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들의 성원 받은 선정적 소재의 퇴폐극

‘퇴폐적이고 시류에 영합하는 내용을 통해 의도적인 흥행을 노리고 제작되는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B급 영화’.

주류 영화가 방치해 왔던 틈새를 노리고 소액의 자금을 투입, 제작해 관객들의 돈을 갈취(exploitation)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이런 와중에 좀비들이 출현해 일순간 마을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1968)은 월남전 패전 이후 몰아 닥친 정신적 공황 상태를 은유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연속 시리즈가 공개되는 대박급 히트를 기록한다.

영화 흥행 전문가들은 * 사회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궁긍적으로는 오직 흥행을 노리고 있으며 * 외설적인 내용에 대한 과감한 묘사 * 설득력 없는 스토리 * 조급하게 촬영된 화면 * 무성의한 연기 등을 특징으로 내세운 저예산 영화‘라고 다소 비판적 정의를 해주고 있다.

최면술사에 의해 감정 기복이 심한 10대가 사악한 늑대로 변형돼 벌이는 사건을 묘사한 작품이 진 파울러 주니어 감독의 <십대 늑대 인간 I Was a Teenage Werewolf>(1957).

로저 코만 감독의 <환각 특급 The Trip>(1967)은 광고 pd가 이혼의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환각제(LSD)에 빠져 체험하게 되는 기이한 경험담을 다루고 있다.

이들 영화는 엄격한 기성에 반감을 갖고 있는 10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면서 틈새 시장에서 히트작으로 영향력을 전파 시킨다.

8만 달러 제작비를 투입했던 <십대 늑대 인간>은 2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얻으면서 이후 유사한 공포물이 수십편 ?P아지는 여파를 남긴다.

이어 자연 숭배, 여자 감옥소 이야기, 임신한 10대 여학생, 성병 환자 등을 등장 인물로 내세운 영화들이 선을 보이면서 ‘익스플로이테이션 장르’는 독자 생존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B급 감독의 제왕으로 군림했던 로저 코만 연출 문화생으로 참여했던 프란시스 코폴라, 마틴 스콜세즈, 존 세일즈 등이 중견급 상업 감독으로 성공하게 된다.

로저 바딤 감독의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 Et Dieu... Crea La Femme>(1956)은 자유분망한 18세 소녀의 성적 일탈을 다뤄 주역을 맡은 브리지트 바르도를 단번에 섹시 히로인으로 부각 시킨다.

이 영화 히트를 모방한 아류작은 ‘섹스플로이테이션 sexploitation’으로 명명해 준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Psycho>(1960)는 무자비한 인명 살상을 묘사한 ‘고어 gore’ 장르가 태동되는 발판을 제공한다.

-그라인드하우스, 드라이브-인(Grindhouses and drive-ins)

‘그라인드하우스 Grindhouse’는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했던 극장을 뜻한다.

1960-70년대 번성기를 누렸다가 1980년대 가정용 홈 비디오 시장이 출현하면서 흥행가에서 위력을 잃게 된다.

자동차에 탑승한 채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드라이브-인 극장 the drive-in movie theater’은 한때 주말 흥행 판도를 석권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는다.

여기서 상영되는 영화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화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 때문에 ‘폭력 액션 영화 violent action films’에 대해 일부에서는 ‘드라이브-인 영화 drive-in films’라는 별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하위장르(Subgenres)

‘통속 잡지 pulp magazines’ ‘공포 물 horror films’ ‘다큐 documentary films’ 등은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Exploitation films’가 가장 즐겨 소재를 차용한 장르로 알려진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해 여러 장르의 흥미 요소만을 원용한 것도 이 장르만의 차별점이 된다.

도리스 위시맨 감독의 <여자를 죽이게 해줘 Let Me Die A Woman>(1977).

성치료 박사가 성적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성적 치료와 처방을 내린다는 과정을 다큐 형식으로 담은 이 작품은 자극적 내용과 성적 착취를 담아 ‘충격적 다큐 및 성적 착취 영화 shock documentary and sexploitation’라는 평판을 듣는다.

