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 제작보고회

연기력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의 조합은 어떤 시너지를 빚어낼까?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이 “한국 영화사상 전무후무한 영화”를 표방하며 야심찬 출사표를 내밀었다.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진행된 ‘우상’ 제작보고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이수진 감독과 주연배우 한석규, 설경구, 가 참석했다.

영화 ‘우상’ 배우들(왼쪽부터 설경구 한석규)과 이수진 감독.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 아들이 죽고 난 뒤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가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2014년 독립영화 ‘한공주’로 데뷔,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으며 마라케시 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국내외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이다. 이 작품은 앞서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우상’은 베를린영화제 당시 현지매체와 평론가들로부터 ‘관객들에게 빨리 보여주고 싶은 영화’ ‘퍼즐을 풀어가는 느낌’ ‘탁월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등 기대감에 찬 평가를 얻은 바 있다. 이수진 감독은 “베를린영화제에서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예상 못했다. ‘한공주’ 당시 영화제를 많이 다녔는데 그때는 혼자 다닌 반면 이번에는 한석규 선배는 함께 못했지만 설경구, 와 함께해 외롭지 않았다. 밤마다 같이 독일 맥주도 마시고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고 밝혔다.

작품 기획 배경에 대해서는 “사실 ‘한공주’ 이전부터 ‘우상’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데 잘 안 풀려서 ‘한공주’ 이후에 다시 작업했다. 주제가 많이 무거웠는데 자꾸 손이 그쪽으로 갔다”라며 “한국 사회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의 시작점이 어디일까에 관해 고민하던 차에 이야기를 기획하게 됐다”고 들려주었다.

한석규가 분한 구명회는 정치적인 야심이 크지만, 아들이 교통사고 가해자로 연루되면서 타격을 입는 인물이다. 역할에 대해 한석규는 “정말 나쁜 인물”이라는 짧은 평으로 연기한 소감을 대신했다. 이와 반대로 설경구는 애지중지하던 아들을 뺑소니 사고로 잃는 유중식 역으로 분했다. 설경구는 “장애를 가진 아들과 평범하게 살던 인물로 특별하진 않아도 둘만의 재미로 살던 인물인데, 사고로 아들을 잃는다”라며 “중식이라는 이름이 재밌어서 점심을 뜻하냐고 감독님께 물어봤는데 맞다고 하더라. 허겁지겁 급하고, 여유 없이 먹어야 하는 중식 같은 인물이 아니었나 한다”고 귀띔했다.

천우희

‘한공주’에 이어 두 번째로 이수진 감독과 만난 는 “대본을 보자마자 전무후무한 캐릭터인 것처럼 느껴져 겁이 났다. 한편으로는 나의 새로운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다. ‘한공주’ 덕분에 배우로 성장했다. 감독님에게 보답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우상’은 한석규와 설경구라는 한국영화계의 걸출한 두 배우의 첫 만남으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가 됐다. 한석규는 “설경구는 오래 봐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배우들은 부침이 심한 데 (설)경구는 20여 년간 한결 같다. 좋은 친구 같다”라고 칭찬했다. 설경구 또한 “석규 형님은 제가 영화를 시작할 때 한국 영화를 홀로 짊어지고 있었다. 온리 한석규였고 제 우상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연기하는 후배들의 우상이었다. 사석에서 뵙긴 했지만 한석규 이름 석 자를 제가 평가할 순 없다. 한석규는 역시 한석규였다”라며 “서로 붙는 신이 많지 않지만 현장에서 가끔 뵈면 배려해 주시더라. 제가 성질이 상당히 급한데 많이 눌러주셨다. 형님 없었으면 저는 사고 몇 번 쳤을 것 같다”라며 웃음지었다.

가 연기한 최련화도 범상치 않은 인물. 련화는 중식의 아들과 사고 당일에 함께 있다가 사고 이후에 갑자기 사라진다. 는 “구명회와 유중식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최련화를 찾는다. 최련화 역시 양면적인 인물로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것도 어려운 사람”이라며 “그래서 더 극단적이고 어려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수진 감독은 “우상을 쫓는 남자가 있고, 본인이 그렇게 갖고 싶고 찾으려고 했던 게 헛것이었다는 걸 깨닫는 남자가 있고, 그런 것조차 가질 수 없는 위치에 있지만 가장 파워풀하고 무서운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우상’은 오는 3월 개봉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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