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괴물’ 길러내는 ‘사교육의 민낯’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촬영

사교육 문제점 들여다보면서 상류층의 허위 의식 함께 파헤쳐

최근 가장 화제작 드라마는 단연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SKY(스카이) 캐슬’이다. 대한민국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라고 불리는 사교육 문제를 전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상류층의 허위 의식을 함께 파헤치고 있는 이 작품은 첫방송에서 불과 1.7%를 기록했던 것이 무색하게 20부작중 중반을 넘어선 12회 시청률은 12.3%로 JTBC 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부터 실제 모델에 대한 궁금증, 촬영지 등 작품의 모든 요소도 연이어 화제다. 로맨스 하나 없는 이 드라마의 무엇에 시청자들은 그토록 열광 중일까?

2019년 대한민국의 사교육 현실을 들여다보다

‘SKY 캐슬’은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고급 빌라 단지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여자들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있는 풍자 드라마다. 의대 교수의 아내 한서진(염정아)과 진진희(오나라), 법대 교수의 아내 노승혜(윤세아)는 각자의 방식과 신념에 따라 아이들의 사교육에 집중한다. 드라마가 실제 촬영되는 장소 중 하나는 바로 대치동 학원가. 30여년 넘게 ‘사교육 1번지’로 불려온 이곳의 이야기를 작품은 현실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학교를 마치고 새벽 1, 2시가 넘도록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데리러 길게 늘어선 고급 세단들은 ‘욕망’과 ‘두려움’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내 자식만은’ 더 좋은 직업,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게 하겠다는 욕망과 혹여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을까, ‘남들 보기에’ 번듯해보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투사돼있다. 이는 2019년을 사는 대한민국의 사교육이 작동하는 시스템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에 더 피부로 와닿는다. 바로 부모들의 두려움과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 것. 명문대에 합격만 시켜주면 무엇이든 불사하겠다는 부모들의 욕망에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입시 코디네이터들도 나오고 아이들은 그 안에서 ‘공부하는 기계’ 혹은 오로지 명문대에 집착하는 괴물이 되어가기도 한다. 실제 벌어지는 일을 교묘하게 꼬집고 있는 작품 속 여러 설정들은 그래서 웃을 수만은 없는, ‘웃픈’ 현실의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미스터리 속 쫀쫀한 구조의 힘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이같은 현실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 미스터리한 사건을 제시하며 멈출 수 없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는 지점이다. 극중 부와 명예를 모두 지닌 집안에서 아들을 서울의대에 합격시킨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하면서 활시위가 당겨진 데 이어 겉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의 속사정이 하나둘 공개된다. 특히 일류 입시 코디네이터로 명성을 날리는 김주영(김서형)이 남편 살해 용의자였다는 점이나 모범생 김혜나(김보라)가 의대 교수 강준상(정준호)의 친딸이라는 설정 등은 매 회 등장하는 새로운 사건들로 시청자들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면서 극을 쫀쫀하게 직조해 내고 있다.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 교육 현실과 상류층의 허위의식을 꼬집는 묵직한 주제 속에 미스터리 요소라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순항 중인 것.

맛깔스러운 연기 지분으로 제 몫을 다하는 배우들

무르익은 연기력으로 배우들이 모두 제 몫을 다하고 있는 점도 작품의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우아한 겉모습으로 상류층이 되기 위해 안간힘 쓰는 한서진 역의 염정아를 비롯해 돈과 명예, 모범생 아들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듯 보였지만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이명주(김정난),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남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노승혜(윤세아), 무엇이 맞는지 헷갈려 하며 주위에 휩쓸리곤 하는 진진희(오나라) 등 각각의 캐릭터들은 현실감 있으면서도 입체감있게 표현되고 있다.

특히 우아한 사모님에서 자신의 과거가 들통나자 험한 욕설을 거침없이 내뱉는가 하면 자식을 위해서는 무릎을 꿇는 것도 불사하는 맹목적인 교육열을 보여주고 있는 한서진 역의 염정아는 캐릭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기에 오나라는 때로 과장되고 코믹한 연기로 극에 웃음을 불어넣으며 다소 무거울 수 있는 극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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