의 스핀 오프 드라마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구기원 프로듀서는 "성공한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을 했다"며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분들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끌어내 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작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인 만큼 저작권 문제도 없기에 자유롭게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것.

CJ E&M 관계자는 "'미생'과 '삼시세끼' 같은 경우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계속 보고 싶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미생'같은 경우는 바로 시즌2를 방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며 "하지만 시청자들이 반응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그런 바람들을 모아서 스핀 오프 기획을 하게 됐다. 방송사 입장에서 기존에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과 이를 비튼 스핀 오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스핀 오프는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장기간 유지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조현주기자 jhjdh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