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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81. 제 3 영화(Third Cinema)

혁명 이념 전파를 목표로 한 라틴 아메리카에서 유래된 영화 운동

‘제 3 영화 Third Cinema/ Tercer Cine’는 1960-70년대 신식민주의, 자본주의 단순히 흥행만을 노리고 제작되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묘사하기 위해 라틴 아메리카에서 진행된 영화 운동 a Latin American film movement that started in the 1960s-70s which decries neocolonialism, the capitalist system, and the Hollywood model of cinema as mere entertainment to make money’.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다.

오늘날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 도상국에서 제작된 영화’라는 뜻이 강하다.

예술적이고 흥행을 염두에 두기 보다는 민중에게 사회적 각성을 요구하는 사회 운동 개념을 중시하는 제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1969년 아르헨티나 영화 감독 페르만도 솔라나스(Fernando Solanas), 옥타비오 게티노(Octavio Getino) 등이 영화 저널 ‘제 3대륙 cinema journal Tricontinental’를 통해 발표한 ‘제 3 영화를 위하여 Towards a Third Cinema’를 통해 제 3영화의 개념과 제작 방법론을 공개한다.

솔라나스는 이 비평문을 통해 ‘남아메리카 국가들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으로부터 정치, 사회, 경제적 예속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지배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민중 혁명이 요구되고 있으며 영화는 이런 과제를 적극 선도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솔라나스와 게티노는 ‘자본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화려한 풍물과 호사스런 개인의 일상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를 ‘1 영화 First Cinema’, 유럽 예술 영화를 ‘제 2 영화 Second Cinema' is the European art film’라고 규정한다면 서구 영화계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표현과 감독의 작가적 역량에 중점을 둔 영화를 ‘3 영화’라고 주장한다.

솔라나스는 ‘제 3 영화’가 추구하는 목적 및 목표를 아래와 같이 설정한다.

-상업 영화가 내세우고 있는 실존주의를 거부하고 저항적이고 독립적인 영화 제작을 시도한다

-역사적 선입견의 부당함을 고발하고 민족 문화 회복을 위해 적극 행동한다

-기성 체재에서 받아 들이기 힘든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뉴스릴, 아방가르드, 선동을 목적으로 한 다큐멘터리, 리얼리즘 성향의 서사극, 정치, 사회 풍자극 등 다양한 제작 방식을 도입한다

-관객들에게 정치적 부당함에 대한 각성을 하도록 유도한다

-역사, 사회, 정치, 경제 등의 제도를 통해 국가가 국민들을 착취하는 실상을 폭로한다

-영화 시청 후 관객들에게 자신들이 처한 경제적 궁핍에서 탈피하기 위한 혁명 의식이 구체화 되도록 후원한다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을 영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조성한다

-제작 및 배급 과정에서 정부 당국이 가하는 억압적인 상황을 거부하고 검열에 적극 항거한다

이같은 발족 취지에 따라 ‘제 3영화 Third Cinema’는 할리우드 모델에 반기를 드는 비상업적인 영화를 의미 meant to be non-commercialized, challenging Hollywood's model’하고 있다.

서구 영화학자들이 규정한 ‘제 3 영화’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할리우드 제작 풍토에 반기를 제기하면서 제 3세계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

2. 1960년대 남미 국가에서 주도한 민중 영화. 이들 영화들은 남아메리카 대부분의 국가들이 미국 등 신제국주의 국가로부터 정치, 사회, 경제가 철저하게 통제 받는 식민지 대접을 받고 있어 이같은 종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민(민중)을 깨닫게 하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드러냈다

3. 브라질, 아르헨티나에서 발표된 영화들은 선진국 영화처럼 규모와 유려한 테크닉은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가공하지 않는 자연미와 자연스런 영상 표현이 강점이 된다

4. 영화는 왜곡된 현실을 변화 시키고 수익만 염두에 두고 있는 영화 제작 풍토를 개선 시키며 관객과 함께 이론적 지식을 실천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

5. 아프리카에서 제기된 반식민주의 운동에 적극 찬성한다

6. 미국 흑인들의 인권 운동을 지지한다

7. 마르크스 및 중국 마오쩌둥의 변증법을 이론적 토대로 삼는다

‘제 3의 영화’에 대한 일방적인 찬사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칠레 감독 라울 루이스는 ‘제 3 영화의 목표가 너무 협소하다’는 취약점을 지적한다.

