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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통신]'모르는 여인' 절제미 간직한 은유적인 드라마

  • 영화 '모르는 여인'
‘모르는 여인’(Complete Unknown)★★★1/2(5개 만점)

우리는 모두 가끔 현재의 자신의 껍질을 벗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새 삶을 살고픈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은 현실의 노예들인 우리에겐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데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아름답고 감각적이며 수수께끼 같은 여인 앨리스(레이철 바이스)는 몇 년마다 자기 신원을 바꾸고 삶의 터전도 이동해 가면서 거듭 태어난다.

매우 의미심장하고 은유적이며 또 얘기가 밤에 일어나는 무드 짙은 드라마로 심리스릴러 분위기마저 지녔다. 일상의 무사안일과 매일같이 비슷하고 잘 아는 것들을 견딜 수가 없어 변화와 탈출을 시도하는 앨리스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겠다.

영화는 처음에 수년마다 앨리스가 거처를 이동해 가면서 매번 다른 직업을 얻어 다른 사람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홍콩에서는 마술사의 조수로, 미국에서는 떠돌이 히피였다가 응급실 간호사가 되기도 하고 교외에 사는 정장을 한 직장여성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호주에서 희귀종 개구리를 연구한 과학자가 된다. 이렇게 새 환경에서 다양한 직업을 수행하며 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인간의 변신욕망을 신비하게 얘기하고 있어 상징적인 것이어서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의회에 제출하는 법안 문구수정이라는 따분한 일을 하나 뉴욕에서 아름다운 부인 라미나 (아지타 가니자다)와 함께 넉넉히 사는 탐(마이클 섀넌)의 생일 파티에 탐의 친구가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앨리스를 데리고 나타난다. 그런데 미술가인 라미나가 샌디에고에 직장을 얻게 되면서 탐도 아내를 따라가느냐 아니면 별거하느냐는 문제가 생기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암시된다.

그런데 탐은 앨리스가 15년 전에 자기를 버리고 떠난 다른 이름을 가졌던 애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도대체 왜 앨리스는 15년만에 불쑥 탐 앞에 나타났는가.

영화의 전반부는 앨리스가 자신의 다양한 삶에 관해 얘기하면서 파티 손님들이 이에 여러 가지로 반응하는 장면으로 진행되다가 후반 들어 앨리스와 탐이 뉴욕의 밤거리를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둘은 이 밤의 만보와 대화를 통해 둘이 과거 애인이었을 때로 돌아가는 셈인데 정착해 평범한 남편으로 살고 있던 탐은 이 밤의 여정을 통해 다시 앨리스의 궤적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잠깐이지만 탐은 다시 만난 앨리스를 통해 현재의 껍질을 벗고 변신을 한다. 삽화식으로 섞인 둘이 걷다가 들르게 된 노부부(캐시 베이츠와 대니 글로버) 집에서의 얘기도 흥미있다.

카멜레온처럼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하는 앨리스와 현실정착을 고수하는 탐의 밤의 산책은 새벽이 되어 끝난다. 그리고 앨리스는 탐에게 자기와 함께 떠나자고 제의한다. 바이스의 섹시한 모습과 짙은 연기 그리고 섀넌의 극도로 자제하는 연기가 뛰어난 깊고 선정적인 영화다. 조슈아 마스턴 감독(공동 각본). 박흥진 미주한국일보 편집위원 겸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 회원 hjpark12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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