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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의 활동사진 유람] 故 김주혁, 당신 덕분에 모두 행복했습니다!

  • 사진=이혜영기자 lhy@hankooki.com
[스포츠한국 최재욱 기자] 누구나 삶을 마무리했을 때 여러 평가가 뒤따른다. 인생이라는 여로 속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기에 그 평가가 엇갈리곤 한다. 특히 공인은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기에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일에 있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인간적으로는 반대되는 평가를 받거나 일적으로 좀 부족해도 인간적으로는 사랑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가끔 모든 면에서 요즘 유행하는 시쳇말로 ‘그레잇’이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이라는 평가로는 뭔가 부족한, ‘최고’라는 평가가 어울리는 이들도 가끔 있다.

지난 10월30일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배우 고(故) 김주혁이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연기자로서 항상 자신의 몫을 확실히 해내며 빛을 발하는 ‘믿고 볼 수 있는’ 최고의 배우였다. 또한 인간적으로도 가슴이 따뜻한 인간미가 살아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동료였고 후배들에게는 믿고 의지하고 싶은 대나무 숲 같은 휴식을 주는 선배였다.

사실 데뷔 초기에는 심하게 낯을 가리고 예민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경력이 쌓이면서 한결 여유로워지면서 팬들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항상 온기를 불어넣는 진정한 ‘훈남’으로 등극했다.

배우로서 아직 보여줄 게 너무나도 많고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함을 안겨준 이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왠지 어디선가 나타나 사람 좋아 보이는 소탈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미소로 모든 것이 잘못된 ‘가짜 뉴스’였다고 말해줄 것만 같은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기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그는 이렇게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사람이었다.

기자가 김주혁을 처음 본 건 2003년 영화 ‘싱글즈’ 촬영장에서였다. 낯을 심하게 가려 기자의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던 그는 소심한 소년의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 여러 영화를 통해 만나 친분이 생기면서 그의 개구쟁이 같은 수다스럽고 귀여운 본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가식 없는 그의 폭풍수다는 가끔 위험수위를 넘나들어 기자가 말릴 정도였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 ‘어디선가~홍반장’의 홍반장이 보여준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소탈한 매력은 배우 본인의 순수한 성품에서 나온 산물이었다. 사람들이 잘 몰랐던 이런 소탈한 매력이 예능 ‘1박 2일’을 통해 공개되면서 그는 ‘국민 형’ ‘국민 오빠’ ‘국민 아들’로 등극했다.

예능을 통해 더욱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됐지만 기자가 아쉬운 건 그가 배우로서 자신의 능력만큼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실력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경우는 너무나도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27일 열린 더 서울어워즈에서 김주혁이 영화 ‘공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쳤다. 그것이 그가 생전 영화로 받는 마지막 상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김주혁의 꽃길을 예상했기에 그의 죽음이 더욱 황망하게 다가온다. 그가 살아 머리가 백발이 될 때까지 연기를 계속 했더라면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원로배우들만큼 전 국민의 존경과 신망을 받는 ‘국민배우’가 됐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주혁의 필모그래피를 쭉 살펴보면 그가 정말 좋은 배우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선 굵고 카리스마가 이글이글 넘치는 연기가 주목받는 현재 트렌드인 가운데서 단연코 김주혁은 소심하고 예민한 지질한 남자 연기의 최고봉이었다. 최근 충무로에서 연기의 달인이라 부르는 그 어떤 배우도 김주혁만큼 소심한 남자 연기를 더 잘할 순 없다.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이가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뜬금없이 ‘세월이 가면’을 불렀을 때,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덕훈이 아내가 두 번째 남편을 맞아들이겠다고 선언해 이혼을 결심했다가 ‘누구 좋으라고 이혼하냐’고 독백할 때의 ‘웃픈’(웃기면서 슬픈) 연기는 관객들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켰다. ‘한국의 휴 그랜트’라는 별명이 있었지만 연기력에 있어서는 김주혁이 훨씬 앞선다.

김주혁의 배우로서 또 하나의 장점은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자전’에서 옴므파탈로 제대로 변신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고 지난해 개봉된 ‘공조’에서 지독한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내 스펙트럼 넓은 ‘팔색조 배우’임을 대중에게 확인시켜줬다. 어떤 그림을 그려도 가능한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였다.

또한 그는 상대 배우에게 최고의 동료였다. ‘싱글즈’ ‘청연’에서 고(故) 장진영이 빛이 날 수 있었던 건 김주혁이 든든히 뒤에서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이 요즘 말하는 ‘인생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김주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중심축을 확실히 잡아주며 항상 최선을 다했다. 예능에서도 프로그램이 재미있을 수 있다면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은 함께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그러기에 후배들이 더욱 애통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주혁은 천상으로 떠났지만 생전 촬영을 마친 그의 유작이 개봉을 앞둬 대중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조근현 감독의 ‘흥부’, 이해영 감독의 ‘독전’과 특별출연한 김성훈 감독의 ‘창궐’이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공개될 유작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김주혁의 마지막 연기는 그의 부재를 실감케 하며 그리움을 더욱 배가할 전망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따뜻함을 전해주고 마흔다섯이라는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김주혁. 마음이 아프지만 보내줘야 할 때다. 그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프다면 애도의 의미로 그의 작품을 하나라도 찾아보도록 하자. ‘광식이 동생 광태’의 광식의 매력은 10년이 지나도 변함없고 ‘아내가 결혼했다’의 덕훈의 소심한 매력은 여전하다. 또한 많은 이들이 보지 않았지만 영화 ‘투혼’‘커플즈’ ‘좋아해줘’에서의 그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그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대중들이 이렇게 그의 작품을 통해 그를 계속 기억을 해준다면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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