이외 ‘페미니즘과 민족 중심주의를 소홀히 하고 있으며 유럽 감독들의 관여는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네갈 우스만 상벤, 말리의 술래이만 시세, 카메룬의 장-마리 트노 등은 강대국의 식민주의 정책에서 탈피, 종교, 인종, 성적 불평등과 억압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안 제시, 전통과 진보의 갈등 및 해소 방안을 제시해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간다.

한편 영화 역사에서 ‘제 3 영화’의 표본으로 공인 받고 있는 작품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A Hora De Los Hornos>(1969): 옥타비오 게티노, 페르난도 E. 솔라나스 공동 연출.

부제목은 ‘신식민지의 폭력과 해방에 관한 기록과 증거 Notas y testimonios sobre el neocolonialismo, la violencia y la liberación’.

아르헨티나의 1966-67년 정치, 사회상을 담은 기록물이다.

1부 신식민주의(Neocolonialism), 2부 해방을 위한 행동(Act for liberation), 3부 폭력과 해방(Violence and liberation) 등 4시간 20여분에 달하는 3부작으로 구성됐다. 뉴스릴 필름 연설, 인터뷰 나레이션 등으로 영상이 진행된다. 피델 카스트로, 프란츠 피농, 에바 페론 등의 연설이 핵심 내용으로 담겨져 있다. ‘영상으로 구성된 라틴 정치 사회 과학 교과서’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저개발의 기억 Memorias Del Subdesarrollo>(1968): 토마스 구티에레즈 알레아 감독. 쿠바가 공산 혁명에 휘말리자 자본주의 지식인 세르히오만 홀로 남고 가족, 부모들은 모두 미국 마이애미로 피신한다. 쿠바에 남은 그는 현실을 관망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간다. 그가 10대 시절 경험한 창녀를 비롯한 주변 여성들의 삶은 저개발의 상징으로 각인된다.

<콘돌의 피 Yawar Mallku>(1969): 칠레 호르헤 산지네스 감독 작품. 땅콩 농장이 외국 자본가들에 의해 개간되면서 현지 노동자로 차출된 여성, 아동들이 경제적 수탈을 당한다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칠레 전투 The Battle Of Chile Part 1-3 / La batalla De Chile : La Insurreccion De La Burquesia>(1975-79): 칠레, 쿠바, 베네주엘라 3국 공동 제작, 연출 파트리치오 구즈만. 현대 라틴 정치사를 담은 귀중한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인정 받고 있다. 격변의 라틴 아메리카 역사적 사건을 마르크스 사관으로 담아 주고 있다. 영상물을 통해 관객들의 역사 의식을 깨우쳐 주는 제 3 영화의 본보기를 제공했다는 칭송을 듣고 있다.

<흑인 소녀 La noire de>(1966): 아프리카 세네갈 우스만 셈벤 감독의 대표작. 세네갈의 10대 소녀가 프랑스 중산층 하녀로 들어가 고된 삶을 살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한편 휘황찬란한 볼거리에 치중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본능적인 반발 의식을 갖고 있었던 ‘제 3 영화’는 미국을 포함해 서구 열강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여류 감독에게도 많은 감화를 던진다.

1970년대 미국에서 촉발된 여권주의는 ‘여권주의 영화 운동 feminist film movements’으로 확산된다.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아동과 여성들은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탈을 당하게 된다.

지역, 국가, 언어, 인종을 가리지 않고 자행된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마침내 ‘제 3 영화 운동’을 기회로 여성들이 자립 의지와 독립적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계기를 가져 온 것이다.

픽션과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장르를 통해 ‘여성화 womanhood’ ‘혁명속 여성 지위 women’s position within revolutions’ 등을 다룬 영화들이 ?P아지게 된다.

이런 부류의 영화들로 주목 받은 작품들은 모잠비크 출신 사라 말도로(Sarah Maldoror) 감독의 <삼비장가 Sambizanga>(1972).

앙골라 여성이 정치권에 참여하면서 혁명 의식을 자각하고 여성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만 출신 헤이니 스로우어(Heiny Srour) 감독의 다큐 <해방의 시간 Saat al Tahrir/ The Hour of Liberation>(1973)은 오만의 혁명 여전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헤이니 감독이 레바논에서 발표한 <레일라와 늑대들 Leila wal dhiab/ Leila and the Wolves>(1984)는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와중에 여성이 기여한 공적을 조명하고 있다.

사라 고메즈(Sara Gomez) 감독의 <원 웨이 오아 어나더 De cierta manera/ One Way or Another>는 쿠바 혁명 의미를 여권주의 비평가가 분석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와같이 여성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의 영화들이 공개되면서 변방 국가에서 전개된 풍성한 르네상스 영화 운동을 확산 시킨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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