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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의 시대는 갔다, 대한민국은 ‘호구앓이 중’

[스포츠한국미디어 조현주기자] 여자를 울리던 ‘나쁜 남자’의 시대는 갔다. 여주인공의 허물을 감싸주고, 화가 나는 상황에도 그저 웃는 호구 캐릭터들이 TV 드라마 속 대세로 떠올랐다.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라는 책 제목처럼 그동안 안방극장 속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바로 나쁜 남자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 같은 모습은 뭇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나쁜 남자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킬미, 힐미’에서 지성이 연기한 일곱 개의 인격 중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과격하고 난폭한 신세기에 열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까칠하고 무심한 나쁜 남자에 시청자들이 지치기라도 한 걸까? 현재 여심(女心)은 나에게 헌신하고, 내가 도망가도 언제든 날 받아줄 것만 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바로 ‘호구’에게 쏠려 있다.

▲ 오직 너만 보여!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애보’

케이블채널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연출 표민수) 속 강호구(최우식)는 ‘대한민국 대표 호구남’이다. 스물여섯 평생 호구처럼 여자들에게 잘해줬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인 도도희(유이)가 나타났고, ‘밀당’ ‘썸’ 등과는 거리가 먼 지고지순한 순정을 바치고 있다. 만삭의 임산부가 된 도희에게 호구는 아빠의 정체를 묻지도 않고 보호자를 자처했다. 갈 곳 없는 도희의 은신처를 마련하고 아이의 육아까지 성심성의껏 돕는 그의 순정을 단순히 ‘호구 같다’고만 표현할 수 없다. 호구의 사랑에 도희 역시 ‘이젠 내가 도호구’라며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자식까지 버린 여자를 받아줬다. MBC 주말극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연출 윤재문)에서 이장우가 연기하는 박차돌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이다. 대학시절 연인이었던 백장미(한선분)와 딸 박초롱(이고은)을 낳았다. 그러나 장미는 산후우울증이라는 이유로 아이와 차돌을 버리고 미국으로 떠났다. 차돌은 초롱을 위해 분유를 훔치는 도둑질까지 하며 홀로 아이를 키웠다. 미국에서 돌아온 장미를 외면하는 듯 했지만 차돌은 그를 용서했고, 부모들의 반대에도 꿋꿋하게 사랑을 지켜가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슈퍼대디 열’(극본 김경세·연출 송현욱) 속 서준영 역시 한 여자만 바라보는 ‘우직남’이다. 싱글맘인 차미래(이유리)만 바라보는 닥터 신으로 열연하는 그는 풍선 프러포즈부터 기습 키스 시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거절을 당해도 굴하지 않는다. 싱글맘이라도 꿋꿋이 한 여자만 바라보는 그의 순정이 아름답기까지 한 이유다.

▲ 쉽게 분노하지 않아! 캔디 뺨치는 ‘참을성’

반듯하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성실함은 갖췄지만 썩 좋지 못한 학벌 때문에 번번이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다. KBS 2TV 주말극 ‘파랑새의 집’(극본 박필주·연출 지병현) 속 김지완(이준혁) 이야기다. 그는 면접관들의 무시 발언에도 주먹을 한번 꾹 쥐고 마는 참을성 강한 남자다. 자신을 낙하산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아버지를 들먹거리는 장태수(천호진)의 발언에 욱하기도 했지만 결국 가족을 위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너 아들인 장현도(이상엽)의 들러리 취급을 받고 그가 한 실수의 뒤처리를 떠맡아야 하는 억울한 상황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한다. 욕하고 화낼 시간에 자신이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로 뛰어다닌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했다면 너 스스로 당당해도 된다”는 엄마 한선희(최명길)의 조언은 그에게 큰 힘이다.

MBC 수목미니시리즈 ‘앵그리맘’(극본 김반디·연출 최병길) 속 명성고 신임 국어교사 박노아(지현우)는 학생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는다. 우월한 허우대와 잘생긴 외모를 지닌 그지만 사람들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2% 부족한 어수룩한 매력 때문에 ‘호구 교사’라 불린다.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정작 학생들은 그를 잘 따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세상은 아직 아름답다’고 믿는 순수한 영혼이다. 학생으로 잘못 오해한 조강자(김희선)가 술을 먹으려 해 이를 저지하다가 욕을 듣고, 멱살이 잡히는 등 온갖 수난을 겪지만 무한한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을 감싸준다. 요령 없고 답답해 보이지만 우리가 한번쯤은 꿈꿔온 선생의 모습이다.

▲ 우리가 ‘호구’에게 끌리는 이유!

어수룩하고 순수한 ‘착한 남자’ 호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지현우는 앞서 진행된 ‘앵그리맘’ 제작발표회에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쁜 남자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도 싸가지 캐릭터로 활동했었다. 호구 역할이 어떻게 보면 매력이 없게 느껴질 수도 공감을 못할 수도 있다. ‘왜 저렇게 답답하게 살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서도 “작품을 통해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보다보면 시청자들 역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매력을 밝혔다.

한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지만 그 현실 기반에 판타지를 안기기도 한다. 사랑하는 것조차 벅차고 힘든 어려운 현실인 만큼 오로지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순정을 바치는 착한 남자들이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뒤 “주눅 들고 기를 펴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세상과 부딪치는 모습 역시 시청자들에게 힘을 안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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