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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 어디까지 왔나

  •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스포츠한국 장서윤 기자]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연예인에 대한 수사가 빠르게 진척되면서 검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다. 검찰은 10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권 당시 방송출연 정지 등 피해를 입은 이른바 ‘국가정보원 문화o연예계 블랙리스트’ 에 포함된 연예인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터넷상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블랙리스트 연예인’들이 실제로 국정원 등에 의해 피해를 입은 증거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해당 연예인들을 비롯한 문화예술계는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국정원, 연예인들을 어떻게 압박했나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피해자 조사를 받은 배우 문성근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8년간 TV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에 그는 최근 종영한 드라마 ‘조작’ 제작발표회에서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난다”며 웃지 못할 출연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배우 김여진과 함께 여론조작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아 국정원이 관여해 조작한 김여진과의 나체 합성사진이 인터넷상에 게재되는가 하면 남북정상회담 당시 촬영된 사진도 왜곡돼 유포되면서 ‘친북좌파’라는 꼬리표에 시달려야 했다.

문성근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정원이 여론조작을 위해 대포폰, 해외서버 등을 이용한 사실을 공개하며 “2008년 10월부터 출연금지 압박을 받아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개그우먼 김미화는 지난 2010년 SNS를 통해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된답니다. KBS에 근무하시는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블랙리스트’ 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밝혀주십시오” 라는 글을 올렸다. 이후 KBS는 김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그는 2011년에는 10년간 진행해 온 라디오 프로그램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도 갑작스럽게 하차가 결정됐다.

  •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방송인 김제동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사전 행사와 1주기 추도식 사회를 본 후 KBS ‘스타 골든벨’ MBC ‘환상의 짝꿍’에서 하차하거나 프로그램 폐지를 맞았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후 비판글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게재했던 김규리도 지난 10년간 핍박받았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국정원이 연예인들을 공격한 이유는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 외에도 황당하게 여론조작을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우 문근영은 블랙리스트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외할아버지가 비전향장기수라는 이유로 국정원으로부터 “빨치산 손녀” “빨갱이 핏줄”이라는 인터넷 댓글 공격을 받았다.

심지어 국정원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유명 연예인 A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심리전 계획으로 A씨가 마약류로 지정된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인터넷과 증권가 정보지(일명 찌라시)에 익명으로 유포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국정원은 2009년 7월 ‘좌파 연예인 대응 TF’라는 대대적인 팀을 구성해 정부 비판 연예인들을 압박, 퇴출하는 전방위적인 계획도 수립했다. 마치 독재정권 시대를 방불케하는 이처럼 거창한 논의가 오간 데는 대중에 대한 연예인들의 영향력에 주목한 결과다. 방송 또는 공식석상에서 이들의 발언이 대중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높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그동안 아이돌 그룹을 키우면서 절대로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말라고 당부해왔던 게 사실이다. 한번 찍히면 방송출연 등 모든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하라고 얘기했다”라고 들려주었다. 블랙리스트로 인한 표현의 자유 위축비단 업계에서 터져나오는 이야기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지난 8년간 여러 방면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 온 것은 여러 수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특히 문화 예술 분야는 거리낌없는 표현의 자유 속에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 장동규 기자 jk31@hankooki.com
정권의 눈치를 보고 불이익이 올까 두려워 하고 싶은 말, 표현하고 싶은 바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토양에서 창의적인 문화 예술이 꽃피울 리 만무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은 이후 도약을 위한 거름으로 써야 한다. 어떤 사람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행동으로 또는 아무런 이유 없이 탄압받지 않을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절실히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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