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답게 일하고 싶다” 드라마 스태프들의 끝나지 않은 외침

tvN ‘혼술남녀’/ tvN ‘화유기’ 출연진/ tvN ‘아스달 연대기’

“고(故) 이한빛 PD께서 돌아가신 지 3년차가 되고 있지만 현실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 이슈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송을 앞두고 있는 tvN ‘아스달 연대기’(연출 김원석,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와 관련, 1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는 이 작품의 초고강도 노동과 턴키계약 관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이 기자회견은 지난해 9월 스튜디오드래곤이 직접 발표한 ‘68시간 가이드라인’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는 드라마 제작현장 실태를 알리고, 스튜디오드래곤을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스튜디오드래곤이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의 명시), 제50조(근로시간),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제56조(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 제70조(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제1장 제10조(산업재해 발생 은폐 금지 및 보고 등), 제2장 13조(안전보건관리책임자), 제4장 23조(안전조치), 제24조(보건조치), 제31조(안건^보건교육) 등 총 10가지 항목을 위반했으며 ▲근로계약을 전혀 체결하지 않았고 ▲1일 8시간-1주 평균 40시간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경우 근로자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지키지 않았으며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가산 지급하지 않고 ▲1주 68시간 이상 근로 불가능한데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들은 ‘아스달 연대기’ 촬영 일정을 공개하면서 브루나이 해외 로케 당시 2월 27일부터 3월 5일까지 연속 7일간 총 151시간 30분의 초장시간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일 근로시간으로 따지면 최저 17시간에서 최고 25시간에 이르는 근로시간이다. 이같은 무리한 촬영과정에서 스태프들의 부상도 있었다고 전했다. 브루나이 촬영시 해가 지면 불빛이 없어 철수가 힘들다는 현지 코디네이터의 조언도 무시한 채 좁고 얕은 강에서 카약을 타고 들어가 촬영을 강행했고, 결국 철수하는 중 방송스태프의 팔이 골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고발인들은 “일 마친 후 숙소에 도착해 장비를 정리하면 샤워하고 바로 나와서 버스 이동 1~2시간 동안 잠을 자고, 다시 또 현장에서 일하는 일정이 계속됐다. 연출자, 제작사가 너무 무리한 스케줄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제작사가 드라마 스태프들과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이른바 ‘턴키계약(분야별 감독급과 장비료^인건비 등을 구분하지 않고 프로젝트 전체를 ‘용역비’로 일괄 계약하는 방식)’을 진행하는 방식도 이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방치하고 있는 관행이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드라마 제작현장 종사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지만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아스달 연대기’ 스태프들과 턴키계약을 진행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장시간 노동과 불공정한 관행 등에 힘들어하다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인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은 “CJ ENM은 방송 노동조건 개선과 관련한 약속을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면담 요구에도 책임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아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라고 전했다. 한빛센터는 불합리한 방송노동환경 개선을 고민했던 고 이한빛 PD 유지를 계승하고자 만든 기관이다.

드라마 스태프들의 살인적인 노동환경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한빛PD의 사망 이후에도 tvN 드라마 ‘화유기’도 촬영중 스태프가 안정장비 없이 3m 높이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당한 데 이어 방송사고가 빚어졌고, 지난해에도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의 한 스태프가 과로사가 의심되는 죽음을 맞은 바 있다. 드라마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목숨을 걸고’ 일해야만 하는 상황이 여전히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과 관련 스튜디오드래곤은 공식입장을 통해 “제작가이드의 본래 취지에 따라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요청 등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며 가이드가 전 제작과정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인간다운 노동조건이 실현되는 드라마 현장의 정착을 위해 당사자들뿐 아니라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이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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