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유치장…경찰 제복에 평생 두려움

감독, 프로듀서, 배우. 1899년 8월 13일 영국 런던 레이턴스톤 태생. 1980년 4월 29일 LA 벨 에어 사망. 향년 80세. 애칭: 서스펜스의 대가(The Master of Suspense).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출생한다. 모친은 취침 전에 하루 일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으며 부친은 경찰서로 편지를 써서 어린 아들을 유치장에 가두어 두는 괴팍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제복 입은 경찰에 대한 두려움을 평생 갖고 있게 됐다고 한다.10대 시절 복잡한 영국 기차 노선표 외우기, 런던 재판소에서 진행되는 재판정에 참관하는 것을 즐겼는데 이런 독특한 취미는 훗날 범죄 추리극을 발표하는데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고 한다. 1920년 평소 관심이 높았던 영화 일을 하기 위해 세트장 스케치 담당 스태프로 참여해 제작 현장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를 경험한다.

<쾌락 정원>(1925)에 이어 연쇄 살인마 잭 리퍼의 범죄 행각을 다룬 <숙박인>(1927)으로 연출 재능을 인정받는다. 1930년대 들어서 <사라진 숙녀>(1938), <자메이카 여인숙>(1939) 등으로 미국 시장까지 명성을 알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O. 셀즈닉의 초대를 받아 할리우드로 건너가 <레베카>(1940), <사보타주>(1942)를 발표한다. <사이코>(1960), <가족 음모>(1976), <프렌지>(1972) 등을 연속 히트시키면서 서스펜스의 대가로 우뚝선다.

금발 미녀 여배우에게 성적인 농담이나 노골적인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 촬영장에서 ‘늙은 플레이보이’라는 험담을 받았지만 조강지처 알마 레빌과 별다른 잡음없이 해로한다.

금발 미녀에게 히로인역을 맡겨 헤어 스타일을 클로즈-업으로 처리한 장면을 단골로 삽입시켰다. 1955년~1965년 미국 TV를 통해 방영된 ‘알프레드 히치콕 시리즈’의 진행을 맡아 명성을 얻는다. 고된 촬영을 마치고 귀가한 뒤 동물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휴식을 취했다. <돌아온 래시> <벤지> 등은 히치콕이 가장 즐겨 본 대표적 동물 영화이다.

할리우드에서 일할 때 영국에서 공수한 도버 와인을 즐겨 마셨다. 영화 비평가 폴린 카엘을 초대한 자리에서 영화 이야기보다는 와인 혹은 샴페인 품평을 주로 했다고. 이런 행동에 대해 폴린은 ‘히치콕은 다른 감독의 작품은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영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히치콕은 여장 남자로 분장해서 자택에 초대한 손님들을 기쁘게(?) 해주었다고 한다. 이런 변태적 행동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 45분쯤 터키색 드레스, 푸른색과 흰색이 혼합된 모자를 쓴 뚱뚱한 중년 부인이 기차를 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카메오 출연자가 여장을 한 히치콕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의혹>(1941)에서는 ‘반짝 빛나는 우유’, <사보타주>(1942)에서는 오프닝에 그림자를 등장시키는 설정 등으로 긴박한 미스터리극의 묘미를 선사한다. 벽에 그림자를 비추어 긴장감을 고조 시켜 주는 독특한 스릴러 연출 기법에 대해 ‘히치코키안’으로 명명한다.

<새>는 연약한 조류가 인간을 공격했을 때 엄청난 재난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준다.
주인공 주변에 있는 물건을 부각시켜 모종의 의미를 부여하는 연출 기법이 ‘맥거핀’. <오명>(1946)에서 ‘우라니움 병’, <이창>(1954)의 ‘결혼 반지’,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1959),‘마이크로필름’, <사이코>(1960)에서 ‘4만 달러가 들어 있는 봉투’ 등이 맥거핀 효과를 거둔 대표적 장면으로 언급되고 있다.

프리츠 랑 감독의 <피곤한 죽음>(1921)을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추천했다. 역대 연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의혹의 그림자>(1943)를 언급했다.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지만 아카데미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경력은 없다. 단지 연출 업적을 인정받아 1967년 ‘어빙 탈버그 기념상’을 수여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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