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으로 조성된 원근 촬영법, 인간 시각의 혁명적 확장

‘줌잉 Zooming’은 ‘영화 촬영, TV 드라마 제작 시 줌 렌즈를 사용해 촬영하는 동안 시각 앵글이나 초점 확대 변화를 시도하는 기술적 테크닉 filmmaking and television production refers to the technique of changing the focal length of a zoom lens (and hence the angle of view) during a shot’이다.

‘줌 zoom’이라고도 한다.

이같은 테크닉은 클로즈-업에서부터 넓은 화면을 촬영하는 와이드 샷(wide shot)까지 다양한 화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줌 인 효과 zoom in effect’는 피사체의 크기를 보다 확장 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때 사용하는 기법. 카메라 초점이 피사체를 향하여 다가 간다.

촬영 현장에서는 ‘초점 거리를 변화 시킬 수 있는 줌 렌즈를 사용해 피사체 크기를 임의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방식은 필름을 통해 보여지는 물체 혹은 인물 등의 존재감을 두드러 지게 확대 시켜 효과를 거두려는 목적이 있을 경우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줌 아웃 zoom out’은 실제 물체의 크기를 대폭 축소 시켜 위축감이나 왜소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할 때 채택되며 피사체로 부터 카메라 초점이 뒤로 물러 나게 하는 것이다.

‘줌’은 * 촬영 표현의 자유를 대폭 확대 시키면서 다채로운 표현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는 기회 제공 * 부드럽게 피사체 크기를 변화 시키고자 할 때 * 극적인 변화를 시도하고자 할 때 * 관객이나 시청자 시선을 집중 시키고자 할 때 * 피사체를 명확하게 보여 주고자 할 때 채택되며 촬영 기술의 획기적 변화로 주목 받고 있다.

‘줌’은 이동이 용이한 ‘달리 카메라 a dolly camera’와 결합 시켜 ‘달리 줌 효과 the dolly zoom effect’를 창조할 수 있는 여건도 맞게 된다.

줌 촬영 테크닉 이전 1910년-1940년대 촬영 기법은 대체적으로 표준 렌즈를 이용해 초점 거리 35미리-50미리로 변화를 주면서 인간의 시각 능력을 스크린에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고수해 온다.

몇몇 혁신적인 촬영 감독에 의해 사물을 보다 가깝게 혹은 더 멀리 보이게 하는 인위적인 원근법(forced perspective)이 꾸준히 시도된다.

영화사에 기록되고 있는 이같은 사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D. W. 그리피스 감독의 <흩어진 꽃잎 혹은 노란 남자와 소녀 Broken Blossoms or The Yellow Man and the Girl>(1919): 부처의 가르침 전파를 위해 영국으로 건너온 중국 출신 여성이 성품 거친 남성과 교제를 가지면서 겪는 인생 고행을 담고 있다. 촬영 감독 헨리크 사르토브는 소프트포커스 클로즈 업을 통해 히로인 릴리언 기시가 겪는 심리적 고충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냈다는 평점을 얻는다.

-아벨 강스 감독의 <나폴레옹 Napoléon vu par Abel Gance>(1927): 훗날 프랑스 황제로 등극하는 나폴레옹이 청년 시절 군사 학교에서 수학하는 과정을 다룬 전기물. 조셉-루이스 문드윌러 등 4명의 촬영 감독은 초점 거리가 짧은 광각 렌즈를 통해 나폴레옹의 결의에 찬 인물 표정을 보여 준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 Vertigo>(1958): 샌프란시스코 지역 형사 스코티. 동료 경찰이 추락사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 고소공포증에 시달려 결국 퇴직하고 만다. 그후 백만장자 친구로부터 아내 매들린을 감시해 달라는 은밀한 부탁을 받는다. 하지만 스코티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매들린의 자살을 막지 못해 급기야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정신적 고충을 겪는다.

촬영 감독 로버트 벌크는 일정학 거리를 질주하는 장면을 담는 트랙과 줌을 결합 시킨 ‘트롬본 쇼트’를 통해 스코티가 겪는 고소 공포증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을 증폭 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Citizen Kane>(1941): 언론재벌 찰스 포스터 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 유언처럼 남긴 로즈 버드의 의미를 찾는 작업에 들어간다. 촬영 감독 그레그 톨랜드는 여러 등장 인물들의 표정을 세밀하게 노출 시킬 수 있는 광각 렌즈를 적극 활용한다.

-클로드 를르슈 감독의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1966): 일요일. 30대 미망인 안느. 기숙학교에 재학하는 딸을 만나기 위해 도빌에 왔다 역시 아이를 만나러 왔던 남자 장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안느는 마침 파리행 기차를 놓쳐 장의 차를 타고 돌아온다. 장과 안느는 각각 배우자를 잃은 홀아비와 과부 처지. 각자 첫 연인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는 이들이 살포시 연정의 싹을 틔워 나간다.

촬영까지 도맡은 클로드 를르슈는 먼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을 수 있는 망원 렌즈를 사용해 중년 남녀가 새롭게 엮어가는 애뜻한 로맨스를 차분하게 묘사해 나간다.

<남과 여> 이후 로버트 알트만, 구로자와 아끼라, 스티븐 스필버그, 프란시스 코폴라,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들은 ‘거리를 압축 시키는 동시에 화면이 전달하고자 하는 진실성을 증폭 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망원 렌즈를 적극 활용한다.

-데니스 호퍼 감독의 <이지 라이더 Easy Rider>(1969): 두 반항적인 청년 2명이 오토바이 여행을 통해 미국의 실체를 파헤치겠다는 야심을 품고 LA에서 뉴 올리안즈까지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촬영 감독 라즐로 코박스는 180도 이상의 앵글을 담을 수 있는 어안 렌즈 및 망원 렌즈를 적절하게 사용해 극중 주인공들이 겪는 심리적 방황을 표현해 내는 효과를 거둔다.

-스탠리 큐브릭의 <배리 린든 Barry Lyndon>(1975):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다룬 작품. 18세기. 아일랜드 출신 배리는 영국 귀족 사회에 편입하는 것이 인생 최대 목적. 연적과 죽인 죄목으로 군에 강제 입대하지만 전쟁터에서 무공을 세워 출세의 바탕으로 삼는다. 전역 후 귀족의 딸과 결혼해서 오랜 동안 갈망해 왔던 인생 꿈을 성취하는 듯 했지만 점차 몰락의 길로 전락한다. ‘가난한 청년 배리가 귀족 칭호 린든을 부여 잡기 위해 온갖 술수와 음모를 사용하지만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과정을 다소 지루한 느낌까지 주었던 ’슬로우 줌 slow zooms’을 적절하게 사용해 ‘슬로우 줌의 가장 모범적인 촬영 기법을 제공했다’는 칭송을 얻어낸다.

일선 영화 감독들은 ‘줌’ 기법에 대해 ‘광각에서부터 망원 렌즈까지 다채로운 초점 거리를 구사할 수 있으며 쇼트 내에서 자유롭게 이동을 시도할 수 있어 미학적 표현을 얻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알찬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칭송을 보내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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