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실험 영화(Experimental Cinema)

‘실험 영화 experimental cinema’ 혹은 ‘아방-가르드 영화 avant-garde cinema’는 엄격하게 영화적 관습을 재평가하고 대사로 진행되는 전통 방식의 대안으로 대사 없이 극을 전개하는 영화 제작 방식 a mode of filmmaking that rigorously re-evaluates cinematic conventions and explores non-narrative forms and alternatives to traditional narratives or methods of working’으로 정의되고 있다.

‘실험 영화’는 적은 인원으로 소액을 투자해서 제작할 수 있다는 잇점을 갖고 있으며 주류 배급 통로를 통해 개봉관에서 공개되는 혜택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실험 영화 제작자 Experimental filmmakers’들은 주로 영화를 시작하는 아마추어 등 아카데미적인 측면이 강한 동시에 상업 영화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단계로 거치는 영화 제작 형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험 영화’의 특성 중 ‘오락 혹은 수익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업 영화와는 달리 새로운 영상 테크닉을 증진 시키는 것에 주안점 to promote interest in new technology rather than to entertain or to generate revenue, as is the case with commercial films’을 두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주류 상업 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과는 철저하게 대립되는 형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실험 영화’만의 제작 스타일이다.

‘실험 영화’ 혹은 ‘아방-가르드 영화’는 프랑스에서 발아된 뒤 독일, 러시아로 전파된다.

이 장르를 개척한 영화인들은 ‘관객들에게 지적인 자극을 유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제작 의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장르 개척자들은 최소 제작비와 인원을 동원하기 때문에 제작에 있어 예술적 자유를 마음껏 구가하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소수의 열혈 영화 애호가 및 갤러리 등 협소한 공간을 주된 상영 장소로 선택해 파급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태생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기승전결의 스토리에 반기, 사운드 사용을 거부하고 무음을 택 하는 것 등은 이들의 괴팍스런 작가 기질을 입증해 주는 형식으로 인식된다.

마야 데런(Maya Deren), 알렉산더 햄미드(Alexander Hammid) 공동 연출의 14분 단편 <오후의 올가미 Meshes of the Afternoon>(1943).

집으로 귀가한 여성이 낮잠에 빠진다.

꿈 속에서는 도로에 외롭게 핀 꽃이 보이고 열쇠가 떨어지며 열쇠가 잠겨 있는 등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면서 조화되지 못한 여러 이미지들이 보여지면서 여성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275달러로 제작된 작품은 공개 직후 ‘느와르 스타일의 실험 영화 걸작’으로 공인 받는다. 마야 데런이 ‘그 여성 The Woman’, 알렉산더 해미드가 ‘그 남자 The Man’로 출연하고 있다.

스탠 브라카지(Stan Brakhage) 감독의 4분짜리 <나방빛 Mothlight>(1963)은 곤충, 낙엽 등을 2줄짜리 테이프에 붙여서 추상적 영상을 만들어 내는 시도를 한다.

<나방빛>은 대중적 호응은 부족했지만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대사도 없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영화가 추구했던 전통적인 내러티브 방식의 전복(顚覆)을 시도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감독, 촬영, 여배우 등으로 활약한 마리 멘켄(Marie Menken)은 <고! 고! 고! Go! Go! Go!>(1964) <아라베스크 포 케네스 엥거 Arabesque for Kenneth Anger>(1961) <앤디 워홀 Andy Warhol>(1965) 등의 실험적 작품을 통해 유명세를 얻는다.

이들 작품에서는 ‘저속 촬영한 뒤 1초당 24프레임 이상 빨리 영사 시키는 타임 랩스’ 등을 시도해 훗날 출현하는 뮤직 비디오 촬영 방식에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다.

실험 영화인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예술인이 앤디 워홀

(Andy Warhol).

감독, 프로듀서, 촬영 감독으로 명성을 얻었던 앤디는 10대 시

절 혹독하게 앓았던 ‘신경 쇠약 nervous breakdowns’ 증상

이 범인(凡人)들이 생각할 수 없었던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

는 동력이 됐다고 한다.

55분짜리 <키스 Kiss>(1963)는 남녀, 남자와 남자, 여성과 여성 등 수많은 커플들의 키스 장면을 각각 3분씩 여러 각도의 클로즈업에 담아 표현한 작품.

이후 워홀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 카메라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의 동선을 담는다든지 잠자는 사람에게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대는 등 ‘반복되는 이미지 repetitive images’를 표현하는 기법을 시도해 눈길을 끌어 모은다.

그는 ‘동일한 이미지여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미세한 변화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영상 작업을 통해 보여 주고 싶었다’는 연출 의도를 밝힌다.

<마이 서핑 루시퍼 My Surfing Lucifer>(2009) <마우스 헤븐 Mouse Heaven>(2004) <교수형 시켜야 되는 남자 The Man We Want to Hang>(2002) <그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Don't Smoke That Cigarette>(2000) <루시퍼 라이징 Lucifer Rising>(1972) 등을 잇달아 발표한 케네스 앵거(Kenneth Anger)는 감독, 작가, 편집자로 명성을 구축했던 예술가.

그는 미국 정치 사회에서 은연중 언급을 꺼려 왔던 악마, 성적인 문제 등을 내세워 눈길을 끌어낸다.

로라 멀베이(Laura Mulvey), 피터 울렌(Peter Wollen) 공동 연출의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Riddles of the Sphinx>(1977).

결혼한 주부에게 부과됐던 일과와 모성애를 변혁 시키려는 루이스라는 여성의 일과를 다룬 여권주의(feminists) 성향의 전위 영화(avant-garde)이다.

실험 영화인들은 ‘세상 질서를 뒤집어 보는 시선을 가져 보자’는 주장과 함께 필름 속도의 가감 및 색상 변화로 메시지 전달 시도, 관객들이 화면에서 전개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차단(distanciation), 영상의 병치(竝置), 동성애에 대한 우호적 시선, 도시에서 형성된 소리, 풍경을 인간의 일상 생활과 결합(city symphonies) 등의 제작 방식을 내세워 공감을 얻어낸다.

이같은 장르 스타일은 * 몽타쥬 기법의 확장 * 스토리를 거부하고 심리적 행동을 부각 시킨 장편 독립 영화(new talkie) * 소규보 자본을 투자하는 독립 영화(microcinema) * 행위 예술 * 키치 *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등이 출현하는 발판을 제공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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