<마리후아나 Marihuana>(1936) <리퍼 매드니스 Reefer Madness>(1938) <섹스 매드니스 Sex Madness>(1938) <아빠 엄마 Mom and Dad>(1945) <외로운 아이들 Children of Loneliness>(1937) 등에서는 마약 흡연, 동성애, 10대들의 난잡한 성적 행각 등 기존 상업 영화에서는 표현하지 못할 내용을 담았지만 ‘방탕한 10대들을 위한 예방 교육용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무사히 공개되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고 한다.

-바이크 필름(Biker films)

말론 브란도 주연의 <와일드 원 The Wild One>(1953)은 오토바이 갱단(a motorcycle gang)을 다룬 효시작이 된다.

‘10대들의 탈선 juvenile delinquent’과 굉음소리 터지는 검은색 모터사이클, 신선함 가득한 신참 연기자들의 풋풋한 연기, 저렴한 제작비 등은 이들 장르의 최대 매력점.

AIP(American International Pictures) 영화사는 <거친 천사들 The Wild Angels>(1966)의 히트에 힘입어 <지옥의 천사 Hells Angels on Wheels>(1967) <타고난 패배자 The Born Losers>(1967) <지옥에서 온 천사 Angels from Hell>(1968) <이지 라이더 Easy Rider>(1969) <사탄 새디스트 Satan's Sadists>(1969) 등이 히트작 대열에 합류한다.

<매드맥스 Mad Max>(1979)는 핵 전쟁 이후의 인간이 생존할 낙원을 갈망한다는 소재를 삽입 시켜 ‘오즈플로이테이션 Ozploitation’이라는 신종 용어를 탄생 시킨다.

-블랙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들을 출연 시켜 흑인들 관객들을 염두에 두고 제작한 영화를 뜻한다.

‘블랙 익스플로이테이션 필름 Black exploitation films’ 혹은 ‘플랙플로이테이션 blaxploitation films’이라고 지칭한다.

멜빈 반 피블스 감독의 <스윗 스윗백 바다스 송 Sweet Sweetback's Baadasssss Song>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주류 사회에서 당해야 하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는 메시지를 담아 공감을 얻어낸다.

노예 학대를 극화한 <만딩고 Mandingo>, 흑인 형사의 활약상을 다룬 <샤프트 Shaft> 등이 히트 차트에 등극한다.

부두교 신도들을 제압하는 본드 활약상을 에피소도를 삽입 시킨 007 8편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1973)는 블랙플로이테이션 소재를 삽입 시킨 것으로 풀이 됐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 Jackie Brown>, 스코크 샌더스 감독의 <블랙 다이나마이트 Black Dynamite>도 이 장르의 건재를 드러낸 최신작이다.

-사육제 영화(Cannibal films)

1970년대 초기-1980년대 후반까지 번성했다. 선혈이 낭자해 ‘고리 무비 gory movies’로도 알려진다.

중남미 혹은 아시아 오지 숲속에서 자행되는 식인풍습(cannibalism)을 주로 다뤘다.

호기심 많은 백인 탐험대가 원주민에게 포로로 사로 잡혀 곤욕을 치른다는 것이 주요 설정이 된다.

세상의 기이한 풍습을 다룬 ‘세상 영화 mondo films’는 색다른 볼거리를 찾는 관객들의 구미를 당겨주는 요소가 된다.

동물들의 잔혹한 학살 장면을 담은 <카니발 호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를 비롯해 <카니발 페록스 Cannibal Ferox> <이튼 얼라이브! Eaten Alive!> <심해로부터 온 사나이 The Man From Deep River> 등이 주목을 받는다.

움베르토 렌지(Umberto Lenzi), 루게로 데오다토(Ruggero Deodato), 헤수스 프랑코(Jesús Franco), 조 다마토(Joe D'Amato) 등은 이 장르를 전문적으로 연출해 명성을 구축한다.

-카눅플로이테이션(Canuxploitation)

캐나다에서 제작한 B급 영화를 지칭하는 신조어(neologism).

