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삼라만상, 도로 여행을 통해 제시하다

‘로드 영화 road film’는 ‘주인공이 집을 떠나 도로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삶을 체험하는 과정을 묘사한 장르 a film genre in which the main characters leave home on a road trip, typically altering the perspective from their everyday lives’이다.

도로 여행을 통한 서사 여정은 고대 희랍 문학의 정수인 ‘오딧세이 the Odyssey’ ‘아에네이드 the Aeneid’ 등에서 유래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서구 비평가들은 ‘* 이동되는 장소에 맞추어 새로운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고 * 자유스런 여행 혹은 불법 행위로 인한 피신 등을 통해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건을 통해 등장 인물들이 의식의 성장과 깨달음을 얻는 것 *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과정 * 자신에게 부딪힌 현안에서 도피하거나 설정한 목표를 위해 국외 지역까지 벗어나는 모험을 시도한다는 것 등이 이 장르의 최대 매력점으로 언급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들은 ‘주인공이 힘겨운 여행을 통해 정신, 육체적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변화상을 제시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교양소설의 한 형식 a type of bildungsroman’을 취하고 있다.

‘도로 사연을 소재로 한 주제 The on-the-road plot’는 미시시피 강을 배경으로 한 마크 트웨인의 모험 소설, 거친 소 떼들과 백인과 인디언의 패권 쟁탈을 다룬 <역마차> <붉은 강> 등에서 흥행 가능성을 제시한다.

2차 대전 이후 발명된 자동차 등을 젊은층들이 선호하면서 ‘속도 파괴와 용이한 이동 등을 보장해 준 운송 수단’을 앞세운 상업 영화들이 대거 공개되고 그 여파가 확장 시켜 나간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미국은 베트남 전 반대 시위 및 히피 물결, 마틴 루터 킹,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워터게이트 파문으로 닉슨 대통령의 전격 하야 등 정치, 사회적 격변기를 거치게 된다.

이 시기 ‘로드 무비’는 아웃사이더 및 무법자, 떠돌이들의 행각을 통해 기존 체재에 대한 불만을 표출 시키면서 이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에 대해 ‘피카레스크 picaresque’라는 하부 명칭을 부여 받는다.

이어 ‘고독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트럭 운전수’ ‘소외된 가정 주부’ ‘히치하이커’ ‘죄수’ ‘떠돌이 약장수’ ‘일탈을 갈망하는 여피족’ ‘보호 받지 못하는 야생 동물’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거리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연을 제시한다.

1960년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이지 라이더 Easy Rider> 등이 히트 챠트에 등극 되면서 흥행가에서는 ‘로드 픽쳐 road picture’라고 용어를 격상 시켜 준다.

‘위험한 지역에서 겪는 모험’ ‘신천지를 개척하는 개척자 정신’ ‘청춘들의 저항 및 반항 의식’ ‘세대간의 갈등’ ‘정치, 사회적 부합리 비판’ 등을 덧붙여 영화 역사에서 로드 무비의 한 획을 장식한 작품들은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1934): 천방지축 은행가 외동딸이 가출한 뒤 미국 대륙 횡단 버스에 탑승한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찾던 신문 기자와 만나게 되면서 좌충우돌 사연을 만들어 낸다. 비비 꼬이지만 해피 엔딩으로 극이 종결되는 스크루 볼 코미디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

-<오즈의 마법사 The Wizard Of Oz>(1939): 호기심 많은 10대 소녀. 어느 날 회오리 바람에 휘말려 마법이 가득한 오즈의 나라로 건너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 등과 만나면서 각자의 소원을 풀기 위한 오즈의 마법사 찾기 여정에 나선다. 집으로 되돌아 오면서 정신, 육체적 성장을 이루게 된다.

-<건 크레이지 Gun Crazy / Deadly Is the Female>(1949): 이런 시절부터 총에 대한 유별난 애착을 갖고 있는 사내. 카니발 축제에서 만난 이상적인 여성과 결혼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자 강도 행각에 나선다. 이들은 총으로 인명은 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자신들의 탐욕과 폭력을 행사해 나가지만 범법자로서 당국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극은 파국이 예견되는 도망자 사연을 담아 공감을 얻어낸다.

-<길 La Strada>(1954): 천진난만한 곡마단 소녀 젤소미나. 탐욕스런 곡예사 잠파노에게 온갖 수탈을 당한다. 정착하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서커스 인생들의 애환. 유럽 영화인들이 제시하는 고단한 3류 인생들의 고충을 다룬 작품으로 공감을 얻어낸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1967):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텍사스 카페 웨이트리스와 자동차 절도범이 의기투합해서 강도 행각에 나서지만 결국 공권력에 의해 철저한 응징을 당하게 된다.

-<이지 라이더 Easy Rider>(1969): 히피 성향의 청년 2명. 호기심과 야망이 가득하다. 이들은 ‘미국의 실체를 알아 보겠다’는 당돌한 목표를 내세워 오토바이에 의존해 미국 종단 여정에 나서지만 기성 세대들의 편견에 휘말려 예기치 않는 비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하고 만다.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1984): 뉴욕 빈민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윌리에게 사촌이 찾아오면서 낯설지만 왠지 정감을 느낀다.

1년 후 윌리와 그의 친구 그리고 사촌 여동생 에바는 플로리다 여행을 떠난다. 개 경주하는 도박에 빠져 소지한 돈을 모두 날리게 된 뒤 3명의 남,녀는 각자의 길로 떠난다. 화려하고 거대한 미국 사회에서 겪는 소외감을 차분히 묘사해 주고 있다.

-<파리, 텍사스 Paris, Texas>(1984):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 텍사스 주의 초라한 마을. 탈진한 중년 남자. 기억 상실증과 실어증까지 앓게 된다. 그는 아들과 함께 떠나 버린 아내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난다. 인생 목표가 없는 남자가 황량한 거리를 떠돌면서 사회 및 가족과의 유대 관계를 다시 맺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1991): 덜렁대는 성격의 가정 주부 델마. 이성적이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웨이트리스 루이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말 여행을 떠난다. 델마를 성추행하려는 남자를 우발적으로 죽이면서 이들의 여정은 졸지에 공권력의 추격을 받는 용의자 신세로 전락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횡포를 평범한 주부들 사연을 통해 제시해 여권주의 지지자들의 갈채를 받아낸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The Motorcycle Diaries>(2004): 의대생과 생화학을 전공하는 2명의 청년. 무려 8,000km에 달하는 중남미 대륙 횡단 오토바이 여행을 떠난다. 먼나 먼 여정을 통해 교과서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불합리한 세상 풍경을 체험하게 된다. 이같은 경험은 훗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정치 혁명으로 표출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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