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등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즐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1963년 8월 15일,멕시코 시티 태생.

멕시코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 ‘감독협회 감독상 후보’에 각각 지명받는 영예를 얻는다. <아모레스 페로스>(2000), <21그램>(2003), <바벨>(2006) , <비우티풀>(2010), <버드맨>(20 14),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비평계와 관객들의 환호를 얻어낸다.

17살 때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 운반선에 몸을 싣고 유럽 및 아프리카 등에서 여러 잡일을 한다. 청소년 시절 주요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겪은 여러 체험은 그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는데 많은 자양분이 됐다.

멕시코 이베로아메리카노 대학 커뮤니케이션학을 졸업한 뒤 1984년 멕시코 라디오 음악 방송 WFM의 PD로 사회 첫발을 내디딘다. 록 스타 인터뷰, 라이브 콘서트 송출을 담당한다. 방송국을 떠나 동료 라울 올베라와 영화사 ‘Z films’을 설립해 여러 편의 단편과 광고 영화 제작에 나선다. 1995년 미구엘 보세를 캐스팅한 <비하인드 더 머니>를 공개해 상업적 히트를 기록한다.

이런 성과를 등에 업고 1999년 장편 데뷔작 <아모레스>를 발표한다. 형수를 사랑하는 남자, 유명 모델과 사랑에 빠져 아내와 가족을 버리는 유부남, 공산주의 게릴라로 활동하다 체포돼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살인청부업자가 된 뒤 소원해진 딸에 애정을 보이는 중년 남자 등 3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아모레스 페로스>는 칸영화제 공개 이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지명되는 뜨거운 반응을 얻는다.

시한부 인생의 대학 교수는 심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고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 남편과 두 딸과 함께 가정을 꾸미고 있던 여성은 교통 사고를 당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었으며 경제적으로 궁핍한 남자는 범죄 경력을 씻고 새 삶을 살고자 했으나 교통사고를 일으켜 자신과 타인의 가족까지 불행으로 몰아간다. 교통 사고로 인해 얽히게 되는 3명의 사연을 다룬 <21그램>은 숀 펜, 나오미 와츠를 비롯해 베네치오 델 토로 등의 열연에 힘입어 베니스 영화제 및 아카데미 연기상 부문 후보에 지명받는다.

아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아내를 위로하기 위해 모로코로 여행을 떠났던 리처드(브래드 피트)와 수잔(케이트 블란챗) 부부가 정체불명의 총격을 받는 사건이 멕시코 국경을 넘는 유모, 모로코 형제 등 4개의 사건들과 얽히고설키게 된다는 독특한 내용의 <바벨>은 4개국 4가지 언어로 구성해 감독 특유의 복합적인 스토리 설정의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 준다. 이 영화로 2006년 칸 감독상, 79회 아카데미 작품, 감독 등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2014년 발표한 <버드맨>.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과거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 스타였지만 이젠 대중들에게 잊혀진 배우가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는 내용. 마이클 키튼, 나오미 와츠, 에드워드 노튼, 엠마 스톤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블랙코미디이다. 이 영화로 그해 아카데미 감독, 작품, 각본상을 받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안겨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05).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대망의 아카데미 남우상을 안겨준 히트작이다.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회색 곰에게 공격당해 아들이 숨지는 사건을 당한 사냥꾼의 처절한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 마이클 펀크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회색 곰에 맞서는 한 남자의 사투를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동안 공개한 6편의 장편은 불행한 사건이 다른 도시 혹은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유기적인 관계로 엮이는 설정과 주요 인물들의 의도적 실수, 불법적 행동, 형사적 범행 전력 등을 냉소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 가난, 더러움, 부패한 대도시 등에서 사건이 발생하며 심리적 고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와일드 앵글을 자주 채택하고 있으며 진실된 상황을 전달시키기 위해 배경 음악은 최대한 절제하는 연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극이 시작되는 <아모레스 페로스> 이후 공개한 <21그램> <바벨>은 할리우드 비평가들로부터 ‘죽음의 3부작’이라는 평가를 얻는다. 부성애, 약물 중독, 죄책감 등은 그의 연출 세계를 상징하는 3가지 주제이다.

모로코에 거주하는 2명의 목동이 장난스럽게 쏜 총에 현지를 유람하던 미국 관광객이 맞으면서 시작되는 <바벨>은 ‘생각없이 자행되는 무분별한 폭력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 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관객들의 공감을 받아낸다.

<버드맨>은 화려한 브로드웨이 무대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광기와 혼돈을 파헤친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흡사 단 한번의 촬영으로 숨가쁘게 펼쳐지는 듯한 현란한 화면 구도는 불가능한 영화속 풍경이 흡사 현실에게 그대로 재현되는 듯한 박진감을 던져주고 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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