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흥행될 줄 전혀 몰랐어요!”

영화 ‘극한직업’ 제작자 김성환 대표.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현이 딱 어울렸다. 전국 1600만 관객을 넘어서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제작 어바웃필름)의 제작자 김성훈 대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흥행 돌풍이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한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연일 쏟아지는 축하인사에 감사를 표하다가도 순간순간 “도대체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지?”라는 생각이 들어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은 오합지졸이 모인 마약반 형사들이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위장 창업했다가 뜻하지 않게 대박이 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코미디물. 역대 흥행 순위 2위로 마무리돼가는 3월 초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환 대표는 “역대 흥행 순위 1위 ‘명량’을 넘어서지 못하는 게 아쉽지 않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정말 과분한 사랑을 받았죠. 1000만을 넘어서면서 모든 수치가 저에겐 똑같은 것 같아요. 아직 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실감이 나지 않네요. 잘 될 줄은 알았지만 1000만 관객까지 갈 거라는 예상하지 못했어요.(웃음) 정말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에요.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해주신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부터 이병헌 감독과 재미있게 시나리오를 각색해준 배세영 작가님, 멋진 연기를 보여준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 배우분들, 그리고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모든 스태프 덕분에 이런 사랑을 받게 된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고개 숙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김성환 대표는 2001년 광고 회사 AE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이픽쳐스로 이직해 영화인의 길에 들어선 후 2006년부터 8년 동안 투자사 ㈜디씨지플러스에서 근무하며 ‘과속 스캔들’ ‘최종병기활’ 등 수많은 히트작 탄생에 참여했다. 2014년 제작에 뜻을 품고 어바웃필름을 설립한 그는 2014년 ‘도리화가’를 공동제작하고, 2016년 ‘올레’를 제작했지만 흥행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벼랑 끝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순간 김성환 대표에게 ‘극한직업’이 느닷없이 다가왔다. 평소 영화계에서 호인으로 소문난 김 대표가 쌓아놓은 인복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

“전작들의 흥행 실패로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순간 당시 CJ엔터테인먼트 투자팀 방옥경 실장님이 함께 개발하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주셨어요. 마약반 형사들의 치킨집 위장 창업이라는 콘셉트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뭐라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기에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제안이었어요. 무조건 하겠다고 했죠. 유명 감독을 잡기 위해선 시나리오부터 완성도를 높여야 해 배세영 작가를 붙였는데 결과물이 정말 좋았어요. 이병헌 감독님은 처음부터 함께하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안 돼 포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영화 ‘바람바람바람’ 촬영 도중 신하균씨의 다리 부상으로 촬영이 잠깐 쉬는 기간이 생겨 영화와 상관없이 밥을 먹게 됐어요. 그 자리서 이런 영화를 할 거다 이야기하니 마침 준비하던 차기작 작업이 미뤄졌다며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모든 일이 꿈같이 척척 진행돼 갔어요.” 일이 되려 하니 캐스팅 작업도 순조로웠다. ‘극한직업’의 가장 큰 성공요인 중 하나는 완벽한 적역 캐스팅. 재미있기로 소문난 시나리오와 이병헌 감독에 대한 믿음 덕분에 캐스팅 작업이 술술 풀렸다. 감독과 기획회의 때 꼽은 1순위 배우들이 모두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캐스팅 난에 시달리는 요즘 충무로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정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1순위였어요. 감독님과 저 모두 류승룡 선배님을 캐스팅하고 싶었는데 각색 기간 동안 아이디어도 주시며 차분히 기다려주셨어요.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을 결정하셨어요. 이하늬 진선규도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바로 답이 왔어요. 이동휘는 정말 캐스팅하고 싶은데 비중 때문에 고민하다가 미팅을 잡았는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자 재미있겠다며 곧장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때 마침 주연배우 세 분 첫 대본 리딩하는 날이었는데 그 자리서 합류해 연습을 시작했어요. 공명만 오디션을 통해 뽑았어요. 많은 젊은 배우들이 그 역할을 하고 싶어 했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재훈 이미지와 공명이 딱 맞아떨어져서 캐스팅됐어요. 마약반 5총사 다섯 배우 모두 촬영 내내 이보다 좋을 순 없다고 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이렇게 김성환 대표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극한직업’의 초대형 대박은 프리프로덕션 작업 때부터 예정돼 있었던 듯하다. 역대 최고 매출액에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을 매일매일 들을 때마다 꿈속을 걷는 기분이 든다고. ‘초대형 대박이 난 비결’이 뭐냐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생각하는 흥행요인을 털어놓았다.

“이것저것 잡으려 하지 않고 웃음 하나만 집중 공략한 걸 관객들이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욕심을 버리고 소소히 만들었거든요. 사실 ‘극한집업’은 태생부터 이렇게 1000만 관객을 노리는 프로젝트는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감독님이 코미디에만 몰두하셨고 모두가 네가 잘 돼야 나도 잘 된다는 마음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아낀 게 영화적으로 묻어나니 관객들이 더욱 기분 좋게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이병헌 감독님 영화의 장점으로 사람들은 말맛, 리듬감을 꼽지만 저는 따뜻한 정서인 것 같아요. 말수도 적으시고 표현은 잘 안하지만 모두를 신경 쓰고 잘 챙겨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대사 하나 신 하나 살리려고 노력하니 영화가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그냥 기능적으로 쓰이고 빠지는 역할이 하나도 없었어요.”

올가을에 개봉될 손재곤 감독의 코미디물 ‘해치지 않아’ 촬영을 마친 김 대표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으냐”는 질문에 소박한 대답을 내놓았다. “계속 소소하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워킹타이틀사가 롤모델이에요. 어바웃필름이란 이름은 영화사를 만들 2014년에 워킹타이틀사 영화 ‘어바웃 타임’이 마침 개봉했는데 그걸 보고 지었어요. 영화사 이름 작명 이유가 너무 시시하죠?(웃음) 제가 영화인이 되게 만들어준 저의 인생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반칙왕’ ‘인생은 아름다워’ ‘시네마천국’ 같은 작품들을 만드는 걸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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