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필버그와는 연출 시각 차이로 ‘견원지간’

장 뤽 고다르 감독.

감독^작가^편집자...1930년 12월 3일 프랑스 파리 태생. 4형제 중 차남.

부친은 개인 병원 의사, 모친은 스위스 은행가문 출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모친의 국적을 따라 스위스 니욘 학교에 입학한다. 1945년 2차 대전이 종전된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운영되던 영화 자료 박물관 ‘시네마테크 프랑세스’에 가입해 프랑수와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에릭 로메르 등 1950-60년대 프랑스 예술 영화 운동을 주도한 이들과 영화적 교류를 쌓는다. 1951년 창간된 영화 전문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정기 기고자로 영화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집세를 낼 돈이 없자 친구, 친척들의 돈을 훔치다 완고한 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잠시 감금된다. 이 사건으로 부자(父子) 지간은 앙숙 관계가 된다.

영화 제작비를 모으기 위해 스위스 댐 공사장 인부, 20세기 폭스 파리 지사 언론 홍보 담당 직원 등 여러 일을 전전한다. 40만 프랑의 제작비를 투입해 장편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를 공개한다. 각본은 프랑수와 트뤼포가 맡았다. 오토바이를 훔치던 좀도둑이 우발적으로 경찰관을 살해해 당국의 추격을 받는다. 도피 도중 프랑스로 유학온 미국 신문기자 지망생을 만나자 그녀를 설득해 이태리로 피신하자는 제안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시나리오 없는 즉흥적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연관 없는 화면과 화면을 잇는 점프 컷 등을 시도해 1960년대 ‘누벨 바그’ 영화 운동의 효시작으로 평가받는다.

<헤일 메리>에서는 예수 모친 마리아가 주유소 직원으로 농구에 재능이 있는 인물로 묘사해 바티칸 등 종교계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킨다.

데뷔작 이후 1967년까지 장편 14편을 연이어 공개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없다. 난해함, 지적 유희, 교훈적인 내용 등으로 채워진 영화 특성에 대해 비평가나 영화 학도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몽상가’라는 수식어를 보낸다. 통속적 상업 영화를 철저하게 거부한 스타일 때문에 서구 영화학도들로부터 ‘비주류 영화권의 혁명가’ ‘영화계의 록스타’ 등의 찬사를 얻어낸다.

1968년 미국 대학교에서 강연을 끝낸 뒤 방청석의 한 영화학도는 ‘미국 대학생들에게 고다르 감독은 밥 딜런처럼 누구와도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예술인이다’는 격찬을 보낸다. 1968년 상업 영화계에서 전격 은퇴를 선언한다. 1970년 <프라우다>를 시작으로 다큐멘터리, TV용 미니 시리즈 등을 다수 공개한다. 1985년작 <헤일 메리>에서는 예수 모친 마리아가 주유소 직원으로 농구에 재능이 있는 인물로 묘사해 바티칸 등 종교계의 거센 비난을 자초한다.

조강지처 안나 카리나(1961년 3월 3일-1967년 이혼)는 <네 멋대로 해라>등 그의 영화에 단골 조역으로 출연했다. 이어 앤 와이젬스키(1967년 7월 22일-1979년 이혼)에 이어 앤-마리 미빌을 3번째 부인으로 맞이한다. <리어 왕>(1987)에서 위대한 작가역으로 실명 출연했던 작가 노만 메일러는 훗날 ‘변덕스러운 고다르와 영화 작업을 한 것은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다’는 독설을 공개했다.

<아, 슬픈 나여>(1993)가 공개된 뒤 르 피가로 신문은 ‘아, 슬픈 우리여!’라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영화’라는 비난 평을 게재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는 연출 방향에 대한 차이점으로 견원지간이다. 1994년 뉴욕 필름 비평가 협회가 수여하는 특별상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를 방문했을 때 1993년 작품상으로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가 수상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고다르는 ‘스필버그는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사실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면서 세상을 지배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전체주의자이다’고 맹비난을 가한 것. 이 사건 이후 국제 영화가에서는 ‘영화 행사장에서 고다르와 스필버그를 함께 초대하지 말라!’는 속설이 퍼지게 된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 감독 명언^명대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자와 총만 있으면 된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구태여 영화를 제작할 필요는 없다. 영화가 당신을 제작하기 때문에.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사기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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