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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허삼관' 하지원 "절세미녀 역, 얼마나 오글거리던지"

신작 '허삼관'서 마을 최고미녀 허옥란 역
첫 엄마역할, 신나게 연기했어요
다양한 연기에 대한 필요성 느껴
  •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정현기자] 하지원은 강하다. 혹은 강해 보인다. 1996년 청소년 드라마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로 데뷔한 그는 브라운관과 은막으로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소화해왔다. 데뷔 20년을 앞두고 그가 얻은 이미지는 강인함이다. 공포영화 '가위' '폰' 흥행으로 호러퀸, 드라마 '다모'와 영화 '형사' '7광구'에서는 강인한 여전사 이미지도 남겼다. "한국에서 가장 몸을 잘 쓰는 여배우"라는 모 감독의 평가는 확실히 신빙성이 있다.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ㆍ제작 두타연) 개봉과 같이해 배우 하지원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전쟁 직후인 50~60년대를 배경으로 핏줄에 목숨을 거는 남자 허삼관(하정우)의 아내이자 가족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여인 허옥란으로 분한 그는 그동안 누적된 필모그래피의 DNA를 이번 작품에 쏟아냈다. 머리채 잡기 일쑤인 여자들 간의 다툼에 주먹을 날리는 장면은 복싱을 배웠던 몸이 먼저 반응 한다는 증거다.

"즐겁게 놀면서 촬영한 작품이다." 인터뷰 자리에서 하지원은 '허삼관' 촬영장을 이렇게 회상했다. 출연작마다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긴 했지만 이번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적은 없단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아역배우들과 함께 놀러 온 느낌이었단다. 그는 "'허삼관'이라는 꿈을 3개월간 꾸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캐릭터가 강한 작품에 주로 출연했었는데 허옥란 같은 인물은 처음이었어요. 엄마 역할도 낯설었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는 '거절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었죠. 마치 제 옷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감독 겸 주연인 하정우 감독의 격려가 힘이 됐죠. '잘 어울린다'는 말에 마음이 열리더라고요. 막상 촬영장에서는 부담 없이 임했어요.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자랐는데, 그때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을 떠올려보려고 했죠. 실제 제 엄마같은 모습이 담기지 않았을까요?"

하지원의 실제 어머니는 예상보다 훨씬 친근하단다. 연기자 생활을 하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라는 삶의 신조를 갖게 된 것은 온전히 부모님 덕이다. 놀 때 신나게 놀고 일할 때 열정을 다한다.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 부모님과 함께 소주 한잔 하는 게 낙이다.

  •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엄마 역할을 맡아서 그런지 아역배우들과 시간을 자주 보냈어요. 손잡고 옥수수도 따고 촬영장 근처 오락실에도 놀러 갔죠. 아이들 때문에 갔던 건데 실은 제가 제일 신나게 놀았어요.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엄마 역이지만 '엄마'라 부르지는 말라고 했어요.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엄마' 보다는 '누나'가 좋아요. 실제로도 '누나'로 불렀어요."

하지원은 아직 미혼이지만 '허삼관'을 촬영하며 결혼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언젠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될 생각을 하니 설렌다"는 그는 아이에게 친근한 엄마가 되고 싶단다. 그럼에도 결혼 계획은 아직 없다. "결혼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소 늦어진 결혼을 아쉬워했다.

"예전에 아들을 셋 낳고 싶다고 말한 적 있었는데 전화통에 불이 나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아느냐며 결혼한 친구들이 혼을 냈죠. 골다공증 걱정할 나이라나?(웃음) '허삼관'에서 세 아이의 엄마로 지내보니 다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결혼하게 된다면 체력과 여건이 되는 대로 많이 낳고 싶어요."

감독과 더불어 극 중 남편 허삼관을 연기한 하정우에 대해서는 극찬했다. 실제로 만났을 때의 유쾌함과 더불어 감독으로서 진중한 매력도 있단다. 특히 매사에 철두철미한 그의 성격은 하지원도 배우고 싶은 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정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조금 과장하자면 하지원은 연기할 몸만 성히 촬영장에 도달하면 됐다. 그 뒤에는 하정우가 준비한 판에 올라서기만 하면 됐다.

"마음 놓고 연기했다는 표현이 정말 딱 맞아요. 마을의 절세미녀 콘셉트라 전 제작진에게 사랑받는 기분도 좋았죠. 사실 '미녀' 캐릭터 부분은 연기하기에 오글거리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편안한 분위기라 그런지 금방 적응됐어요. 나중에는 예쁜 척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웃음) 마을의 비타민 같은 존재였어요. 하정우 감독 역시 제 웃음소리에서 에너지가 있다며 좋아했죠. 녹음실에서 계속 웃음소리를 요구해서 미친 듯 웃었던 기억이 나요."

  • 사진=이규연기자 fit@hankooki.com
하지원에게 '허삼관'은 이전의 강인한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것과 동시에 발랄한 매력을 담은 작품이다. 전작인 드라마 '기황후' 때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라 마음에 든단다.

"그동안 밝은 작품에 출연했던 건 사실이에요. 악역을 맡게 되면 몸이 거부할 것 같은 기분도 들었죠. 하지만 이제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것 같아요. 매혹적인 악역도 도전해보고 싶죠. 외계인 연기도 문제없어요.(웃음) 새해에는 몸이 허락하는 대로 다양한 작품,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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