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은 주연 할 자격 충분히 있다!

실력파 배우가 오랜 무명시절을 끊고 소위 말하는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걸 지켜보는 건 대중에게 큰 즐거움이다. 열정과 실력은 누구보다 앞서지만 스타성이 다소 부족하거나 운이 따라주지 못해 작은 역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던 배우가 대중에게 인정받아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시원한 사이다를 마시는 듯한 아찔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라미란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 제작 필름모멘텀)으로 첫 상업 영화 주연 신고식을 치르는 배우 이 바로 그런 경우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 ‘소원’ ‘히말라야’ ‘덕혜옹주’,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막돼먹은 영애씨’ 등을 비롯해 지금까지 47편의 영화와 29편의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명품배우’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기에 의 48번째 영화이자 첫 주연작 ‘걸캅스’는 과 그의 팬들에게 표창장이나 생일선물 같은 작품. 기획 단계부터 을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개발돼온 프로젝트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생활력 있고 괄괄하면서도 정감 넘치고 재미있는 우리 동네 옆집 큰 언니 같은 게 특유의 매력. 이런 매력을 바탕으로 ‘걸캅스’에서 연기한 왕년에는 잘 나가는 형사였지만 현재는 민원실 퇴출 0순위인 박미영 주무관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걸캅스’가 의 첫 주연작인 것과 함께 더욱 주목받은 건 충무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여성 형사 버디물이기 때문. 박미영()이 아웅다웅했던 자신의 시누이이자 현직 강력반 형사인 조지혜(이성경)와 비공식 콤비를 이뤄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비밀리에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영화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얼떨결에 콤비가 된 두 사람이 범죄집단을 일망타진하는 과정이 웃음과 스릴을 오가며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범죄집단의 수법이 최근 뉴스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은 연예인 성범죄 사건과 유사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완성된 영화는 호불호가 나뉠 만하다. 우선 ‘걸캅스’는 의 유쾌한 매력을 극대화한 아무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전형적인 팝콘무비다. 민감한 소재와 이슈가 담겨 있지만 영화는 수사물보다 코미디에 중점을 둔다. 두 여형사 콤비의 박진감 넘치는 활약을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표 코미디’를 탄생시키려는 기획에 충실했다.

전형적인 팝콘 영화이기에 완성도면에서는 아쉬움이 분명히 있다. 초반에는 속도감 있게 캐릭터와 이야기가 쌓여 가지만 중반 이후 흐름이 다소 늘어진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과한 유머코드 때문에 긴장감도 떨어진다. 이런 가운데 은 기대대로 미친 존재감으로 영화의 단점을 상쇄시킨다. 생활감 가득한 코믹 연기와 함께 강렬한 액션 연기까지 보여주며 주연배우로서 책무를 다한다. 에만 포커스를 너무 맞췄기 때문일까? 형사 버디물 특유의 케미가 살아나지 않는 게 또 다른 아쉬운 점이다.

한 성깔 하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 조지혜를 연기한 이성경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최선을 다하지만 존재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조지혜가 매력이 부족한 평면적인 캐릭터 때문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성경에게 잘 맞지 않는 옷이었는지는 보는 이마다 의견이 나뉠 듯하다. 오히려 두 콤비를 돕는 주무관 장미 역을 맡은 최수영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변신이 흥미롭다. 염혜란은 예상 대로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이미지를 벗고 지독한 악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사도한 위하준의 열연도 눈부시다. 영화 후반부 대선배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으며 눈여겨볼 만한 기대주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걸캅스’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만 미덕이 분명히 살아있는 영화다. 일단 웃기고 볼거리도 충분하다. 웃자고 한 이야기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필요이상의 큰 기대를 갖지 말고 부담 없이 본다면 만족한 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은 영화인들의 기대대로 주연배우를 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걸캅스’가 충무로에 ‘표 코미디’의 서막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최재욱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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