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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24. 왕가위 (王家衛)

감정 노출 꺼려 항시 검은 선글라스 착용
  • 왕가위 (王家衛) : 1956년 7월 17일, 중국 상하이 태생. 감독,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중국 본토 출신으로 1990년대 홍콩 뉴웨이브 영화를 선도한 영화 작가이다. CF를 시청하는 듯한 감각적이고 원색적인 영상, 감성을 자극 시켜 주는 사운드트랙, 젊은층의 구미에 적합한 템포 빠른 영상 테크닉 등을 구사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열혈남아>(1987),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을 통해 MTV를 떠올려주는 편집 스타일, 향수감 짙은 스토리, 광각렌즈를 적극 활용해 등장 인물들의 감정적 변화를 직설적으로 전달해 흥행가의 신드럼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비평가들은 ‘1997년 중국에 의한 홍콩 귀속을 앞두고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공허함, 허무, 패배 의식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홍콩 방언인 광동어를 사용하고 복잡다단한 도시 풍경에 초점을 맞춘 것은 중국 본토와의 차별화를 염두에 둔 의도적인 제작 기법으로 알려졌다.

데뷔작 <열혈남아>는 홍콩 영화제 비평가 부문을 통해 상영되면서 베를린 영화제까지 초청 상영되는 행운을 얻는다. 홍콩 뒷골목을 배경으로 불량배 청년과 폭력이 난무하는 어두운 거리 풍경을 통해 홍콩인들의 허무 의식을 담아내 홍콩 뉴 웨이브 감독으로 회자된다.

많은 여자를 사귀지만 구속당하는 것이 싫어서 지속적인 교제를 꺼려하는 바람둥이 아비의 행적을 담은 <아비정전>에서 아비의 모친은 행적이 모호한 것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도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페이는 매일 애인에게 줄 음식을 사러 오는 형사 663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중경삼림>에서는 광각렌즈를 적극 활용하여 CF를 연상시키는 영상과 페이(왕정문)의 애창곡으로 삽입된 60년대 팝 명곡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을 다시 히트시켰다.

형사 663역의 양조위가 14회 홍콩 금장상 남우상을 비롯해 작품, 감독상을 수상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주선으로 미국 시장에서 개봉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 아르헨티나 탱고 리듬 속에 펼쳐지는 동성애 사랑을 묘사한 <해피 투게더>. 사회 통념상 수용하기 어려운 러브 스토리를 즐겨 영화화하는 것도 왕가위의 연출 특징 중 하나이다.
홍콩의 반대편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배경으로 늘상 사랑을 갈망하는 남자와 기회가 되면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는 떠돌이 남자와의 애틋한 동성애를 다룬 <해피 투게더>(1997)로 중국 감독으로는 첫 번째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1962년 상하이에서 건너온 이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홍콩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각자 가정이 있는 기혼 남녀의 애틋한 사연을 담은 <화양연화>(2000)는 장만옥, 양조위를 월드 스타로 만들어 주었다.

<중경삼림>에서는 찰나적인 사랑 ,<화양연화>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각자만의 사랑, <해피 투게더>에서는 사회에서 용납하지 않는 동성애적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하고 행복하지 못한 러브 스토리, 그리고 뒷골목, 밝음보다는 흐릿함, 실연, 눈이 부실 정도의 화려한 원색, 흔들거리는 화면, 슬로 모션 등은 즐겨 사용하는 촬영 테크닉, 또 추상적이고 돌발적이고 모호한 결말은 왕가위감독 작품의 주요 특징이다.

등장 인물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내레이터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극중 중반에 화면을 정지시켜 중요한 순간을 강조시키는 방법도 자주 보인다.

전결 방식이 아닌 현재와 과거가 중구난방으로 오가는 ‘비대칭 스타일 스토리 라인’ 구성은 아르헨티나 소설가 마누엘 푸이그의 대표작 ‘부에노스 아이레스 어페어’에서 영향받았다고 밝혔다.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려 검은 선글라스를 늘상 착용한다. 이런 복장이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1990년~2000년 발표한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1994), <동사서독>(1994), <타락천사>(1995), <해피 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가‘중국 영화 베스트 100편’에 모두 선정되는 영예를 얻는다.

<열혈남아>(1987)의 자작 시나리오가 스스로 자평했으며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2006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영상 예술에 끼친 지대한 공적을 인정받아 ‘국가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2013년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예술 훈장’을 받았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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