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의 무법자’이탈리아 서부극 주도

조감독, 시나리오 작가, 감독 1929년 1월 3일 이탈리아 라지오주 로마 태생. 1989년 4월 30일 이탈리아 라지오주 로마 사망. 향년 60세.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부친 빈센조 레오네는 이탈리아 초창기 영화 역사를 개척한 인물. 모친 비체 발레리안은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 집안 환경으로 인해 ‘영화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라는 애칭을 듣는다. 10대 후반부터 조감독으로 입문해 성서, 로마 사극, 여러편의 불한당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진두지휘한다. 로마 사극 <일 콜로소 디 로디> (1961)으로 감독 신고식을 치른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요짐보>(1961)를 각색한 <황야의 무법자>(1964)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화려한 출발을 선언한다.

헨리 폰다와 찰스 브론슨이 출연을 거절하는 바람에 TV 카우보이역으로 생계를 꾸려 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행운의 배역이 돌아가면서 벼락 스타로 등극시킨다. 예상을 깨는 히트로 <석양의 무법자>(1965)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1966) 등 시리즈 3부작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이탈리아 흥행 역사를 다시 쓴다.

헨리 폰다와 찰스 브론스를 기용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는 미국 흥행에서는 실패를 맛본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레볼류션>(1971)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 등을 발표한다. <원스…아메리카>는 영화사의 자체 검열과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세르지오 감독의 묵직한 영상 예술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명작이라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1989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900일 동안 포위당했지만 끝내 함락되지 않은 레닌그라드 작전을 그린 전쟁 영화 연출 계약을 위해 LA로 가기 2일 전에 심장마비로 급서하고 만다.

무명 시절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1948)에서 카메오 독일 신부로 잠시 화면을 장식했다. 1955년 라울 월시 감독의 로마 사극 <트로이의 헬렌> 촬영장. 26살 조감독 레오네는 라울 감독으로부터 ‘이제 서부 영화를 대중들의 외면으로 시장성을 잃었다’는 푸념을 듣게 된다. 하지만 1964년 <황야의 무법자>로 보기 좋게 정통 서부극보다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이탈리아산 서부극 탄생을 주도한다.극도의 표정을 드러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웨스턴 장르 스타일로 정형화시킨다.

등장 인물의 표정을 카메라로 근접 촬영해서 심리적 변화를 드러내 준 익스트림 클로즈업은 이후 서부 영화의 단골 촬영 기법으로 인정 받는다.

3명의 총잡이를 차례대로 보여주고 이들이 동시에 총을 발사하는 ‘멕시칸 스탠도프’ 촬영 기법을 도입한다. 이 스타일은 홍콩 감독 오우삼과 쿠엔틴 타란티노가 즐겨 원용하고 있다.

윌리암 와일러 감독의 명작 <벤 허>(1959)에서 주인공의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 군중 신, 격투 장면 등을 전담하는 ‘세컨드 감독’ 중 한명으로 참여해, 유명한 전차 결투 장면 촬영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리메이크를 평생 숙원으로 설정했지만 끝내 성사시키지 못하고 사망한다.뚱뚱한 체구에 다혈질, 카우보이를 떠올리는 거친 이탈리아 억양이 특징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불같은 성격을 갖고 있는 워너 브라더스 만화 캐릭터 ‘요세미티 샘’을 감독 애칭으로 붙여준다.‘앤티-서부극’을 표방한 <용서받지 못한 자>(1992)의 주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영화 동지 레오네와 감독 돈 시겔에게 헌정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의 없이 <요짐보>(1961)의 스토리와 촬영 테크닉까지 표절하자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은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통고를 한다. 이에 레오네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위로금 10만 달러와 전체 흥행 수익 중 15%를 지불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1968) 촬영 도중 조역 배우 알 멀록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알은 레오네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1966)에서 현상금을 노리는 외팔이 현상 사냥꾼으로 출연한 전력을 갖고 있다. 촬영지인 스페인 구아딕스에서 알이 자살을 시도할 때 프로덕션 매니저 클라우디오 맨시니와 시나리오 작가 미키 크녹스는 호텔 라운지에서 담소를 나누다 창문 밖으로 사람이 추락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맨시니는 알을 태우고 병원으로 달려가지만 사망하고 만다. 이 소식을 전달 받은 감독은 ‘그 놈이 입고 있던 의상을 가져와, 우리는 그 복장이 필요해’라고 소리쳐 냉혈한의 모습을 유감없이 노출시켰다는 일화를 남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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