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중심 가치관에 대적하기 위한 여성 영화인들의 반격

‘페미니즘 영화 이론 Feminist film theory’은 ‘여성주의 시각으로 정치 및 이론을 바라본 시선을 영화 이론에 적용 시키는 것 theoretical film criticism derived from feminist politics and feminist theory’을 의미한다.

여성주의자(Feminists)들은 공개된 많은 영화들을 여성들의 의견에 중점으로 두고 비판, 분석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실천해 온다.

이같은 여론에 적극 부합하려는 의도를 갖고 공개된 영화를 ‘페미니즘 영화 feminism film’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 확대 시키고 여성의 독립적 자아를 구축해 나가는데 기여하거나 격려할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먼저 용어의 뜻을 정립해야 하는 것이 ‘페미니즘 feminism’이다.

이같은 이념적 주장은 ‘남녀가 성적 차별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간으로서 균등한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에따라 여성들이 남성과 같이 정치, 사회, 법률적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페미니즘 영화는 1970년대 들어 유럽 및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공개되기 시작한다.

할리우드의 경우 ‘여성의 존재감이 남성들의 편협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여파로 인해 상당히 부당한 대접을 받아 왔다’는 점을 인정 하면서 여성이 주체적인 삶기 위한 영화적 해법을 제시한다.

-여성은 늘 남성에 의한 성적 폭력을 당해 왔다. 이제 여성의 인권을 확보해야 하며 독자적인 인간성을 방해하는 정치, 사회적 편견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조나단 캐플란 감독의 <피고인 The Accused>(1988).

-여성은 종속된 존재가 아니라 독자적인 가치관에 따라 홀로서기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잔 세이들먼 감독의 <수잔을 찾아서 Desperately Seeking Susan>(1985),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칼라 퍼플 The Color Purple>(1985), 퍼시 아들론 감독의 <바그다드 카페 Out of Rosenheim>(1988), 말린 고리스 감독의 <안토니아스 라인 Antonia's Line>(1995), 제인 캠피온 감독의 <내 책상 위의 천사 An Angel at My Table>(1990), 존 아브넷 감독의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Fried Green Tomatoes>(1992).

-여성이 남성들이 독점하고 있는 정치, 사회, 경제적 권력에 도전자로 나서서

일정 부분의 영역을 차지하겠다고 선포한다.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에이리언 Alien>(1979), 세카르 카푸르 감독의 <밴디트 퀸 Bandit Queen>(1994),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안나 이야기 Dispara>(1994).

영화계에서 여권주의 성향의 작품들이 공감을 얻어나가면서 ‘페미니즘 영화 이론 feminist film theory’도 발전의 폭을 확장 시켜 나간다.

1910년대-1960년대 할리우드는 글로리와 스완슨, 그레타 가르보, 클라라 보우, 마를렌 디트리히, 베티 데이비스, 조안 클로포드, 캐서린 헵번 등이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여성 역할을 단골로 맡아 남성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얻어낸 대표적 스타로 주가를 높인다.

이런 와중에 공개된 영화에 대해 페미니즘 이론 잣대로 분석하는 작업과 동시에 이와 같은 운동 여파를 반영한 작품들이 제작 현장에 반영돼 흥행가에서 활발하게 공개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초부터 사회논리학 이론(sociological theory)에 근거해서 다양한 작품 속에 묘사된 여성 주인공들의 성격과 역할을 분석하는 저술물이 발표된다.

마요리 로젠의 <팝 콘 비너스 Popcorn Venus: Women, Movies, and the American Dream>(1973), 몰리 해스켈의 <숭배에서 성 폭행까지 Reverence to Rape: The Treatment of Women in Movies>(1974) 등의 저술물은 흥행 영화에서 여성을 수동 혹은 적극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묘사해 왔는가를 심층 분석해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다.

영국 페미니즘 영화 이론가(British feminist film theorist) 로라 멀베이( Laura Mulvey)는 심리학자 지그문드 프로이드(Sigmund Freud)와 자크 라캉(Jacques Lacan)이 제기한 이론에 대입한 에세이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시네마 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1973)를 출간한다.

이 책자에서 저자는 ‘여성에게 위협감을 느끼는 남성 제작자, 감독들이 단합돼 여성에게 수동적 역할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성적인 측면을 내세워 관음적인 남성 관객들의 자극을 만족 시켜 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해 뜨거운 공감을 얻어낸다.

1940년대-2000년대 공개된 작품 중 ‘페미니즘 영화 이론’에 적합한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냈던 작품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도로시 아즈너 감독, 모린 오하라 주연의 <댄스, 걸, 댄스 Dance, Girl, Dance>(1940): 출세 욕구가 충만했던 발레리나는 단체 공연단에서 탈퇴해 힘겨운 홀로 서기에 나선다.

-챈탈 아커맨 감독의 <잔느 딜망 23 Jeanne Dielman, 23, quai du Commerce, 1080 Bruxelles>(1975): 10대 아들과 살고 있는 외로운 미망인.

다람쥐 체바퀴 돌 듯 하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들의 학교 과제물을 적극 도와 주고 아파트를 돌보고 오후에 고객 응대를 하는 파트 타임 일을 해 나가면서 적극적인 삶을 향유해 나간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감독, 델핀 세이리그 주연의 <인디아 송 India Song>(1975): 1930년대. 프랑스 대사관 부영사 아내.

18세의 결혼한 그녀는 첫 남편을 따라 라오스에 온 뒤 재혼한 남편과 함께 인도 캘커타로 건너온다. 무더위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그녀는 남성 편력을 통해 자신의 욕구 불만을 해소해 나간다.

-샐리 포터 감독, 줄리 크리스티 주연의 <골드 디거스 The Gold Diggers>(1983): 겨울이면 눈이 쌓여 외출이 어려운 외진 지역에서 척박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영화학자들은 1940년대 느와르 장르의 붐을 주도했던 팜므 파탈을 비롯해 <스크림> 등 공포 영화에서 여성이 끝까지 살아 남는다는 설정은 페미니즘 영화 이론이 여성의 존재감에 대한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보내고 있다.

남성들의 입김이 거센 일선 감독 세계에서도 제인 캠피온, 캐서린 비겔로우을 필두로 해서 <비포 선라이즈>의 히로인 줄리 델피는 영화 주제가 작곡, 노래 및 감독 겸업 선언을 통해 예술성 뛰어난 여성 감독들의 존재감을 각인 시키는 산파역을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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