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지수 높이기 위한 국가간 협력 제작

영화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 제작 co-production’은 2-3개 제작사가 업무 협조를 통해 한 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어 내는 제작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단계 진전된 ‘국제 공동 제작 an international co-production’은 통상 2게 혹은 많게는 4-5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영화 제작사가 제작 협약을 통해 거대 프로젝트로 추진되는 영화를 의기투합해서 제작해 나가는 것을 뜻한다.

‘국제 공동 제작’의 잇점을 다음과 같다.

-시선을 사로 잡을 수 있는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각국 촬영 장소를 화면에 담을 수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투입해 유능한 인력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협력을 통해 제작비 부족분을 충당 시킬 수 있다

-각국 정부로부터 예술 진흥 기금에 의한 제작 협조를 용의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각 국가가 갖고 있는 재능 있고 다양한 인력과 장비를 효율적으로 활용

-각국의 영화 시장에서 개별적 홍보 전략을 시도해 수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각국에서 통용되는 제작 기법 등을 통해 제작 노하우를 축적 시킬 수 있다

-각국에서 활약하는 다채로운 배우 및 다국어 등 공동 제작에서 파생되는 융합적 요소를 내세워 제 3국 영화 시장 수출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

1910년대 독일, 이태리, 프랑스가 미국 영화계에 대적하기 위해 국가간 협력 합작 영화를 활발하게 추진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1940년대 중반 TV 매체의 영향력 증가로 극장업계 불황이 장기화 된다.

여기에 여력이 있는 스튜디오 시설 활용, 해외 시장에서의 수익을 증가 시키기 위한 흥행 전략으로 인해 합작 영화가 보다 활발해 졌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출세작 <로마의 휴일 Roman Holiday>(1953).

유럽 각지를 방문 중인 자유분망한 공주가 경호원들을 따돌리고 외출을 나온다.

이때 아메리칸 뉴스 서비스지 기자를 우연히 만나 이태리 명소를 다니면서 짧은 로맨스를 체험하게 된다.

극중 일국의 공주와 특종에 혈안이 된 기자가 로마의 계단, 날카로운 사자의 입에 손을 넣는 ‘진실의 입 Mouth of Truth’ 등 여러 명소와 관광지 풍경을 담아 히트작이 되는데 도움을 받는다.

<로마의 휴일>은 파라마운트가 할리우드에서 제작할 것을 요구했지만 윌리암 와일러 감독이 제목 ‘로마’를 떠올려 주는 현지 촬영을 고집한다.

결국 제작사는 경비 절감을 위해 테크니칼라 대신 흑백 필름에 출연 당시 무명이었던 오드리 헵번을 기용하게 된다.

이같은 고육책의 결과가 아이러니하게도 고풍스런 이태리 명소 풍경 인상을 각인 시키는 동시에 청순한 오드리 헵번이 아카데미 여우상을 따내는 알찬 결과물을 얻게 된다.

<로마의 휴일>은 마침내 ‘이태리에서 전체 촬영을 한 첫 번째 미국 영화 The first American film to be made in its entirety in Italy’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된다.

떠돌이 총잡이가 두 패로 나누어 골육상잔을 벌이고 있는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감싸고 있던 탐욕, 복수심을 일거에 해소 시켜 준다는 것이 <황야의 무법자 Per un pugno di dollari>(1964).

이태리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TV 서부 드라마 <로 하이드 Rawhide>(1959)로 막 존재감을 알리고 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기용해 대박급 히트를 기록하면서 영화 용어 ‘스파게티 웨스턴 the Spaghetti-western’을 탄생 시킨다.

호기심 많은 짐.

해적 플린트 선장이 은닉해 두었던 보물 지도를 손에 넣은 뒤 보물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는 모험극이 <보물 섬 Treasure Island>.

1972년작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등이 결집해 범 유럽 공동 제작(pan-European coproductions)이라는 위용을 드러낸다.

1958년 1월 1일 로마 조약(Treaty of Rome)을 계기로 출범한 유럽 연합(EU: The European Union)은 할리우드 문화 침략에 대항하기 위한 유럽 영화계가 단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49년-64년 사이 이태리+프랑스 합작 영화가 누적 711편(Between 1949 and 1964 711 films were co-produced between the two nations)로 활성화 된다.

그렇지만 햇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유럽 각국 관객들을 만족 시켜려다 보니 결과적으로 스토리가 뒤죽박죽 됐고 유명 장소의 경우는 식상감을 불러 일으켜 ‘유로푸딩 europudding’이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장 뤽 고다르의 <사랑과 경멸 Contempt / Le Mepris>(1963).

시나리오 작가 남편과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청산하는 중년 여성의 일화.

감독은 극중 시나리오 작가가 제작사의 입김에 따라 대본을 수차례 수정해 나간다는 설정을 통해 영혼 산업인 영화계가 점차 천박한 자본주의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보낸다.

1980년대 들어 유럽 및 미국의 주요 방송사인 카날 플러스, 채널4, RAI, HBO 등이 합작 영화의 자금주 역할을 해낸다.

유럽 일부 비평가들은 ‘합작 영화는 각국의 정체성을 훼손 시키는 동시에 고유의 문화적 상업적 가치를 축소 시키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선진 영화 자본 유입 덕분에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의 영화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아 3세계 영화권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긍정론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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