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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 지성 “아이돌급 인기요? 곧 아저씨 돼요”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배우 지성(38)은 차분했다. 쉽게 목소리를 높이지도 격앙되는 일도 없었다. 쏟아지는 칭찬에도 그는 담담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앙칼진 여고생부터 구수한 전라도 아저씨, 아이라인 짙은 살벌한 모습 등을 쉽게 떠올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완벽하게 일곱 개의 인격을 연기했다. 우리가 지성을 천생 배우라고 지칭하는 이유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모처에서 만난 지성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미니시리즈 ‘킬미, 힐미’(극본 진수완·김대진)를 언급하며 “살아가는 것이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치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사실 ‘킬미, 힐미’는 드라마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었다. 캐스팅 잡음으로 지성은 뒤늦게 합류했고, 과연 평범하지 않은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를 드라마가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 집중됐다.

“여러 인격들을 연기해야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부담되지 않더라고요. 늦게 작품에 합류했지만, 각 캐릭터마다 어떤 메시지를 담아 어떻게 연기해야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있었어요. 욕심을 내려놓고 연기했어요. 편하게, 결과에 부담을 갖지 않으려 했죠. 그러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해줬어요. 저한테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소중해요.”

지성이 연기한 차도현은 해리성 주체 장애(다중인격장애)를 앓는 인물이다. 그는 어린 시절 같은 집에서 학대당했던 오리진(황정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마음이 일곱 개로 갈기갈기 조각났다. 그는 시도 때도 없이 마초적 성향의 옴므파탈 신세기, 구수한 사투리를 쓰는 전라도 아저씨 페리 팍, 염세로 가득 찬 소년 안요섭, 천방지축 엽기 소녀 안요나 등으로 인격을 변화시켰다.

그는 2013년 KBS 2TV 드라마 ‘비밀’ 이후 황정음과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신선함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코믹부터 달달한 멜로 등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로부터 세 번째 호흡을 기대케 했다.

“‘우린 무슨 인연일까?’라는 말을 했어요. 일을 하면서 상대배우랑 두 작품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황)정음이에게 정말 감사해요. 배우가 연기를 할 때 상대배우가 안 받아주면 무의미하거든요. 극 초반 신세기가 오리진에게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에게 반한시간’ 이런 대사를 하는데 얼마나 황당해요. 아무리 감독님이 디렉션을 해줘도 우리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리액션 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어요. 고생이 많았을 거예요.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대본과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되니 시청자들의 호평은 당연히 따라왔다. ‘킬미, 힐미’는 똑같이 다중인격 소재를 다뤘던 경쟁작인 SBS ‘하이드 지킬, 나’를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동시간대 드라마가 같은 소재여서 말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 부담스럽다든지 연기적으로 비교 대상이 돼서 의식이 되는 것은 전혀 없었어요. 그저 서로 가장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에요.”

지성이 겸손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 역시 관심을 받지 못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할 때 이 작품이 시작했는지, 아님 끝난 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을 못 받아 본적도 많다. 그래서 ‘킬미, 힐미’가 소중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힘이 되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아직 3월 밖에 안 됐지만 지성은 올 연말 MBC 연기대상서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그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생각해 본적도 없고, 반갑지도 않다”고 의외의 말을 했다.

“‘배우로서 내가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킬미, 힐미’를 한 것만으로도 대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진심을 담을 수 있는 작품 영화나 드라마를 계속 하길 바랄 뿐이에요. 상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성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10대~20대 여성 팬들이 확 늘어났다. 흡사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인기다.

“아이돌 대우를 받고 있어요. 정음이 아역배우가 저에게 ‘지성 오빠라고 불러요? 삼촌이라고 불러요?’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그 아이 아빠보다 나이가 많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오빠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웃음) 제가 언제 아이돌 대접을 받아보겠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받는 박수와 찬사니까 두 팔 벌려서 받아들이고 있어요. 보세요. 곧 아저씨 돼요.”

지성은 이보영과 6년 열애 끝에 2013년 결혼했다. 현재 이보영은 오는 6월 달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지성은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아이 아빠가 되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고 고백했다.

“아빠가 빨리 되고 싶어요. 아기가 커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저보다는 와이프를 더 닮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사실 결혼하기 전에는 일이 잘 되거나 좋은 일이 들어오면 설레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일보다 집안이 먼저예요. 지금은 그저 ‘킬미, 힐미’가 시청자들이 오래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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