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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욱의 활동사진 유람] ‘강철비’를 보기 전 드는 세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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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최재욱기자]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휴전선이 그어진 후에도 줄곧 전쟁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 정전협정에 의해 군사분계선이 그어진 지 60년 넘어가면서 사람들은 그 위험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특히 북핵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요즘 그 위험성은 최고조에 올라 있다. 그래서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핵전쟁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그 위험이 일상이 돼버려 아직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게 아니라 그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 회피하는 것. 이런 가운데 개봉돼 쾌조의 흥행세를 보이고 있는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 제작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는 핵전쟁이라는 매우 도발적인 소재를 다룬다. 관객들이 ‘강철비’를 보기 전 갖게 되는 의문들을 짚어봤다.

#왜 한반도 핵전쟁 공포를 돈 내고 극장에서 봐야 하나?

‘강철비’는 대한국민 국민이라면 누구나 심저에 숨어있는 핵전쟁 공포를 건드린다. 관객들이 그 공포를 회피할지 아니면 직면하고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오락으로 즐기다 영화가 주는 강렬한 메시지에 공감할지에 영화의 승패가 달려 있다.

영화는 북한 쿠데타로 권력 1호가 남한으로 피신하면서 핵전쟁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는 다소 황당해 보이지만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은 남한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하고 남한에는 계엄령이 선포된다. 이런 가운데 쿠데타 과정에서 치명상을 입은 권력 1호를 호위해 남한에 내려온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이 힘을 합쳐 전쟁을 막는 과정이 긴박감 넘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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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1137만명을 끌어모은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에서 최고의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인기 웹툰 작가였던 그는 ‘강철비’의 근간이 된 ‘스틸레인’을 연재하면서 10년 동안 쌓아놓은 남북정세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영화 속에 녹여내 현실감 200%의 핵전쟁 가상 시나리오를 선보인다.

북한의 선전포고 후 진행되는 한미일 긴밀한 정보전을 보다 보면 막연한 공포가 마치 옆에서 일어나는 실제상황처럼 다가온다. 다소 작위적인 가상 설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양우석 감독의 농익은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블록버스터 무비를 만들면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 양감독의 뚝심이 놀랍다.

#상업 영화로서 미덕이 충분히 있나?

‘강철비’의 가장 큰 미덕은 우선 재미있다는 점이다. 성격이 판이하지만 전쟁을 막으려는 공통된 목표를 갖고 있는 두 주인공의 활약과 전쟁 위기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한미일 3국의 외교전이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잠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139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다.

일촉즉발 위기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3국의 외교전은 극적 재미를 배가하며 아찔한 쾌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티격태격하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민족으로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진심을 나누게 되는 엄철우와 곽철우의 우정은 유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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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억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가 만들어내는 화려한 볼거리도 압권이다. 실감할 수 없던 부분을 시각적으로 제대로 구현해내면서 가상 시나리오에 설득력을 더한다. 영화 초반 CG를 통해 완성된 개성 공단 폭격신은 모골이 송연해지게 하며 핵 전쟁 공포를 제대로 전달한다. 북한 권력 1호를 지키려는 엄철우와 쿠테타 세력이 펼치는 논스톱 액션은 블록버스터다운 스펙터클을 선사한다.

#정우성-곽도원은 이름값 했나?

‘강철비’를 이끄는 정우성과 곽도원은 몸을 사라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과묵하면서도 우직한 뼛속부터 군인인 엄철우에 자신만의 고독한 히어로 이미지를 투영한 정우성의 연기는 여전히 여심을 흔든다. 우월한 기럭지가 빚어내는 호쾌한 액션은 여전히 시각적 쾌감의 극대치를 선사한다. 북한 사투리 대사가 영화 초반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진심을 다한 내면연기와 선천적인 매력에 그런 단점은 금방 상쇄된다.

곽도원의 중량감 넘치는 선 굵은 연기도 영화의 중심축을 잡아준다. 최고의 엘리트 외교관이지만 가정 내에선 허술한 곽철우의 인간적인 매력을 제대로 살려낸다. 그러나 러닝타임 내내 함께한 두 배우의 연기 케미는 높은 점수를 주긴 힘들다. 너무 다른 남과 북을 대표해서일까? 감정적 교류가 끈끈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조우진, 정원종 등 조연배우들의 열연도 영화에 윤기를 더한다. 그 중 김갑수(리태화 역)와 조우진(최명록 역)이 가장 돋보인다. 최근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인 김갑수는 그가 스크린에서 얼마나 좋은 배우일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조우진은 ‘최고의 신스틸러’라는 수식에 걸맞게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다. 최근 작품들에서 코믹한 이미지로 등장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출세작 ‘내부자들’에서의 카리스마를 다시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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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는 오락성과 완성도를 모두 겸비한 수작이다. 똑똑한 연출에 매력 넘치는 배우들의 열연, 화려한 볼거리까지 갖춰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 여기에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강렬한 메시지까지 전달하며 극장문을 나와도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제공한다.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더 강렬한 맹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한 섭씨 100도짜리 뜨거운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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