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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구먼, 반가워요!" 왜 우리는 1980년대 타임머신을 탔나?

# 최근 20대 직장인 A씨는 옷장 속에 묵혀둔 청재킷을 꺼내 입었다.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가 입고 나온 청재킷을 본 뒤 오랫동안 입지 않았던 청재킷을 떠올린 그는 재킷을 입은 뒤 '역시 유행은 돌고 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하이트진로가 1980년대 판매되던 크라운맥주를 출시했다. 일부 매장에서만 한정 수량으로 판매한 크라운맥주는 출시 보름 만에 24만캔 전량이 판매됐다. 크라운맥주는 당시의 맛과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해내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포츠한국 조현주기자] 1980년대 문화의 '급습'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타고 불어온 80년대 복고 열풍은 가요, 영화, 패션, 유통 등 문화·경제 전반으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 '응답하라'부터 에프엑스까지, 80년대 문화 이끈다

'응답하라 1988'은 1988년 서울 도봉구 쌍문동을 배경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 드라마는 정이 넘친다. 저녁 시간이 되면 자녀들은 우리 집 반찬을 옆집, 앞집에 건네주느라 바삐 움직인다. 지금은 사라진 골목길 평상에 앉아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평화롭다.

'응답하라 1988'은 그 시절의 노래, 패션, 코미디, 생활 방식, 물가 등 전반적인 생활을 한꺼번에 보여주며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함을 젊은층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모았다.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 변집섭의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이선희의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김완선의 '리듬 속의 그 춤을' 등과 "아이고 성사장! 반갑구먼, 반가워요", "실례실례 실례합니다~" 등 당시 인기가요와 코미디가 나온다. 귀밑으로 똑 떨어지는 단발머리에 어깨 뽕이 들어간 블라우스, 청·청(청재킷·청바지)패션, 잠자리 안경 등 작은 설정 역시 신경 쓰며 리얼리티를 높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80년대가 살기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민주화 운동 시대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지금과 비교했을 때 그 당시가 좋았던 부분을 '응답하라 1988'이 잘 건드렸다. 지금은 쉽게 느낄 수 없는 이웃의 정과 친구 관계 등을 따스하게 그려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평했다.

윤석진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갈등과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이 그렇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를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 것"이라면서 "서로를 위해주는 친구나 이웃의 모습들이 이상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고음악을 선도해온 원더걸스는 지난 8월 4인조 밴드로 변신해 프리스타일 장르의 음악 '아이 필 유'(I Feel You)를 선보였다. 80년 감성으로 중무장한 원더걸스는 당시 앨범에서 레트로팝, 슬로우잼 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며 복고 열풍을 일으켰다. 에프엑스 역시 세련된 분위기의 딥하우스 장르의 EDM 댄스곡 '포 월즈'(4 Walls)를 선보인 바 있다. 딥하우스는 재즈와 테크노를 결합한 하우스 음악의 한 종류로 80년 후기를 문화적 근원으로 본다. 더 나아가 에프엑스는 나팔바지, 베레모 등 복고풍의 패션으로 무대에 서며 복고 열풍에 이바지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어떠한 음악 장르나 리듬으로 인해 복고가 오는 것은 아니다. 그 음악이 나왔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패션 등 여러 가지가 어우러지면서 복고 열풍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 음악을 둘러싼 문화에 대한 향수라고 보면 된다"고 현재 복고 열풍을 설명했다.

▶ 왜 1980년대인가?

그렇다면 왜 1980년대일까?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80년 호황기를 누렸던 세대들이 현재 주류 시청자이자 자본을 소유한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불황기에 이들은 사회의 안정적인 자본원이자 일정한 부를 가지고 있는 세대다. 때문에 이들을 노린 다양한 복고 콘텐츠나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신세계 백화점은 'Back to 1980s, 그 시절을 추억합니다'는 부제를 달고 고객 감사 대제전을 진행했다. 80년대 백화점 전단에 쓰던 로고와 디자인 그대로 살려 전단지를 만들었는데, 신세계 측은 "지금 백화점의 주력 소비층인 40~50대가 그리워하던 시절이 바로 그들이 10~20대를 보낸 80년대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 특히 6월 민주항쟁이 이후인 87년도부터는 급속한 경제 성장과 더불어 문화적 관심의 저변이 확장됐던 중요한 시기기도 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6월 항쟁 이후 독재의 그늘이 걷혔다. 87년, 88년, 89년은 묘한 시기다.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났고 경제성장은 최고기를 누렸다. 3저 호황이라고 해서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누렸다. 경제 성장률도 10%가 넘었다"면서 "경제적인 여건이 되니까 문화적인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90년대가 대중문화의 황금기라면 80년대 후반이 그 기원이라 볼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80년대 복고열풍은 문화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어 "88올림픽은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는 경계가 된 이벤트다. 문화, 사회, 경제적으로 열등감이 있던 우리나라가 88올림픽을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 전에는 우리 것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었지만 '마이마이' 등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것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신해철처럼 팝 음악이 아닌 자신의 관점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한 뮤지션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1980년대 복고 열풍은 전 세계적인 열풍이다. 14주간 빌보드 차트 1위에 머무른 마크 론슨·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는 전형적인 80년대 디스코 펑크 음악이다. '백 투 더 퓨처'는 개봉 3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21일 미국·영국·독일·프랑스·한국 등에서 재개봉 됐다. 재개봉작으로는 이례적으로 북미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정 평론가는 "복고는 기본적으로 현재에 없는 걸 찾는 욕망이 스며든 현상이다. 또한 당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을 그 시간으로 되돌려줄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재개봉 열풍, 과거 작품의 리메이크 등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80년대지만 복고는 시대, 소재가 조금씩 변주되면서 계속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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