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떠오른다. 모든 게 지나치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과 상황에 비해 의욕과 열정이 지나치면 자신만 고생하는 게 아니고 모든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이는 충무로에서 영화를 만들 때도 적용되는 인생의 진리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영화에서 감독이 경험이 많거나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다면 경험이 많은 노련한 제작자나 PD가 반드시 붙어야 한다. 그래야 감독이 저지르는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

27일 개봉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감독 김유성, 제작 (주)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은 의욕만으로 영화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실존 인물 엄복동의 이야기를 담았다. 나라를 잃은 암울했던 시대 백성들에게 희망이 됐던 엄복동의 성장과정에 일제에 대항한 독립군들의 활약을 더해 방대한 서사를 만들어간다. 여기에 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이시언 정석원 등 스타 배우들이 가세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는 참담한 수준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억 소리가 나온다. 좋은 의미의 감탄사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 나오는 실소다. 제작과정에서 감독이 하차했다가 후반 작업 때 돌아오는 등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들려 우려를 사더니 우려가 현실이 돼버린 것. 완성도가 미완성된 가편집본 수준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를 하기 힘들 정도다.

엄복동이 자전차왕이 되며 민족의 희망으로 부상하는 스포츠영화에 독립군이 활약하는 첩보물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며 영화는 궤도를 이탈한다. 뜬금없는 삼각 로맨스까지 곁들여져 실소를 자아낸다. 기대를 모았던 자전거 레이스 장면도 긴박감을 전혀 찾을 수 없고 영화 하이라이트에 집중배치된 CG는 2019년에 개봉되는 영화가 맞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의 조악하다. 완성도가 떨어지니 예상됐던 애국주의 정서도 살아나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만든 이들의 의욕만 앞섰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을 맡은 감독이나 이 영화로 제작에 입문한 프로듀서 이범수나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판을 깔아놓고 좌충우돌했다. 제작비나 시간이 추가로 더해졌다 할지라도 해결이 될 상황이 아니다. 엄복동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해낸 참신한 소재가 아까울 따름이다. 부끄러움은 어려운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던 정지훈 강소라 등 배우들과 입장권을 사고 극장에 들어온 관객의 몫이다. 몸을 사라지 않고 열연을 펼치는 정지훈의 모습은 애처로울 정도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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