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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의 활동사진 유람]'브이아이피',잔혹한 네 남자의 핏빛 교향곡

  • 영화 '브이아이피',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소문난 잔치에 먹을 음식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는 영화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 제작 영화사 금월)에게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분명히 먹을 음식 가지 수는 많다. 장동건, 김명민, 이종석, 박희순 등 최고의 배우들의 연기대결,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돼 만들어낸 화려한 볼거리,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박훈정 감독이 창출해낸 흥미진진한 스토리 등 눈이 가는 요소들이 넘친다. 그러나 음식의 맛에 대한 평가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영화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이용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물.

이야기의 출발은 매력적이다. 기획으로 귀순한 브이아이피 김광일(이종석)이 연쇄살인마라는 설정은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한다. 여기에 기획 귀순을 주도한 국가정보원 직원 박재혁(장동건), 김광일을 잡으려는 열혈형사 채이도(김명민), 김광일에게 복수하려는 북한 공작원 리대범(박희순)이 얽히고 설키면서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수컷들의 전쟁이 펼쳐진다.

네 배우의 카리스마 대결이 관객들의 눈을 스크린에 고정시키는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해맑은 소년의 얼굴을 한 연쇄살인마 김광일을 연기한 이종석. 순수한 소년과 잔악한 악마의 얼굴을 오가며 파격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한다. 장동건과 김명민, 박희순은 기대대로 자기가 해야 할 몫을 확실히 한다. 멀티 캐스팅 영화에 맞게 과하지 않게 완급조절을 하며 열연을 펼친다.

  • 영화 '브이아이피',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러나 배우들 간에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볼 수 없는 게 가장 큰 아쉬운 점이다. 이제껏 박훈정 감독의 전작들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 건 인물 간의 케미스트리였다. ‘신세계’에서 이자성(이정재)-정청(황정민)의 브로맨스, ‘대호’에서 천만덕(최민식)과 호랑이의 유대감은 감동을 배가하며 깊은 여운까지 관객들에게 안겨줬다.

그러나 ‘브이아이피’는 서로 입장이 전혀 다른 네 남자들의 대결이 기둥 줄거리이기에 인물간의 정서적인 유대가 전혀 없다. 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자제돼 관객들이 감정을 이입할 공간이 없다. 목표점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는 네 남자의 모습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주지만 종반부를 넘어가면 지친다. 결말도 개연성이 있기보다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브이아이피'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잔혹성이다. 영화 초반부 김광일 일당들이 여자를 납치해 살인하는 장면은 김광일 캐릭터에 대한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장치로 보이지만 수위가 그렇게까지 셀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박훈정 감독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라는 걸 새삼 다시 일깨워준다.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여혐 논란’을 다시 일으킬 만하다.

‘브이아이피’는 분명히 화려한 볼거리와 오락적 재미를 갖춘 여름용 블록버스터다. 그러나 입은 즐겁지만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가 연상된다. 입을 즐겁게 하는 맛과 정신적 건강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관객들의 몫이다. 2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 영화 '브이아이피',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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