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만남


인생이란 늘 자신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의 충돌의 연속이다. 잘하는 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겠지만 둘은 교집합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잘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한 발짝씩 걸어가면서 사람은 성장해간다.

영화감독도 이와 같은 고민을 항상 갖게 된다. 관객들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의 충돌 속에서 예술적인 발전이 이뤄진다. 지난 20일 개봉된 영화 ‘악질경찰’(감독 이정범, 제작 청년필름, 다이스필름)은 감독이 잘하는 장르 안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려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범죄 드라마다. ‘아저씨’ ‘우는 남자’의 이정범 감독은 주종목인 범죄 액션물 장르 안으로 아직도 국민들 가슴에 큰 생채기로 남은 세월호의 아픔을 끌어들인다.

세월호를 단순한 극적 장치로 보고 범죄 액션물 특유의 쾌감을 만끽해야 하는지 아니면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며 부조리한 사회에 책임이 있는 악의 무리들이 처단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하는지 딜레마에 빠트린다. 미리 정보 없이 보러 간다면 이질적인 두 재료의 조합에 당황하게 된다. 상업 영화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장치가 많다. 아직 세월호란 단어를 상업 콘텐츠 안에서 보기 힘들다면 몰입이 쉽지 않을 듯하다.

논란을 예상하면서도 영화란 매체의 엄청난 파급력을 믿고 밀어붙인 이정범 감독의 용기와 뚝심이 빛을 발한다. 엄청난 사회적 이슈를 다룬 뉴스도 대부분 10분 내 사람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기 마련. 그러나 영화가 다루면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킨다. 영화란 매체의 파급력을 믿는 감독의 의도가 영화 중간중간 엿보인다. 세월호의 상흔을 지닌 모두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은 이정범 감독의 진심이 가득 묻어나면서 의혹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 여부에 따라 영화를 향한 호불호가 나뉠 전망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상대로 강렬하다. 이선균은 동정할 여지가 전혀 없는 악질 경찰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빈구석이 아주 많은 조필호의 이중적인 매력을 잘 살려내며 명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박해준은 지난해 ‘독전’에 이어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미친 존재감을 발산한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미나 역을 연기한 신인 전소니. 신선한 마스크와 신인답지 않은 당찬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매혹시키며 감정적인 울림을 더한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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