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대로 간 스타들
공효진·강혜정, 베테랑 여배우들의 도전 '리타'
지난해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성공리에 끝마친 공효진의 차기작은 공연이었다. 그는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연극 '리타 Educating Rita'(이하 리타)로 대학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3일 개막한 '리타'는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 의해 초연된 연극으로 배우 조재현이 수장으로 있는 수현재컴퍼니 작품이다. 주부 미용사 리타가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평생교육원에 입학한다. 리타가 그곳에서 권태로운 삶에 빠져 있던 프랭크 교수를 만나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변화시킨다. 교육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공효진의 연극 데뷔는 조재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서 열린 '리타' 제작발표회에서 공효진은 "조재현 선배에게 꼬임을 당했다. 얼렁뚱땅 코가 꿰인 것 같다"면서도 "언젠가 객석에 앉은 관객들의 집중을 받으며 호흡을 펼쳐보고 싶었다. 15년 간 스크린에 갇혀 있었기에 이번 도전이 기대된다"고 말한 바 있다.
공효진은 거칠고 직설적이며 쾌활한 리타부터 수업을 받으며 점차 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하는 리타 등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가 나오는 만큼 열기 역시 뜨겁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리타'는 관객 2만명을 돌파하며 두 여배우의 막강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주진모, 여성들의 로망 레드 버틀러가 되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오가며 남다른 활약을 펼쳤던 배우 주진모는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지난 9일부터 아시아 초연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마거릿 미첼의 원작 소설과 비비안 리 주연의 영화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동명의 고전을 무대화한 프랑스 뮤지컬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와 레드 버틀러의 사랑을 그렸다.
제작사는 레드 버틀러와 높은 싱크로율을 고려한 끝에 주진모를 낙점했다. 그는 영화 '사랑' 드라마 '패션70's' '기황후' 등 대표작에서 선 굵은 남성적인 외모와 거친 외면과 다르게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애보적인 부드러운 사랑을 지닌 내면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주진모는 <주간한국>에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는 가장 큰 장점으로 현장성을 뽑았다. 그는 "영화는 마라톤과 같다. 끝이 있고, 한 호흡으로 달려갈 수 있다. 뮤지컬은 100m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다. 체력을 만들었다가 전력으로 질주하는 느낌이다. 또 현장에서 바로 피드백을 받는 장점이 있다.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서로 호흡을 할 수 있는 것이 무대의 가장 큰 매력이다"고 말했다.
홍은희, 6년 만에 다시 찾은 무대
2008년에 연극 '클로저' 이후 6년 만이다. 홍은희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연극 '멜로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사랑이 과연 의무가 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에서 출발한 연극은 메마른 부부 사이를 유지하는 두 남녀에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그린다.
최근 드라마보다 재치 있는 입담으로 TV토크쇼와 CF 등으로만 얼굴을 비춰온 홍은희는 지난해 8월 방영된 MBC '일밤-진짜사나이' 여군 특집을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특유의 야무지고 똑소리나는 성격은 많은 대중의 호감을 샀다. 그렇다 해도 연기에 대한 갈증은 항상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연극을 택한 홍은희는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는데 감이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연극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된 이들이 연극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들에게 설렘을 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준다. 그러나 관객과 직접 생생하게 호흡할 수 있는 무대는 배우들에게 로망이기도 한 장소다. 무대에서 방송으로 넘어온 스타들이 다시 무대로 향하는 이유가 있다. 무대는 관객들의 평가가 가장 냉정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카타르시스 역시 크다"고 설명했다.
조현주기자 jhjdhj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