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창조 Die Schopfung’-프란츠 조셉 하이든이 66살 때 작곡한 세계 3대 오라토리오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우리는 함께 늙지 않는다>에서 남녀 간의 만남에는 숙명적인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경을 ‘천지창조’ 멜로디가 은유적으로 묘사해 주고 있다.

‘매일 아침 십자가에 무릎을 꿇고 곡을 만들 수 있도록 기도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느님은 나의 소원을 들어 주셨다’

1798년 66살 때 ‘천지창조’를 완성한 하이든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말년에 작곡된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헨델의 ‘메시아’, 멘델스존의 ‘엘리아’와 함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로 평가 받고 있는 의미 있는 곡이다.

1790년 영국 여행을 하던 하이든은 밀턴의 명작 『실낙원』을 각색한 대본 ‘천지창조’의 대본을 입수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곡을 만들었다는 작곡 비화를 갖고 있다.

영국 무명 시인 리들리는 헨델에게 헌정하기 위해 대본을 완성했지만 그가 거들떠보지 않자 이를 하이든이 입수해 클래식 역사를 빛내는 명곡으로 탄생하게 됐다는 이야기 거리를 남겼다.

1798년 4월 19일과 30일 2회에 걸쳐 오스트리아 빈의 게르마르크트 시발첸베르크 후작 궁전에서 초연된다.

1798년 5월 3일자 일간 ‘메르쿠트’는 ‘공연이 끝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뜨거운 감동이 지금도 귓가를 울리고 있다’는 호평을 게재한다.

3부 33곡으로 구성됐다.

1-2부는 6일 동안의 천지창조 과정이 아리아를 통해 묘사되고 있으며 3부는 아담, 이브, 천국과 그리스도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합창이 곁들여지고 있다.

클래식 연구가들은 ‘원숙한 하이든의 음악세계가 독창과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조화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는 리뷰를 보내고 있다.

아내 프랑소와즈(마차 메릴) 외에 6년 동안 사귄 연인 캐서린(마를린 조베르)을 두고 있는 영화감독 장(장 얀느)의 행적을 다룬 작품이 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우리는 함께 늙지 않는다 We Won't Grow Old Together>(1972). 남녀 간의 만남에는 숙명적인 이별이 기다리고 있다는 정경을 ‘천지창조’ 멜로디로 채색해 주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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