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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소지섭, 여심 사로잡은 ‘츤데레’ 매력

[스포츠한국 조현주 기자] 늦은 밤, 비가 내리는 독서실 앞에 한 남학생이 서 있다. 자꾸 마음이 쓰이는 친구를 위해 우산을 들고 서 있던 그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학생에게 우산을 건넨 뒤 한마디 건네고 돌아선다. “일찍 다녀.”

안방극장 여심(女心)은 지금 ‘츤데레’ 남자들에게 꽂혔다. 이들의 특징은 웬만해서는 웃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를 지녔다. 누가 보면 화라도 나있는 것 같다. 그런데 한 여자에게는 다르다. 자꾸 눈길이 가고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여자가 위험에라도 처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선다.

츤데레는 겉으로 퉁명스럽지만 속은 따뜻하다는 뜻의 일본 인터넷 용어다.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츤+데레, 즉 차가움+따뜻함의 반대 성향을 한꺼번에 가지는 캐릭터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 나쁜 남자? 이젠 츤데레 캐릭터가 뜬다!

드라마 속 츤데레 캐릭터가 뜨고 있다. 과거 드라마나 영화 속 여성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캐릭터는 나쁜 남자였다. 길들여지지 않은 망아지 같은 모습은 뭇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나쁜 남자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심을 뒤흔들었다. 까칠하고 무심한 매력이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 이어 따뜻하고 착한 남자가 안방극장에 대세를 이뤘다. 오직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순정을 치는 착하디착한 순정남들이 관심을 얻었다. 만삭의 임신부가 된 첫사랑의 보호자를 자처한 남자(tvN ‘호구의 사랑’)부터 자신과 자식까지 버린 여자를 받아준 남자(MBC ‘장미빛 연인들’) 등 여주인공에게 헌신하는 캐릭터들이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츤데레 캐릭터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겉모습이 나쁜 남자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자에게만큼은 부드럽고, 순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앞서 대세를 이뤘던 나쁜 남자와 순정남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 “내 여자에게만 웃는다” 여심 저격 중인 류준열·소지섭

현재 대표적인 ‘츤데레남’은 tvN 금토미니시리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연출 신원호) 속 김정환(류준열)과 KBS 2TV 월화미니시리즈 ‘오 마이 비너스’(극본 김은지·연출 김형석 이나정) 속 김영호(소지섭)다.

첫 TV 데뷔작부터 터졌다. 류준열이 단 한편의 드라마로 2015년 가장 주목할 만한 신예로 우뚝 솟았다. 찢어진 두 눈과 두툼한 입술 그리고 유달리 도드라진 광대 등 류준열을 미남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의 연기를 보며 네티즌들은 ‘잘생기지 않았는데 잘생겼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며 류준열의 매력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정환은 세상사에 불만 많은 무뚝뚝한 아들이다. 엄마의 물음에 단답형으로 말하고 아빠의 개그를 한심하듯이 쳐다본다.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인 성덕선(혜리)을 향해서 ‘빙신’ ‘코크다스’ ‘촌닭’이라고 짓궂게 놀린다. 하지만 덕선이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그의 ‘툴툴댐’은 매력으로 바뀌었다.

학생주임을 피해 덕선과 좁은 벽 사이에 숨어둔 정환은 덕선의 숨소리에 묘한 떨림을 느낀다. 덕선과 함께 등교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여러 번 고쳐 매고, 덕선이 만원버스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자 그의 뒤에서 붉으락푸르락하게 팔 핏줄을 세웠다. 늦은 밤, 독서실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덕선의 전화 한통에 시내까지 한걸음에 나왔다. 쥐가 난 자신을 향해 “야옹”이라고 외치는 덕선을 향한 미소 역시 숨길 수가 없다. 하는 행동은 무심하고 무관심한 척 보이지만 행동은 다정다감하다. 덕선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는 모습 역시 엄마 미소를 짓게 한다. 이에 시청자들은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어남류’라고 부르며 그와 덕선의 러브라인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자신을 향해 “살려 달라”는 여자를 향해 “이 여자는 나만 보면 살려달라네”라며 툴툴거리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내민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군의 태양’ 등 여러 드라마에서 츤데레 매력을 뽐내왔던 ‘소간지’ 소지섭이 ‘오 마이 비너스’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중이다.

김영호는 강주은(신민아)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슈퍼맨처럼 나타나 도움을 준다. 안 좋은 일에 휘말리는 주은을 구박하고 면박을 주지만 세심하게 그를 챙겨주고, 돌봐준다. 주은이 기내에서 기절했을 때 자신의 일등석 자리를 내줬고, 전 남친 앞에서 망신을 당했을 때 주은을 애인처럼 챙겨주며 통쾌함을 안겼다. 무리한 운동 탓에 심한 근육통을 앓는 주은을 위해 직접 대리까지 불러주는 등 자상한 행동을 보이지만 이와 정반대되는 ‘시크’한 말들을 내뱉는다.

이뿐만 아니다. 주은이 스토커에게 위협을 느끼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구세주처럼 등장해 그를 단숨에 처치하고, 모텔에서 투숙하려는 주은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와 임시거처로 자신의 집을 제공한다. 툴툴대면서도 자신의 베개와 이불을 내어줄 뿐만 아니라 약까지 챙겨주며 여심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 어떤 판타지가 숨어있는 걸까?

안방극장에서 사랑받는 남자 캐릭터들에는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가 숨어 있다. 그렇다면 ‘츤데레남’에게 있는 판타지는 무엇일까?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학교 윤석진 교수는 “전형적인 이분법이기는 하지만 남자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반면에 여자는 자상하다는 통념이 있다. 앞서 부드러운 남자들이 인기가 있기도 했지만 이건 남성다움이 없는 느낌이었다. 츤데레는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를 원하면서도 남성다움을 같이 느끼고 싶은 여자의 로망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나쁜 남자와는 맥락이 다르다. 겉으로 무뚝뚝하다고 속까지 그런 게 아닐 것”이라면서 “남성답지만 나를 챙겨주는 남성다움을 원하는 여성 시청자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CJ E&M 김지영 방송홍보팀장은 “사실 대한민국 남자들은 무뚝뚝한 스타일이 많다. 그래서 ‘좋아한다’는 표현 역시 잘 하지 않는다”면서 “겉으로 봤을 때 표현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로 챙겨주는 캐릭터들이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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