1999년 잡지 <브로큰 펜슬 Broken Pencil>에 게재됐던 기사 ‘카눅플로이테이션 고잉 다운 로드 위드 카니발 걸 댓 에트 블랙 크리스마스 Canuxploitation! Goin' Down the Road with the Cannibal Girls that Ate Black Christmas’에서 유래됐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David Cronenberg), 윌리암 프루에트(William Fruet), 이반 리트만(Ivan Reitman), 밥 클라크(Bob Clark) 등은 저예산 공포물을 통해 인지도를 알린 뒤 미국 시장에서 흥행 감독 타이틀을 얻는다.

<카니발 걸 Cannibal Girls> <데스드림 Deathdream> <시체 식용꾼 Corpse Eaters> <블랙 크리스마스 Black Christmas> 등이 이들 장르 대표작으로 기록되고 있다.

-카스플로이테이션(Carsploitation)

1970년-80년 유행했다. 카 레이싱, 자동차 질주, 자동차 충돌 사고, 자동차 파괴 등을 다루고 있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1971) <투-레인 블랙톱 Two-Lane Blacktop>(1971) <더티 메리, 크레이지 래리 Dirty Mary, Crazy Larry>(1974) <60초 Gone in 60 Seconds>(1974) <데스 레이스 2000 Death Race 2000>(1975) <블루스 브라더스 The Blues Brothers>(1980) 등이 호응을 받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스 프루트 Death Proof>(2007)가 이 장르의 흥행성을 재차 입증 시킨다.

-참바라 필름(Chambara films)

197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사무라이 소재 영화.

억울함을 당한 반항심 가득한 주인공이 통쾌한 복수를 이루기까지 과정이 핵심 내용을 이루고 있다.

누드, 성 행위 장면, 선혈이 낭자한 칼 싸움 등이 흥행 포인트가 되고 있다.

<한조 레이저 Hanzo the Razor> <레이디 스노우블러드 Lady Snowblood> <외로운 늑대 Lone Wolf and Cub, and Sex & Fury> 등이 있다.

-지알로 필름(Giallo films)

이태리에서 발표된 슬래셔 필름(Giallo films are Italian-made slasher films).

잔혹한 살인자를 찾아 복수를 꾀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태리어로 노란색을 뜻하는 ‘지알로 Giallo’에서 짐작하듯 노란 바탕색으로 출간됐던 서구 통속 소설(the pulp novels)에서 영향을 받았다.

효시작은 <너무 많이 아는 소녀 La ragazza che sapeva troppo /The Girl Who Knew Too Much>.

감독 다리오 아르헨토(Dario Argento), 루치오 풀치(Lucio Fulci), 마리오 바바(Mario Bava) 등이 이 장르 개척자로 알려졌다.

-목버스터(Mockbusters)

‘목버스터 Mockbusters’는 때로는 ‘리메이크플로이테이션 remakesploitation films’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태리에서 유행했다.

제임스 본드, 좀비 시리즈, 서부극 등 대중적 히트작을 모방해서 졸속으로 선보인 작품. 극장 보다는 주로 비디오용으로 출시된다.

-몬도 필름(Mondo films)

‘쇼큐멘터리 shockumentaries’ ‘사이비 다큐 quasi-documentary films’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입수한 엽기적 죽음, 이국적 풍습 등을 담아 정신적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개같은 세상이라는 뜻의 <몬도 가네 Mondo Cane> 시리즈를 비롯해

<쇼킹 아시아 Shocking Asia> <아프리카 블러드 앤 거트 Africa Blood and Guts> <죽음의 얼굴 Faces of Death> 등이 공개됐다.

사회 질서 파괴, 신체 훼손 등 비도덕적 행동을 자행하는 등장 인물들을 내세워 기존 상업영화계로부터 지탄을 받았지만 이 장르는 열혈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꾸준한 흥행 영역을 고수해 오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1992)로 존재감을 알린 뒤 <펄프 픽션 Pulp Fiction>(1994)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따내면서 이 장르가 세계적인 흥행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 시킨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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