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원대 대작… 올해 최고 화제작 예약

역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캐스팅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 속에 제작과정을 거쳐온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션샤인’(극본 김은숙 연출 이응복)은 방송 3회만에 시청률 10%를 가뿐히 넘어서며 올해 최대 화제작이 될 준비를 마쳤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로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은숙 작가·이응복PD 콤비와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등 화려한 캐스팅, 400억원대 제작비와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한 전세계 190여개 방송 숱한 이슈가 무색하지 않은 모양세다. 무엇보다 고증과 표현의 어려움으로 드라마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던 구한말이라는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도 용기있는 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4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된 ‘미스터션샤인’은 여러모로 여타 드라마와 다른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조선시대와 근대가 혼재하는 시대적 배경을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교한 미장센과 연출력으로 매 장면이 허투루 흘러가지 않는다. 마치 대작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완성도다. 소품 하나부터 박효신 김윤아 등이 참여한 OST까지 잘 어우러진 고급스럽고 매끈한 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맛은 2회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 이병헌 김태리 유연석 등 배우들의 연기 내공이다. 작품의 중심이 되어 이끄는 이병헌의 존재감은 대체불가다. 9년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브라운관 공백이 무색할만큼 진검승부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어릴 적 떠나온 조선을 버리고 자신의 조국으로 미국을 택한 유진 초이 역으로 분한 그는 매 장면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최상의 몰입감을 이끌어내는 유진 초이를 완성해냈다.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눈빛 연기부터 영어 대사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시청자들을 끌고 들어가는 힘이 느껴지는 연기다. 가끔씩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유머 코드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극에 재미 요소로 자리한다.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 한 편으로 충무로 히어로로 떠오른 이유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조선 최대의 사대부 가문의 애기씨 고애신 역으로 분한 그는 자태와 목소리, 눈빛만으로도 기품이 느껴진다. 입을 열면 당차지만 아직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 열정을 지닌 고애신 캐릭터가 그를 통해 살아나고 있다. 매 장면마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 긴장감이 살아 있는 이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방송직후부터 화제가 되면서 벌써부터 네티즌 댓글에 극중 두 사람이 쓰는 ‘하오체’ 놀이가 번지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 작가로서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는 자리에서도 늘 변주하는 법을 잊지 않아 그의 진가를 더욱 곱씹어보게 하는 김은숙 작가는 첫 사극 도전이라는 부담감을 떨쳐내고 이번에도 리듬감넘치는 말의 향연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랩의 라임 또는 시구의 운율같은 대사 속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영리함도 잊지 않고 있다.

‘신문에서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하더이다.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유진 초이를 향한 고애신의 대사 중) ‘나는 그의 이름조차 읽을 수 없다. 동지인 줄 알았으나 그 모든 순간 이방인이었던 그는, 적인가 아군인가’(고애신의 독백 중) 이같은 대사들은 구한말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각자의 선택이 필요했던 이들의 고뇌와 열정이 숨겨져 있다. 물론 김 작가의 주특기인 로맨스 신도 잊지 않는다. ‘러브가 무엇이오./안 해봐서 잘은 모르겠소. 헌데 그건 왜 묻는 거요./하고 싶어 그러오. 벼슬보다 좋은 거라 하더이다. / 생각하기에 따라선. 헌데 혼자는 못 하오. 함께 할 상대가 있어야 해서./그럼 같이 하지 않겠소? /총 쏘는 거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오. /아. 꽤 어렵구려’(유진 초이와 고애신의 대사 중)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구한말의 시대적 배경이나 사건 등이 실제와 맞지 않다는 일부 지적이 일고 있는 것. 이에 제작진은 극중 구동매(유연석) 캐릭터를 방송중 수정하는 발빠른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구동매는 당초 흑룡회 소속 겐요샤였으나, 현재 무신회 한성지부장인 낭인으로 수정됐다. 흑룡회는 제국주의 일본의 국가주의 우익 조직이며, 겐요샤는 명성황후 시해의 주범인 조직이다. 이에 제작진은 “극중 구동매란 캐릭터가 친일 미화의 소지가 있고, 역사적 사건 속 실제 단체를 배경으로 삼은 점이 옳지 않음을 지적받아 가상의 단체로 극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사극에 대한 역사왜곡 논란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MBC ‘주몽’ ‘선덕여왕’ 등 인기 사극도 모두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가상과 실제 역사를 오가는 ‘미스터선샤인’도 이 논란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갈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장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