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단 일곱 줄로 나와 있는 봉오동 전투를 꼭 기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군에 맞서 싸운 독립군들의 승리의 역사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이 ‘봉오동 전투’의 주역들로 분해 관객들과 만났다. 3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진행된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 제작보고회에는 이들 세 배우들과 원신연 감독이 참석해 작품을 첫 공개했다.

배우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왼쪽부터).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특정한 몇몇 영웅이 아닌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영웅들의 사투가 담겼다. 영화 ‘구타유발자들’ ‘용의자’ ‘살인자의 기억법’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는 널리 알려진 한 사람이 아닌, 농사 짓던 사람들이 독립군이 되어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최초 승리를 거둔 사건이다.

또한 기록으로 남았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그동안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피해의 역사, 아픔의 역사를 말했다면 ‘봉오동 전투’는 승리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극중 유해진은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했다. 평소에는 너그럽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민첩한 몸놀림과 대범함으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보여준다.

유해진은 “기교보다는 마치 바위 같은, 돌멩이 같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통쾌함이 묻어있었다”라며 “알려진 한 영웅이 아닌 이름조차 없이 조국을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을 그렸다. 진정성을 갖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출연배경을 들려주었다. 스크린에서 쉼없는 작품활동을 보이고 있는 류준열은 비범한 사격 실력을 지닌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로 분했다. 이장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진하는 성격 때문에 매번 해철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류준열은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안할 이유가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원 감독님 영화를 재미있게 봤는데 캐릭터들이 살아있는 느낌이었다”라며 단번에 캐스팅 제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코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임했고, 실존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독립군들의 생활 등 많은 자료를 찾아봤다. 국내도 아니고 중국에서 벌어진 전투라는 자체가 뭉클하고, 여러 의미가 있다”고 남다른 소감도 전했다. 조우진은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를 소화했다. 빼어난 사격술과 일본어 통역 실력까지 겸비해 해철의 오른팔이다. 조우진은 “시나리오를 다 읽은 후 ‘이렇게 벅차오르는 감정이 든 적이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뭉클했다. 감정이 계속 달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독립군 역할인 만큼 세 배우들은 ‘원없이’ 뛰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유해진은 “촬영에서 정말 전력질주했다. 이런 장면들은 한 번에 오케이가 나지 않는다. 특히 산중에서는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밑을 봐야 하는데 밑을 보면 카메라에 좋은 모습이 잡히지 않아 더욱 조심스러웠다. 이런 점을 항상 염두에 두며 신나게 달린 기억이 있다”라며 웃음지었다. 연기하며 실제 독립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큰 영감을 받기도 했다. 류준열은 “촬영현장을 미술팀들이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만들어줬다. 그런 공간에서 연기하면서 독립군들이 전투 전에 어떻게 자고 먹고 쉬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참혹한 현장에서 나라를 지켰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조우진은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 전투를 벌인 사람들의 각오와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힘들고 어려울 때 동료들의 땀과 피를 보며 끓어오르는 심장을 안고 전투에 임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며 뭉클함을 전했다. 원 감독은 “기록이나 자료를 통해 액션영화처럼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다. 비주얼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도 될 수 있으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기억 속 삽화들을 떠올리며 카메라 각도까지 똑같이 맞춰서 재연했다”고 덧붙였다. ‘봉오동 전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장서윤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윤수정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